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희 의원

표창원 의원
막말과 몸싸움, 파행, 난장판, 내로남불…. 우리 국회에 흔하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 중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란 평가다. 막말 정치는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말을 대화가 아닌 선전·선동에 이용했다. 상대 정당이나 지도부를 향해 '도둑놈들', '사이코패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제1야당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좌파 독재', '좌파 폭정'으로 몰아갔다. '달창'이나 '한센병'이라는 민감한 말까지 나왔다. 국민정서와 동 떨어진 막말은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증을 낳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켰다.
대한민국이 진영과 이념 논리로 쪼개지는 단초도 20대 국회가 제공했다는 비판이다. 광장 정치, 장외 규탄집회, 심지어 태극기 부대 등 극우 보수세력들이 국회 본청을 에워싸고 진입을 시도하는 사상초유의 국회 침탈사건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초선 국회의원 두 명이 내년 4·15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참회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철희(55) 의원과 경기도 용인 정 지역구 표창원(53) 의원이다. 초선 국회의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대 국회에 대한 반성과 참회가 불출마 이유였다.
이철희 의원은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습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습니다.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입니다."
이 의원에 이어 표창원 의원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습니다. 사상 최저라고 알려진 법안 처리율, 20여 회의 보이콧, 패스트트랙 처리를 둘러싼 폭력과 회의 방해 사태, 막말과 무례와 비방과 억지와 독설들…국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과 참회를 해야 합니다."
두 의원은 여당 내 젊고 유능한 스타급 정치인이다. 이 의원은 뛰어난 정책 역량과 품격 있는 언변으로 촉망 받아왔고, 표 의원은 경찰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전문성과 대중 인지도를 두루 갖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당 대표 시절 발탁했던 인사들이다.
정치인의 품격있는 말과 행동에 대해, 표 의원은 흔들리지 않는 초심과 역지사지를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가 야당일 때 했던 말과 태도들, 여당이 되었을 때는 야당에 대해 조금 더 폭넓은 이해와 포용력을 가지고 해왔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작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정치 판갈이'를 주장했다. 386세대 용퇴론을 넘어 정당 개혁, 국회 개혁, 헌법개혁(개헌)까지 일련의 정치혁신을 통해 일하는 국회, 국민과 같이가는 정치가 작동하게끔 하는 것이 '판갈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오는 총선에서 국회에 새 목소리가 들어오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 대선까지 2년 동안이 정치를 혁신할 골든타임"이라며 "이번에 못 바꾸면 한국 정치는 영원히 국민 불신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82년생 김지영, 95년생 이남자(20대 남성), 우리 옆의 김용균씨, 제2의 진대제, 탈북민과 하재현 중사까지 누군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와서 잘 대표하면 그게 정치가 잘 돌아가는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