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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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달라이 라마
이용환 논설실장
  • 입력 : 2025. 07.03(목) 17:22
이용환 논설실장
1997년 개봉된 장자크 아노 감독의 ‘티벳에서의 7년’은 오스트리아 산악인 하인리히 하러가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영적 성숙을 얻는 과정을 그린 실화 영화다. 임신한 아내를 뒤로한 채 히말라야 낭가 파르밧 원정을 떠난 하러. 강인함으로 상징되는 그는 혹한의 에베레스트에서 몇 번이나죽을 고비를 넘기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영국군 포로가 된다. 그리고 목숨을 건 탈출. 어렵게 티베트 라사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를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와 함께 했던 그 7년이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 줬다.”는 게 하러의 회상이다.

달라이 라마는 ‘바다 같은 지혜’를 가진 스승이라는 의미다. 티베트 불교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이면서 1959년까지는 실질적인 통치자 역할도 했다. 달라이 라마의 선출 과정도 신화적이다. 정확히는 선출이 아니고 ‘찾아내기’다. 달라이 라마가 사망하면 티베트 고승들은 어딘가에서 환생했을 새로운 후계자를 찾는다. 환생에 대한 단서는 꿈이나 자연 징조 같은 것 들이다. 14대 달라이 라마인 지금의 텐진 갸초는 그의 나이 2살 때 티베트 북동부 한 농가에서 발견돼 전임인 13대 달라이 라마 둡텐 갸초의 환생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평온했던 조국 티베트에 중국군이 침략해 오면서 100만 명에 이르는 동포의 죽음을 목격했고, 6000여 곳의 사원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지금까지 티베트 자유를 위해 소신공양으로 목숨을 버린 승려도 2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텐진 갸초는 특유의 친화력과 합리적 사고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모두를 포용해야 한다는 용서의 철학, 서로의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전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신념도 따뜻하다.

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가 오는 6일 90세 생일을 맞는다. 지난 2일에는 자신의 죽음 이후 환생으로 이어지는 달라이 라마 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중국이 지정하는 후계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앞서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티베트에 ‘민족 단결’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따를 것을 압박했다. 사실상 다음 달라이 라마를 중국이 지명하겠다는 통보다. 평생 사랑과 용서, 평화를 위해 살아온 달라이 라마,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비폭력으로 독립을 요구해 온 티베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명맥은 유지될 수 있을까. 영화 ‘티벳에서의 7년’에서 달라이 라마는 걱정 많은 하러를 위로하려고 티베트에 내려오는 속담을 소개했다. “어차피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하지 못할 일은 걱정해도 소용없다.”고. 이제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주민에게 우리가 이 속담을 들려줘야 할 것 같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