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어철인데 배래부렀소”… 조업 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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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민어철인데 배래부렀소”… 조업 포기 속출
● 폭염현장 영광 향화도항 가보니
계속되는 폭염…고수온에 허탕
평균 어획량 300㎏→100㎏ ‘급감’
민어값 3배 폭등 손님 발길 끊겨

  • 입력 : 2023. 08.06(일) 18:55
  • 정성현 기자
지난 5일 영광 염산면 향화도항에 수 척의 배가 출항하지 못한 채 정박해 있다. 정성현 기자
“아따, 징허게 더운께 물고기들도 올라올 기미가 없고마잉. 이번 철은 배래부렀네 배래부렀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부들마저 손을 놓고 있다. 물고기가 도통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먼바다까지 나가도 조황이 아주 나빠지면서 아예 출항을 포기한 채 배를 놀리는 어부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까지 겹치면서 어부들의 한숨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폭염 속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지난 5일 영광 염산면 향화도항. 배가 정박한 부두에는 고요함만 가득했다. 예전 같으면 조업을 위해 한창 움직여야 할 어부들은 온데간데없고 바닷물 위에 십 수척의 배들만 흔들거릴 따름이었다. 바닷가 특유의 짠내가 가득한 데다 뜨거운 바람까지 더해지니 불쾌지수는 급상승했다. 이날 영광은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돌아 폭염·고수온 특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고수온 특보는 수온이 26도에 도달할 때 발령된다.

부두 인근 그늘막에서 한참 바다를 바라보던 선주 김모씨는 “이 무더위에 바다에 나가는 건 고역이다. 육지에서 멀어지면 더 뜨거운 바람이 분다.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20년째 고기를 잡는 어부로, 최근 민어철을 맞아 각시도·낙월도 쪽으로 민어잡이를 나가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여름철 조업을 아예 포기해야 하나’를 고심하는 중이다.

김씨는 “바다에 가도 물고기가 안 잡힌다. 민어철인데 어망에 한마리도 못 건질 때도 있다”며 “날이 더우니 민어들이 좀처럼 움직이질 않는다. 평소 이틀이면 들어와야 하는데, 사흘이 넘도록 바다에 있기도 한다. 기존 낙월도에서 약 40㎞ 떨어진 안마도까지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름값에 인건비까지 추가돼 적자만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영광어촌협의회에 따르면 민어철인 7월에서 9월까지 배 한 척당 1회 조업 시 평균 어획량은 300㎏이다. 그러나 올해 평균 어획량은 1/3 수준인 100㎏대로 크게 줄었다. 민어가 잡히지 않다 보니 가격도 ㎏당 8000원대에서 3만원대까지 폭등했다. 여름 보양식으로 이곳에서 민어를 구입하던 소비자들의 발길도 뚝 끊겼고, 칠산타워 횟집 거리도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곳이 생겼다.

석오성 향화도항 어촌계장은 “영광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온배수가 배출돼 다른 지역에 비해 바다 고수온에 취약하다”며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이슈가 터진 뒤 영광 수산물 매출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폭염으로 어획량이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고수온 폐사 등으로 어종이 고갈되는 사례도 더러 있다. 최근 민어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해 다행이지만, 부디 빨리 이 어려움이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소망했다. 
정성현 기자 inf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