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서 700마리 유기농 사육 …이유있는 돼지 수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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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10㏊서 700마리 유기농 사육 …이유있는 돼지 수출국
(3) 덴마크 오덴세 엘민드 마을 유기농 양돈농장
  • 입력 : 2015. 12.14(월) 00:00
덴마크 오덴세 엘민드 마을에 있는 양돈농장. 73㏊에서 풀을 뜯어 먹고 산책하며 기른다. 수의사의 철저한 관리아래 유기농 돼지로 수출된다.
덴마크는 세계적인 유기농 식품 강국이다. 지난 1980년대부터 유기농 생산 발전을 국가 농업 정책에 포함시켜 집중적으로 키워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농산물에 축산물까지 유기농 생산을 확대했다. 유기농 가축 생산과 유기농 육가공품 생산에 나선 것. 오는 2022년까지 생산과 소비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안데르센의 고향이기도 한 오덴세 인근에 있는 엘민드 마을 '유기농 돼지농장'을 찾아가 봤다.



●73㏊ 양돈농장… '목장'에 온 듯

덴마크에 첫 눈이 내리던 지난 달 말 시골 풍경은 고즈넉했다. 산이 없어 지평선만 보이는 곳이라서 편안해 보인다. 농장에 도착하니 주인 부부와 정부에서 파견된 수의사 3명이 사람 좋은 미소로 반긴다. 내리자 마자 바로 농장으로 안내한다. 그런데 돼지가 보이지 않는다.

손짓발짓 해가며 돼지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저 멀리 손으로 가리킨다. 바라보니 뭔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집중해서 보니 돼지 수 십마리가 들판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저 곳이 돼지 운동장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던 돼지 사육장은 좁은 우리에 수십마리가 우글거리고 꿀꿀거리는 소리가 요란한 그런곳 아니던가. 사육장 크기는 무려 73㏊(24만9000㎡)나 된다. 돼지 농장이 아니라 '돼지 목장'이다. 이 넓은 공간에서 자연친화적 방목으로 키우는 돼지가 얼마나 건강한 제품인지 말 안해도 짐작이 간다.

73㏊ 중 63㏊는 사료 재배지로, 10㏊(3만3000㎡) 초지에서는 700두의 돼지를 키운다. 사육하는 직원은 라우스 파르소 라우센(51) 부부 둘 뿐이다. 정부에서 파견된 수의사가 함께 거주하며 돼지의 상태를 매일 매일 체크한다.

목초지 안으로 들어가니 '후드'라는 마름모꼴 플라스틱 돼지 집이 보인다. 자연공간에 놓인 모유실 겸 주거지다. 들여다 보니 새끼를 낳은 어미돼지에 새끼 10여 마리가 달라붙어 모유를 먹고 있다. 옆에서 풀을 뜯던 120㎏은 거뜬히 되는 어미돼지가 겁도 없이 취재진들 옆으로 와서 어슬렁거린다. 건너편에는 임신한 돼지들만 따로 모아 방목하고 있다. 전기철선을 설치해 놓고 돼지들을 분리해 관리한다. 전기가 통하는 철선 덕택에 서로 섞이지 않고 정해진 영역에서 진흙탕 목욕을 하며 지낸다. 평화로운 모습이다.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유기농 돼지가 도축돼 전세계 전역으로 팔려 나간다.

<그림1중앙>

●'오가닉 농장' 사육방식 벤치마킹을

이곳 유기농 농장은 일반 양돈농장과는 다르게 특별관리 된다. 유기농 돼지 생산을 위해 사육부터 판매까지 전과정을 밀착 관리ㆍ감시한다. 우리로 말하면 '오직 유기농 친환경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사육하고 있다.

철저한 유기농 돈육생산을 위해 관리된다. 우선 이 농장에서 키우는 씨돈(새끼를 낳는 돼지)은 3년간 6번을 번식한 후 도태된다. 더 이상 번식을 시키면 늙은 돼지의 건강하지 못한 돼지가 생산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차단한다.

새끼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항체를 높이기 위해 어미로부터 7주간 모유를 먹는다. 서로 물고 뜯는 등 싸우는 행위를 줄이기 위해 송곳니를 자르지도 않는다. 꼬리 또한 자르지 않는다. 태어나서 도축될 때까지 항생제 등 예방접종을 3회 이상 하지 않는다. 3회 이상 접종했을 경우 유기농 돼지에서 탈락된다.

이같은 사육과정으로 세계 최고의 유기농 돼지가 탄생한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전세계에서 '믿고 먹는' 돼지고기로 인기가 높다. 많은 량의 항생제를 먹이며 키우는 우리나라 양돈농가들이 벤치마킹 해야 할 대목이다.

라우스 유기농 돼지농장주는 "21년간 돼지 농장을 운영했다. 지난해 초 유기농 돼지사육을 첫 도입했다. 동물복지를 위해 친환경 목장으로 바꿨으며 유기농 사료를 먹인다. 씨돈 80마리에서 연간 1500두의 유기농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며 "일반 돼지를 사육할 때보다 사육 마리수가 크게 줄었지만 관리 규모가 축소되고 매출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유기농 농장에서 생산된 돼지는 6개월 간 사육된 뒤 120㎏때 출하한다. 도축된 고기 1㎏당 30크로네(1크로네ㆍ 한화 164원)를 받는다. 일반돼지의 경우 9크로네를 받는 것과 3배 이상 비싸다. 그래도 소비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덴마크유기농 농장은 60곳(전체 2%)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돼지고기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보니 덴마크 정부는 유기농 축산품 수출국을 늘리기 위해 유기농 축산 사육농가 수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농축산업을 관장하는 덴마크 농ㆍ축산식품협회(각 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사설기관)는 기존 농장에서 유기농 농장으로 전환을 권장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각종 컨설팅 비용 뿐 아니라 유기농식품 제조와 마케팅 등까지도 전폭적으로 지원ㆍ장려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양돈시설 개선해야

우리나라 양돈농장의 현실은 어떨까. 어미 돼지는 폭 60㎝ㆍ길이 2m 철제 우리에 갇혀 지낸다. 어미 돼지는 3~4년씩 갇혀 살며 1년에 두 번 이상 새끼를 낳다가 도태된다. 새끼돼지도 태어나자마자 어미돼지의 유방에 상처를 낼 수 있다며 송곳니를 뽑아 버린다. 꼬리 역시 잘려 나가며 3주가 지나면 젖을 떼고 일반 돼지 우리에 몰아넣어 키운다. 항생제ㆍ성장 촉진제 맞는 것은 일상화 돼 있는 것이 국내 양돈사육 현장의 현실이다.

다행히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양돈농장이 증가 추세다. 덴마크 처럼 양돈사육장을 넓게 쓸 수는 없다. 친환경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를 위한다면 덴마크 등 선진축산현장을 찾아 건강하고 맛있는 돼지고기를 생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오덴세(덴마크



=글ㆍ사진 박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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