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꼴찌인데 되레 늘어나는 ‘노키즈존’ 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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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출산율 꼴찌인데 되레 늘어나는 ‘노키즈존’ 업소
광주 10곳·전남 13곳…전국 542곳
아동친화 환경 조성 노력에 역행
업주, 안전사고 우려·소음 발생 탓
“아이 놀 권리 보장 환경 조성해야”
  • 입력 : 2023. 07.24(월) 18:10
  • 김해나·박소영 기자
24일 광주시의 한 대형 레스토랑 입구에 ‘노키즈존’(어린이 출입 금지)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전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No-kids zones)이 늘고 있다.

노키즈존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의 ‘아동 친화’ 환경 조성 노력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다른 손님을 배려하고 영유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업주의 고육지책이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제주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노키즈존 현황과 쟁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업소는 광주 10곳, 전남 13곳을 포함해 542곳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80곳), 제주도(78곳), 서울시(65곳), 부산시(63곳), 경북도(50곳), 경남도(45곳), 대구시(31곳), 강원도(29곳), 울산시(18곳), 인천시·충남도(각 13곳), 충북도(12곳), 전북도(11곳), 대전시(10곳), 세종시(1곳) 순이다.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실제 노키즈존 영업장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에 대한 과도한 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1인당 합계출산율 0.78명을 기록한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이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의견이다. 어린 아이의 출입을 제한하는 공간이 늘어나면 출산과 육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광주의 경우 2019년 12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은 만큼 노키즈존 영업은 정책 목표와도 상반된다는 평가다. 광주시는 지난 2015년 ‘아동·청소년 친화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하고 전국 광역시·도 최초로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 아동·청소년 의회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아동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업주들은 영유아·어린이가 뛰어다니거나 부딪히면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매장 내 기물 파손 등이 빈번히 발생해 노키즈존 영업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의 한 카페 업주는 “아이를 동반하고 방문한 손님들 중 일부는 아이가 소란스럽게 뛰거나 떠들어도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손님들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노키즈존 영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노키즈존’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아동 친화 도시’를 위한 환경 조성을 강조한다.

박순길 남부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 달리 친구와 마당·동네에서 뛰어노는 문화가 없고 가정에서도 놀이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않기 때문에 밖에서 ‘놀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시대적인 변화기에 있다”며 “아이들이 존중받는 한 인격체로서 어디서든 놀 수 있고, 부모로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노키즈존’이라는 용어로 아이들의 놀 권리를 한정하다 보면 업주와 부모 간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광주시가 아동 놀이 친화도시로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고 제언했다.
김해나·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