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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수년 전, 12편에 걸쳐서 마감했던 기획이 떠올랐다.
해당 기획은 고려인들이 숙청 당해 중앙아시아로 쫓겨났던 디아스포라의 길을 따라가며 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취재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제법 괜찮은 기차 칸에서 하루 세끼를 다 먹을수 있었음에도 최종 목적지까지 걸리는 일주일이 너무나 길었다. 기차 벽은 새벽이면 얼음처럼 얼어서 이불이 소용이 없었고, 무엇보다 한국인을 보면 트집을 잡아서 뭐라도 털어내고 싶은 일부 러시아 공무원들의 행태가 짜증과 피곤을 유발케 했다. 허나 고려인들은 화물칸에서 짐짝처럼 실려갔었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그때도 지금도 그야말로 허허벌판.
아무것도 없는 곳에 버려진 고려인들은 땅을 파고 들어가 짐승처럼 겨울을 지냈고, 끝끝내 중앙아시아에서 터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후손 중 일부는 공산당 간부가 돼 자신들의 조국은 러시아라 하기도 했다.
하지만 10명중 8명은 “내 조국은 꿈에도 그리던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1세대와 2세대를 넘어 3세대, 그리고 지금 10대인 4세대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그들이 누구인가. 일제의 핍박을 피해 이주한 우리 조선인들이자, 독립군의 후손이기도 하다. 그 누구보다 조국을 사랑했고, 조국을 그리워 했으나 다시 가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버린 중앙아시아의 우리 핏줄이었다.
그 기획 연재를 마치면서 그들을 데려와 이주 시킬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 정책국장의 입에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은 계획중이지만, 인구 감소가 눈에 보이는 전남지역에 우리의 핏줄을 데려오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물론 계획이겠지만, 그럼에도 말을 듣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멀어도 핏줄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더욱이 이들은 독립을 꿈꾸며 떠났던 이들의 후손이며 그 누구보다 한국인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때가 되면 연어도 고향으로 돌아온다. 허나 그들은 돌아올 때가 한참 넘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데려와야 할때다. 전남도교육청의 정책 계획에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