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강렬한 대비 통해 파고든 진실과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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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흑백 강렬한 대비 통해 파고든 진실과 거짓
시립미술관 '정영창'초대 展
작품으로 '광주정신' 소개
독일서 30여년간 활동
체르노빌부터 인체까지
  • 입력 : 2016. 09.21(수) 00:00
광주를 방문한 정영창 작가가 자신의 작품 'Head'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커다란 해골이 관람객을 맞는다. 작품 속에 흔히 등장하는 해골의 모습이 아니다. 해골 이마에 뚫린 구멍. 총알이 남긴 흔적이 보인다. '남의 손에 죽임을 당한 주검'의 표현이다.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의 물음을 관객이 던진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정영창 초대전'이다.

정영창 작가는 목포 출신이다. 1980년대 초반 독일로 유학해 카셀 미술대학, 뒤셀도르프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뒤셀도르프에서 30여 년간 특유의 회화 작업을 해왔다.

그는 2015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달콤한 이슬'전을 통해 한국에 처음 알려졌다. 그는 한국 분단의 고통을 상징하는 교수 서승, 카톨릭 신부 문규현, 축구선수 정대세 등의 대형 인물 초상을 통해 예술적이고 품격 높은 방식으로 한국의 분단과 군사독재 시절의 슬픈 역사를 상기시켜줬다. 기존의 한국미술과는 다른 독특한 양식과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관객들에게 충격과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불행했던 한국의 역사에만 천착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업의 시간적 범위는 20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100여년에 걸쳐 있다. 체르노빌부터 후쿠시마까지, 카미카제부터 드론까지, 죽어가는 보통사람의 모습부터 아름다운 인체의 모습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그는 예술을 통해 인류의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전시 주제도 '생과 사'다. '생과 사'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다. 그는 한국의 감성을 바탕으로 서구의 논리로는 풀 수 없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예술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흑과 백은 동양의 예술적 전통이자 서양의 세계관이다. 흑과 백의 대비와 조화, 생과 사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광주정신과 통한다.

광주시립미술관 변길현 학예연구사는 "그의 작품의 장점은 주제 또는 대상이 어느 한 지역, 어느 한 국가에만 해당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인류, 모든 국가에 통용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며 "서양의 이원적인 사고체계인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해 그 중간에 있는 삶의 모습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또 "흑과 백, 생과 사. 그 중간에 있는 것들. 그는 결국 인간을 그리는 것"이라며 "자유와 인권과 평화의 화가. 이 세상 화가 중 오직 정영창에게만 어울리는 칭호"라고 평했다.

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은 "그의 작품은 한국 사회에 예술을 통한 치유, 그리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6일까지다.

글ㆍ사진=홍성장 기자 sjho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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