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대선주자 앞세운 신당 ‘단 3번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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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지역주의·대선주자 앞세운 신당 ‘단 3번의 성공’
●총선 D-100… 신당 창당 성공사례
정주영 중심 통일국민당 31명 당선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50명 '대성공'
안철수 국민의당, 호남 의석 석권
“제3지대 지속성 없어” 비판 거세
  • 입력 : 2023. 12.28(목) 17:37
  •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 지역 내년 총선 출마예정자 20명이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이 새해 첫날 기준으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제3지대’ 창당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 추진이 정국을 달구고 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여권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3지대는 더이상 선거판에서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대선이나 총선 등 선거가 있을 때마다 거론돼왔고 요란한 시작과 달리 소리소문없이 소멸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에서 제3지대가 성공한 것은 단 3번뿐”이라면서 “그 중심에는 ‘대선주자’라는 구심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없이 명멸해간 신당 창당의 역사 속에 성공사례를 짚어본다.

●창당 한달만에 31명 당선 ‘통일국민당’=현대그룹의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중심이 돼 창당한 통일국민당은 1992년 1월 창당준비위원회가 구성됐고, 같은 해 2월 김동길이 창당을 추진하던 새한당을 흡수하면서 세를 넓혔다. ‘경제 대통령, 통일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건 통민당은 창당 한 달만인 1992년 3월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무려 지역구 24명, 전국구 7명 등 31명의 당선자를 내면서 단번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정 명예회장의 고향인 강원도를 비롯해 수도권과 당시에 여당이던 민주자유당 텃밭인 대구 경북, 김종필 전 총리의 충청권까지 세를 넓혔다. 이는 당시 정치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제3지대도 성공할 수 있음을 각인시키는 시작점이 됐다.

●50명 당선 돌풍 ‘자유민주연합’=김종필 전 총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자유민주연합은 초기엔 충청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으로 출발했다.

김 전 총리는 1994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 소속이었다. 민자당은 1990년 3당 합당으로 인해 민정계, 민주계, 공화계로 구성됐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민주계의 젊은 의원들이 김 전 총리를 ‘구시대 인사’로 몰아붙였다. 이에 김 전 총리는 지난 1995년 1월 자신을 따르는 공화계 의원들을 데리고 민자당을 탈당해 자민련을 창당했다. 여기에는 민주계에 밀렸다고 생각한 민정계 일부가 가담했다. 충청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핫바지론’과 ‘원조보수론’ 등을 내세웠고 노태우 대통령의 처남인 김복동의 신민당과 합당하는 등 5공화국, 노태우 세력을 대거 영입했다. 이에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충청권 24석, 비충청권 17석, 전국구 9석으로 총 50명의 당선자를 내 대성공을 거뒀다.

●안철수 앞세운 국민의당 38명 당선=신선한 정치인이자 깨끗한 학자 이미지의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은 당시 여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과정에서 창당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국민회의, 통합신당, 국민주권개혁회의 등의 단체를 흡수해 세를 늘렸다.

참여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2016년 2월2일 국민회의와 통합 창당대회를 개최했는데 참여자는 안철수,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박지원, 정동영 전 의원, 천정배 전 국민회의 공동대표, 박주선 통합신당 전 창당준비위원장, 동교동계 전직 정치인, 한상진 교수와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이 참여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번과 2번을 일하게 하려면 3번을 찍어달라’라는 구호와 함께 호남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38석을 확보했다. 또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를 기록하면서 원내 제3당의 지위에 올랐다.

●‘새로운 정치’ 표방하지만=성공한 제3지대는 ‘대선주자’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항상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이것이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의 바람과 맞물려 큰 효과를 냈다.

문제는 이런 신당이 과연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적 소명을 만족 시켰느냐는 점이다. 앞서 거론한 성공한 제3지대의 수명도 자민련을 제외하면 10년을 가지 못했다. 시대적 소명을 수행한 정당이라기엔 너무나도 짧은 생명력이다.

이에 대해 공진성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신당 문제는 대선과 총선의 구조적 불일치와 지역에 기반한 정당 충원 구조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라면서 “자신의 이념 성향과 상관 없이 출신 지역에 따라 출마 정당이 결정되는 구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탈당과 신당 창당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어 “결국 이런 상황에서 성공적인 신당은 일단 자신이 당선될 수 있는 정당이고, 나중에 비싼 값에 팔리는 정당이고, 그래서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정당일 것”이라면서 “안타깝게도 지금 논의되는 신당들 가운데 어느 것도 3년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 같다. 정당의 지속성이 성공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