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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몇살이야. 민증 까 봐!” 서로 간 나이를 모르는 사이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자주 듣는 말이다. 나이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줄여서 ‘민증’이라고 칭하는 주민등록증은 1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신분증이다. 주민등록증의 원조는 조선시대 ‘호패(號牌)’다. 조선 태종 때 조세 징수와 군역 부과 등을 위해 호패법을 실시해 16세 이상 남자에게 지니게 했다. 나무로 된 호패에는 이름과 지역, 신분 등이 기록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총...
2025.03.23 18:13지난 2008년 초,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R의 지표’라는 지수를 발표했다.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recession’의 첫 글자 ‘R’을 딴 신조어로 일종의 경기 침체를 파악하기 위한 척도였다. 언론에 ‘recession’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할수록 가까운 미래,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경제가 둔화나 정체를 넘어 공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담겼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가 경기침체로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는 ‘R의 공포’였다.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빗댄 ‘S의 공...
2025.03.20 17:25‘폭싹 속았수다’. 뜻도 모른 채 샛노란 유채꽃밭에 담겨있는 아이유와 박보검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눈멀어 서로에게 완전히 코가 꿰인 연인들의 인생 이야기쯤인 줄만 알았다. 드라마를 보기 전, 제주에 연고가 없는 이들은 아마 ‘폭싹 속았수다’가 ‘무척 수고(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인지 대부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시청하고 나면 광례와 애순, 또 금명까지 이어지는 제주 여인들의 삶은 물론, 무쇠 같은 관식, 일평생 찬 바다에 몸을 담그며 ‘애순 지킴이’를 자처하는 해녀 이모들, “확씨”만 외쳐대는 남편에 이골이...
2025.03.19 18:17“밥알이 몇 개고?” 인기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조리장과의 대화 장면에서 한 말이다. 해당 장면은 실제 삼성전자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일화 중에 하나다. 이병철 회장은 스스로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던 신라호텔 조리부장에게 초밥의 밥알 개수를 물어봤다고 한다. 당황한 조리부장 앞에서 이 회장은 “점심에는 식사용 한 점에 320알이 맞고, 저녁에는 안주로 많이 먹으니 280알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리부장을 향해 “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다. 이말을 명심해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의 경영철...
2025.03.18 17:38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전 세계 경제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대한민국도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서 무역통상 협상...
2025.03.17 15:22지난달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해당 초등학교 1학년인 김하늘 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며 A씨는 맨 마지막으로 집에 가는 아이를 노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초 예정된 6개월 휴직보다 훨씬 빠른 20여일 만에 학교로 돌아왔고 복직 40일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A씨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은 늘 화가 난 얼굴이었다며 휴직계 전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사건은 △정신질환 교사 분리 △돌봄 교실의 허술한 안전 관리 보완책 등 두 가지 과...
2025.03.16 18:111976년 8월 1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하계올림픽에서 레슬러 양정모가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레슬링 자유형에 출전해 대한민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양정모. 공교롭게도 이날은 꼭 40년 전인 1936년 8월 1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토너 손기정이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달고 애국가 대신 ‘기미가요’를 들어야 했던 날이었다. 그 만큼 그의 금메달은 한국인에게 감동이었고 자부심이었다. 그 해 연말 최고 뉴스가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과 신안 해저보물 인양 등을 제치고 양정모의 금메달이 차지할 정도였다. ...
2025.03.13 17:17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전국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은 그 중에서 가장 최선봉이다. 양 광역 지자체장이 1인시위에 나섬은 물론 구청장도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수막을 게재했다. 시민들은 밤이되면 거리로 나오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1980년 헬기 총탄이 박혀 있는 전일빌딩에는 어디서도 볼수 있는 큰 현수막도 걸려져 있다. ‘광주가 왔다 파면이 온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파생된 듯 한 이 문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25.03.12 18:20“노인네들 겨울 잘 보내라꼬 나무를 이레 해 놓고 떠났다 아임니꺼.” 300만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독립영화 ‘워낭소리’속 명대사다. 땔감을 짊어지고 함께 고개를 오르는 최원균 할아버지와 소를 한 프레임에 잡은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 소는 마지막 기력을 다해 노 부부에게 준 ‘최후의 선물’이었다. 숨을 거두기 전 할아버지는 소를 평생 옥죄었을 고뚜레와 워낭을 풀어준다. 워낭소리는 30년 넘게 오랜 파트너였던 사람과 소의 교감이 주는 진한 감동을 준 영화다. ‘워낭소리’의 영어 제목은 ‘오랜 동반자(...
2025.03.11 17:34고대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 윤리에서 발전한 양심(conscience)의 어원은 conscientia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함께 나누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Con과 ‘지식’이라는 뜻을 가진 scientia가 결합해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구와 아는 것을 나누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소크라테스가 양심을 ‘내면의 목소리’라고 정의내린 것을 생각해본다면 ‘나 자신과 함께 아는 것을 나눈다’는 뜻이 가장 정확하지 않을까. 이를 기반으로 해석한다면 양심이라는 단어의 뜻은 ‘내가 아는 어떤 것...
2025.03.10 18:00계절의 변화는 색으로 온다고 했던가. 경칩(驚蟄)이 지나자 바람에 물기가 배고, 담장너머 벚나무, 매실나무 엷은 가지에 붉은빛이 감돈다. 봄의 신열에 마당가에 심은 수선화, 튤립, 작약도 새색시 손톱같은 순을 일제히 내밀었다. 매서운 겨울고개를 넘어 온 봄의 전령사들이다. 춘삼월이 다 되도록 맵찬 바람이 불고 눈까지 내려 예년보다 늦었다고는 하나, 이곳에서 저곳에서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간간이 방송을 탄다. 이맘때면 섬진강 다압마을에서, 지리산 산동마을에서 어김없이 꽃축제가 열린다. 한겨울 지나 봄...
2025.03.09 16:06‘만약 테스코가 끝까지 양보하지 않으면 매각을 포기하겠다.” 외환위기(IMF)가 한창이던 1999년 3월 15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회의실.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와 삼성물산 유통사업부가 홈플러스 인수 합병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수개월의 산고 끝에 대부분의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몇 몇 세부 문제를 놓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상황. 자칫 인수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서 삼성물산 이승한 대표는 ‘계약 파기’라는 승부 수를 던졌고 결국 계약은 성사됐다. 다국적 할인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시작이었다. 신세계와...
2025.03.06 17:06중국 전국시대 연나라에 진나라의 장군 번오기가 망명해 있었다. 진나라의 왕이 번오기를 잡아들이려 재물을 내걸고 찾고 있었기에, 진시황을 미워하던 형가는 번오기에게 “장군의 목을 얻어 진나라의 왕에게 바쳤으면 합니다. 그러면 진나라의 왕은 저를 만나려 할 것입니다. 그때 제가 그의 가슴을 찌르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형가의 말에 번오기는 한손으로 팔을 움켜쥐고 다가가더니 “이는 제가 밤낮으로 이를 갈며 속을 썩이던 것입니다.(此臣之日夜切齒腐心也)”라고 하며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형가는 장군의 목을 상자에 담아 진나라로 향했고, ...
2025.03.05 17:40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개막한지 올해가 30주년이 되는 해다. 1995년 6월 27일 제1회 동시지방선거는 사실상 지방자치 시대를 열었다. 주민이, 주민에 의해, 주민을 위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을 선출했다. 지방자치를 통해 주민이 직접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함으로써 주민 의사를 지역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주민 투표·주민 소환·주민 감사 청구 등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확대할 수 있는 주민참여제도를 활성화했다. 또 지역 실정에 맞는 입법 활동이 증가했다. 지방자치 시행으로 풀뿌리 민주주...
2025.03.04 17:42누구나 한번쯤은 달을 보면서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상상해 봤을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민족은 천사나 귀여운 토끼, 신선들의 나무인 계수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은 중국 설화에 있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달에 가서 영원불사 약을 찧는 옥토끼 스토리다. 동양 문화권에서 달의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반면 서양에선 달 안에서 ‘남자(월남)’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나쁜 짓을 해 달로 유배당한 노인이라고 생각했다. 독일 민화에선 크리스마스 이브에 양배추를 도둑질하다 들켜 유배당한 남자로...
2025.03.03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