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34-3>기온은 매년 오르는데 폭염 대책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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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134-3>기온은 매년 오르는데 폭염 대책은 ‘제자리’
어르신·어린이·노동자 등 일상생활 지장
무더위에 그늘로 피신해도 소용 없어
지난 6월 1973년 이후 평균기온 최고치
"중장기적 관점에서 도시 구조 변화 필요"
  • 입력 : 2025. 07.06(일) 18:47
  •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지난 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한 공원 팔각정에서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정승우 기자
체감온도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지역민의 일상이 흔들리고 있다.

노인들과 아이들은 집 이외에는 갈 곳이 없고, 일선 현장 노동자들은 무더위 속 생명을 걸고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들 모두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실질적인 폭염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 4일 오후 찾은 광산구의 한 공원.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그늘진 곳에 모인 노인들은 벤치에 기대 앉거나 팔각정에 앉아 부채질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그늘이 져 있는 곳임에도 이미 노인들의 등에는 땀이 번져 있었고,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한 노인은 공원에 비치된 운동 기구에 다가서다 이내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최숙희(71)씨는 “요즘 날씨가 말도 안되게 덥다. 집에 있어도 더우니 밖에서 바람이라도 쐴 겸 나왔는데 소용이 없다”며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기구에 올랐다가 햇빛에 달궈진 탓에 뜨거워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모(83)씨는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그늘로 피신했는데 시원하지 않다”면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뜨거운 공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찾은 놀이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늘이 없어 뙤약볕 아래 그대로 노출된 놀이터는 뜨거운 지열까지 겹쳐 한껏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놀이터를 찾은 아이들도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기만 할 뿐 미끄럼틀에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녀와 함께 놀이터를 찾은 김세은(28)씨는 “아이가 보채서 안고 미끄럼틀을 탔다가 생각보다 너무 뜨거워 깜짝 놀랐다”며 “아이 손바닥이 닿았으면 화상을 입었을 것 같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이용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영산강변을 따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도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힘들어 했다.

건강을 위해 무더운 날씨에도 자전거를 끌고 나와 라이딩을 했지만 그늘 한점 없는 도로를 따라 달리기가 여간 쉽지 않은 듯 쉼터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모(50대)씨는 “집에서 얼음물을 챙겨왔지만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금방 다 녹아버렸다. 각오는 하고 나왔지만 생각보다 더 덥다. 나온 것을 후회하는 중”이라면서 “바람도 불지 않고 그늘도 없어 한여름, 특히 대낮에 자전거를 타는 것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하다.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성광섭(63)씨는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작업을 하지만 에어컨이 없는 근무 환경때문에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씨는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라 견디기 버거운데 일터에 에어컨도 없어서 너무 힘들다”며 “일하는 중간에 샤워할 수도 없어서 집에서 작업복을 두개씩 챙겨서 나온다. 벌써부터 이런 상황이면 7월 중순과 8월에는 어떻게 버텨야 하나 걱정이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체감하는 것처럼 올해 여름 더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4일 광주지방기상청이 발표한 ‘6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지역 평균기온은 22.9도로 평년보다 1.4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도 높아 1973년 이후 6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7월 중·하순이 되지 않았음에도 폭염에 따른 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는 것과 관련, 일시적 대책 마련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효성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매년 반복되는 기후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 개인의 노력으로 폭염을 회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자체에서 무더위 쉼터, 얼음물 공급 등 지역 내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일시적 대책이 아닌 실효성있는 중장기적 대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녹지가 풍부한 공원을 조성, 도시계획상 바람길을 형성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도시 구조 환경을 변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