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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인천의 오랜 원도심인 ‘남구’는 도시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근 명칭을 ‘미추홀구’로 바꾸고 각종 정비사업과 재개발.재건축에 힘 쏟고 있다. 인천의 중심에 입지하고 있는 이 지역은 인하대, 인천대가 있는 교육의 중심지면서 각종 산업단지와 화물터미널, 사통팔달 교통망을 갖춘 경제중심지로서 낡은 주거지를 정비하며 새로운 도시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대구 발상지인 ‘중구’도 마찬가지다. ‘근대골목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이야기 옷을 입히고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북성로 일원 뉴딜사업 선정 등 도심재생사업을 활발히 펼치며 낙후된 원도심을 다시 주목받는 번화가로 변모시키고 있는 추세다. 1960년대 공업지구로 지정된 울산 원도심도 최근 원도심을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고 시립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공방, 아기자기한 카페 등이 빈 점포를 채워나가며 중심상권이 다시 원도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위 사례들은 지역 내 유.무형 역사문화자산의 조화로운 보존과 개발을 통해 원도심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대표적 사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낡고 오래된 것들은 무조건 때려 부수고 새 건물을 지어야 도시가 변화 발전한다고 인식해 왔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새로운 조류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옛 것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복원하는 작업이 때로는 개발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옛 전남도청 자리에 2015년 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서면서 광주 동구도 도심공동화 속도가 늦춰지고 도시재생 추진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문화전당 인근 동명동 빈 점포가 개성 있는 카페와 주점, 식당들로 속속 채워지고 ‘아이플렉스 광주’를 중심으로 푸른 나래를 펼치려는 청년들 꿈이 무르익고 있다. 이러한 때 광주도 위에서 언급한 사례처럼 원도심의 가치를 새롭게 발굴.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구는 광주민주화운동 중심지인 금남로.5.18민주광장을 비롯해 호남 최대상권이던 충장로, 지금은 야시장 명성이 더 자자한 대인.남광주시장, 예술가들의 사랑방 ‘예술의 거리’, 무등산 의재로에 밀집한 ‘미술관거리’ 등 광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대거 포진해 있다. 광주시와 동구가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지어 지역의 역사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자치구간 경계조정이 어느 선까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많은 역사문화유산을 동구가 잘 관리하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적정규모의 인구와 예산, 행정력이 뒷받침 돼야하기 때문이다. 여타 대도시에서는 원도심을 지역 관광자원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동력으로 가꾸려는 노력이 한창인데 반해 광주는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 해당지역 일부에서 동구 전입을 반대하는 이유도 원도심의 비전과 발전전략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자치구간 경계조정은 지역 상생균형발전과 원도심 가치를 광주전역으로 확장시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원도심의 가치가 미래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빛고을의 특수성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고민하는 큰 그림 속에서 함께 발전하는 광주공동체의 모습을 기대한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동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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