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의 기억이 다시 소환됐다. 12월 3일이다. 무도한 권력의 위헌적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밤이다. 국회 잔디 축구장에 무장한 계엄군을 태운 헬기가 줄줄이 내렸다. 계엄군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에 난입했다. 80년 광주가 2024년 서울 수도 한복판에서 재현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국민 모두가 불안과 공포로 잠 못 이룬 불면의 밤이었다. 만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이 조금만 늦어졌다면, 그 사이 계엄군이 본회의장에 진입했다면, 그래서 계엄이 성공했다면, 대한민국은 44년 전, ‘...
2024.12.16 18:52영국 맨체스터 북부에 위치한 소도시 베리를 연고로 하는 축구 클럽 베리FC에게 2019년 8월 27일(현지시간)은 가장 뼈아픈 날이다. 지독한 재정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리그 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1(3부리그)에 속한 베리FC는 1885년 창단해 134년의 역사를 이어온 유서 깊은 구단이었다. 창단 초기에는 1~2부리그를 오가면서 1900년과 1903년 두 차례 FA(잉글랜드 축구협회)컵 우승을 차지했다. 1부리그 최고 성적은 1925~26시즌 4위였다. 2000년대부터는 심각...
2024.11.25 18:3110월10일이었다. 대한민국 전역에 생각치도 못했던 문학의 축복이 쏟아진 그 날은. 일제 시대를 거쳐, 한국 동란을 지나, 수십 년의 독재를 버텨내며 뿌리를 내려온 한국 문학계지만, 세계에서 인정 받기에는 한참이나 남은 듯 했다. 우리 언어의 맛을 세계인들이 이해하기도 힘들 뿐더러, 동북아의 삐져나온 반도에서도 그나마 절반에 해당하는 이 조그만 대한민국에 무엇이 있어 세계 지성인들의 마음을 울릴까 싶은 자괴감만 이어지던 날들 속에서, 난데 없이 감당키 어려운 축복이 폭죽처럼 터져 쏟아져 내린 것이다. 한...
2024.10.14 18:40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지난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의 대세론 속에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가 85.40%이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획득, 당 대표로 선출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8·28 전당대회 득표율인 77.77%를 훌쩍 넘어서며 압도적인 당심을 확인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민주당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강성 팬덤층의 열렬한 지지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의 참여와 관심은 저조했다. 이번 전당...
2024.08.19 18:23요즘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거침이 없다. 쟁점법안 입법이나 당헌당규 개정 등 뭐든 속전속결이다.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단일대오’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변화는 당원권 강화다. ‘당원이 주인인 정당,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핵심은 권리당원의 투표권 강화다. 당 지도부를 뽑는 8·18전당대회에 맞춰져 전광석화 같이 당규를 개정했다. 예비경선, 본경선에서 대의원 표 비중을 줄이고, 권리당원 비율을 대폭 늘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무리 생각해...
2024.07.22 18:11전남지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국립의과대학 설립’이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가장 많은데도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곳이다. 의대가 없어 의료 인력과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전남은 매년 70만 명의 도민이 타 지역으로 원정 진료를 받으러 가는 불편을 겪어오고 있다. 이에 전남도는 지역의료계 인력난 해소와 의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30여년 간 정부에 국립의대 유치의 필요성을 건의해 왔지만 외면을 받았다. 전남도민들의 30여년 숙원사업인 전남...
2024.06.10 19:05어떤 무엇인가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없어진다는 것은 ‘존재 가치가 소멸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가치’란 그것이 실재하던 혹은 사라졌던 간에 여러 방면에서 흔적이 남게 마련이고, 그 흔적이 다른 이의 기억을 통해 뻗어 나가고 상기 되면서 생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존재가치’란 ‘인류의 역사’이고, ‘발전의 원동력’이며, ‘미래로 가는 열쇠’라고 포괄적으로 해석할수 있다. 여기 한 마을이 있다. 무등산 밑에 자리잡은 광주 동구의 태봉마을이다. 이곳에서는 1980년 5월 당시 지역방위군이 편성됐다. 그들이 총을 든 것은...
2024.06.03 18:15제22대 총선이 막을 내린지 2주가 지났다. 이번 총선 민심은 그야말로 매서웠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이 지나고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민심은 무능·무책임·고집불통 정권에 회초리를 휘두르며 국정운영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총선 결과, ‘정권심판론’의 우세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벌써부터 정치 지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거대 야당의 요청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갖기로 했고, 정부 여당도 부랴부랴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이번 총...
2024.04.25 14:46국민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여야 대진표는 거의 다 짜여졌다. 오는 21~22일 총선후보자 등록을 하면, 28일부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4·10 선거일 전 까지 13일간 각 정당과 후보들은 전국에서 뜨거운 유세전을 펼칠 것이다. 선거는 흔히 구도와 프레임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그 틀에서 흐름과 추세를 읽고, 결과를 예측한다. 이번 총선은 공천부터 파열음과 각종 논란 속에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공천 과정에선 더불어민주당이 고전해 당 지지율을 깎아 먹었다. 친명(친이재명) 사당화, 비주류 ...
2024.03.18 13:47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어느새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봄은 프로스포츠의 계절이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한 시즌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올해 프로축구는 지난 1일 개막했고, 프로야구는 오는 9~19일 시범경기를 거쳐 23일 정규리그를 시작한다. 올시즌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흥행 요소들이 많다. 프로야구에서는 무엇보다 메이저리거 류현진(36)의 복귀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지난 2월 22일 친정팀 한화이글스와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을 맺고 12년 만에 KB...
2024.03.07 18:14설 명절 연휴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 각 정당마다 본선과 경선 후보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오는 21일부터는 재외선거인 명부 작성도 시작되는 등 사실상 4·10 총선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광주·전남지역 총선판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부터 선거 판세의 변곡점이 될 총선 이슈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되서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1차에 이어 15일 컷오프를 포함한 2차 경선 지역구를 발표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 대한 개...
2024.02.15 14:04때는 국민의당 열풍이 광주·전남을 휩쓸던 2016년이었다. 그때 ‘그’는 컷오프를 통보 받고 국회의원 출마를 포기할 때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던 중이었고 ‘그’의 순서는 9번째였다. 단상에 오르자 사뭇 비장한 표정과 함께 어찌보면 감격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과거엔)필리버스터 같은 수단이 없으니까 점잖게 싸울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국민으로부터 폭력 의원이라고 낙인 찍히지 않았을텐데…”라던 그는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2024.01.18 16:25모래바람만 날리던 사막에 최첨단 미래도시가 들어선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야심작 ’비전 2030’ 핵심사업 ‘네옴시티(새로운 미래도시)’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들어서는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다. 5000억 달러(700조원)가 투입되며 1차 2025년 완공, 2차 2030년 최종 완공이 목표다. 빈 살만은 “구형폰에서 신형폰으로 옮긴 혁신처럼 네옴시티 건설로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의 빅픽쳐인 네옴시티는 4개 공간으로 이뤄진다. 서울~강릉거리인 170㎞의 직선...
2024.01.01 13:23정당은 위기를 맞게되면 ‘전가의 보도’처럼 띄우는게 있다. 국민 눈높이에서 당 쇄신을 하겠다며 꾸리는 혁신위원회다. 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내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 특히 총선 전에는 매번 구성된다. 유권자에게 공천 혁신과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정치적 행위다. 지지층을 결집하고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 이 만큼 가성비 좋은 위원회는 없을 것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역시나 거대 양당의 혁신 경쟁이 뜨겁다. 그런데 양당의 혁신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엇비슷하다. 말과 구호는 요란하고 결실은 미미해 ...
2023.11.29 13:03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해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인생역전(人生逆轉)’이라고 말한다. 인생역전은 대개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노력과 희생, 그리고 운이 필요하다. 인생 역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며 학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 역전을 위해서는 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때로는 운이 좋아야만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지 않은 경우에...
2023.11.23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