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9일 러시아 포르토바야 만에서 진행 중이 노르트 스트림 공사현장. 뉴시스 |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세이모어 허쉬(Seymour Hersh)는 탐사보도에서 2022년 9월 26일에 발트해 덴마크 섬인 보른홀름 해안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1, 2 수중 가스관이 폭파됐는데, 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직접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미 해군 잠수부가 2022년 6월 정기 나토(NATO) 훈련 중에 가스관에 C4 폭발물을 설치한 뒤 3개월 후인 9월 26일에 원격으로 폭탄을 작동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르트 스트림 폭발이 미 해군 잠수부의 비밀 임무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노르웨이가 임무를 위한 기지를 제공하고 군사 및 정보 활동에서 미국과 협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방해 행위와 관련된 어떠한 연관성도 거부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러시아와 독일 간 노르트 스트림 수중 가스관을 폭파했다는 주장을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폭발이 발생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있는 스웨덴과 덴마크 모두는 가스관이 고의로 폭파됐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누가 책임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2023년 3월 7일 뉴욕 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이 친우크라이나 단체가 노르트 스트림 폭발에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했다.
허쉬는 미국이 단지 서유럽에서 오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의 국가 지도자들은 냉전 초기부터 북극권 근처 서부 시베리아에 있는 막대한 천연자원을 정치적 목적으로 무기화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해 왔다. 러시아 가스는 케네디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이 두려워했던 전략적 자산이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스관은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증가시켜 에너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비판 대상이 되어 왔다. 즉, 유럽에서는 에너지 위기를 기회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에 반대를 하며, 이 사업은 유럽에 나쁜 거래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 가스관 사업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무기이며 유럽 전체에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노르트 스트림-2 건설은 독일 메르켈 전 총리의 신뢰와 확신에 바탕한 것으로, 기본은 유럽 공동 번영의 정신과 가치에 있었다. 가스관 건설에는 건설 허가문제, 국경 초월 환경문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탄약 문제, 문화재 문제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주변국들의 협력도 큰 힘이 되었다. 노르트 스트림-2는 5개국(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및 독일)을 경유했다. 독일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오히려 가스관 폐쇄는 유럽 경제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러시아와 중국을 밀착시키고, 안보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보았다.
한편, 가스관 폭파 당시 러시아는 12개 이상의 가스관을 통해 전 세계에 가스와 석유를 ??공급하고 있었다. 노르트 스트림은 러시아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노르트 스트림-1과 노르트 스트림-2로 구성된 해상 천연가스관이다.
노르트 스트림-1은 2011년부터 독일에 저렴한 러시아 가스를 공급해 왔으며, 새로운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거의 완성되었다. 이 가스관은 발트해를 따라 1,220km에 걸쳐 서로 평행하게 뻗어 있다.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이들 가스관은 러시아의 값싼 가스로 인해 독일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공장과 난방 시설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독일 유통업체는 남는 가스를 서유럽 전역에 이윤을 남기고 판매할 수 있었다.
노르트 스트림-1의 운영 초기부터 워싱턴과 반러시아 NATO 파트너들은 이를 서구 지배력에 대한 위협으로 여겼다. 러시아 가즈프롬은 회사 주식의 51%를 소유하고 나머지 49%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2개 기업 등 유럽 에너지 기업 4곳에 분배되었다. 그들은 또한 독일과 서유럽의 현지 유통업체에 저렴한 가스를 판매할 권리도 가졌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가즈프롬은 노르트 스트림-1의 대주주이자 노르트 스트림-2의 소유자다.
미국의 정치적 두려움은 근거가 충분했다. 푸틴 대통령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히 필요한 추가 수입원을 얻었고 독일과 서유럽의 나머지 지역은 러시아의 값싼 가스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는 감소했다. 많은 독일인은 노르트 스트림-1을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중 파괴된 다른 유럽 국가와 독일을 재건할 수 있게 해 준 독일 전 총리인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의 구체화로 여길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독일은 번성하는 서유럽 시장과 무역 중심 경제에 값싼 러시아 가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
NATO와 미국에 따르면 노르트 스트림-1은 매우 위험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르트 스트림-2가 완공되면 독일과 서유럽에 값싼 가스 공급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었다. 게다가 두 번째 가스관은 독일 연간 소비량의 50% 이상을 공급할 만큼 많은 양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공격적인 외교 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와 NATO 사이의 긴장이 꾸준히 고조되어 왔다. 미국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드디어 시기가 도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2022년 2월 7일 바이든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에서 있었던 공동 기자회견에서 “만약 러시아가 침공한다면 노르트 스트림-2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끝낼 것이다... 약속한다. 우리는 그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결국 미국의 압력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틀 전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에 의해 가스 공급이 차단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에너지 부문에 상당한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여러 차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줄이는 보복을 가했다.
이어 가스관이 폭파되었다. 그 후 미국 국무부장관 블링컨은 2022년 9월 말 기자회견에서 가스관 폭파 후 서유럽의 악화되는 에너지 위기의 의미에 대해 그 순간이 잠재적으로 호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완전히 없앨 엄청난 기회이며, 이로써 푸틴 대통령이 에너지를 무기로 사용하는 능력과 자신의 제국적 의제를 추진하는 수단을 거부할 엄청난 기회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며 거대한 전략적 기회를 열어준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의 희망은 실현된 것일까? 2022년 6월 미국은 처음으로 러시아보다 더 많은 가스를 EU에 공급했다. 2022년 첫 11개월 동안 미국의 유럽으로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7% 증가했다. 이는 현재 미국이 유럽 LNG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동안 러시아로부터의 가스관 천연가스(PNG) 수입 중 유럽의 비중은 54% 감소했다.
가즈프롬 데이터와 로이터 계산에 따르면, 러시아 거대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의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은 2023년 283억 ㎥로 전년 동기 대비 55.6% 감소했다. 2022년 러시아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럽에 총 약 638억 ㎥의 가스를 공급했다. 2023년 유럽으로의 러시아 가스관의 일일 평균 수출량은 1억 7,480만 ㎥에서 7,760만 ㎥로 감소했다. 이 계산에는 LNG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때 러시아의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유럽으로의 러시아 가스 수출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정치적 여파로 인해 급격히 감소했다. 최고조에 달했던 2018~2019년 러시아의 유럽 가스 연간 공급량은 1,750억~1,800억 ㎥에 달했다.
이처럼 유럽 시장으로의 공급과 제재 제한으로 인해 2022~2023년에 급격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천연가스는 장기적으로 수출 회복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쉽거나 빠르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U 및 발칸 반도 국가에 대한 현재의 모든 러시아 가스관은 우크라이나 통과 운송(우렌고이-포마릐?우쥐고로드 가스관 및 프로그레스 가스관)과 터키 통과 운송(터키 스트림 및 발칸 스트림 형태의 지속)의 두 방향으로 거의 비례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유럽 가스 전송 시스템 운영자 네트워크(ENTSOG)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우크라이나-슬로바키아 국경에서는 공급량이 49.7%, 터키-불가리아 국경에서는 50.3%가 감소했다. 공급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주로 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에 공급하고, 터키를 통해 헝가리, 루마니아, 그리스 및 EU 회원국이 아닌 발칸 반도 국가에 계속 공급되고 있다. 헝가리는 두 경로(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를 통해 계속해서 가스를 공급받는 유일한 국가이다. 이 중에서 2022년부터 터키는 유럽에서 러시아 가스의 가장 큰 구매자가 되었다.
러시아와 EU 간의 현재 관계가 지속된다면 러시아에서 이들 국가로의 가스 수출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2027~2030년까지 오스트리아, 그리스,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및 아마도 루마니아는 러시아 가스를 완전히 포기할 것이다. 공급원의 다양화(주로 그리스와 불가리아를 통과하는 아제르바이잔 가스)로 인해 헝가리, 슬로바키아, 세르비아에서도 러시아 가스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다. 따라서 장기 계약에 따라 EU와 발칸 반도에 대한 총공급량은 연간 약 100억~120억 ㎥, 즉 2023년 수준의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다. 러시아 가스관 가스의 유럽 공급 증가는 러시아와 EU 간의 정치, 경제 관계가 전반적으로 정상화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능하다. 러시아가 EU로의 수출량 감소분을 단시간에 전체적으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중국의 가스 소비 및 수입은 적어도 2030~2035년까지 급속하게 증가할 것이다. 러시아 가스관 가스는 중국의 수요만 상대적으로 보장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의 소위 극동 경로로는 총수출량이 2027~2030년까지 연간 480억 ㎥이다.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통합 가스 공급 시스템(ЕСГ) 지역에서 나오는 러시아 가스에 대한 장기 수요가 존재한다. 몽골 시장까지 고려하면 총수출량은 연간 최대 500억 ㎥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은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용하여 EU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차지하는 전략적 기회가 되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이고르 코로트첸코(Игорь Коротченко)는 “미국의 전쟁 주요 목표는 유럽 에너지 시장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바이든은 유럽의 피해자, 고통, 이익에 관심이 없다. 그는 경제적 지배, 러시아의 유럽 에너지 공급 차단, 미국 기업의 유럽 에너지 시장 독점이라는 미국 정부의 계획된 목표를 실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