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품격이 요구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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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언어의 품격이 요구되는 시대
  • 입력 : 2016. 07.06(수) 00:00


바야흐로 막말의 시대다. 정치권, 매스컴, 법조계, 교육계 등 어느 곳 할 것 없이 정제되지 않는 언어가 마구 쏟아져 나온다.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이미 1800년대 초 언어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는 "말은 남 앞에 자화상을 그려놓은 것이다"라고 정의하며, 언어의 품격을 상ㆍ중ㆍ하로 나눴다. 인생과 철학을 논하면 상에 속하고, 생활 속의 평범한 이야기를 하면 중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리고 남의 흉을 보거나 오만과 독선에 찬 자기자랑 따위를 늘어놓는 사람을 가장 낮은 단계인 하로 분류했다.

우리 속담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했다. 이 또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올바른 생각과 행동과 공손한 언어생활을 하는 사람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옛 선현들은 언어예절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고 많은 경구(警句)를 남겼던 것이다. 이처럼 바른 언어생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인간의 가치로 꼽았다.

조선시대의 품계 벼슬과 관련한 재밌는 얘기가 있다. 품계는 1품에서 9품까지 있는데, 1품은 아홉 번 생각한 뒤에 한 마디 말을 한단다. 그러나 9품은 한 번 생각하고 아홉 마디 말을 한다는 것이다. 적확한 표현일진 모르겠지만 이같은 비유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과도 맥이 닿을 듯싶다.

요즘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10대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80~90%가 욕설이 뒤섞여있고, 직장인들 역시 조직 안에서 알게 모르게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놀랍게도 사회지도층이나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조차 매너와 교양이 실종된 언어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언어는 사람됨을 나타내는 기준이요, 사회적인 약속이다. 그 순기능적 본질은 말을 선용(善用)하여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말을 고의적으로 악용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실수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가 시끄럽고 혼란이 일어난다. 신체적 폭력보다 언어폭력이 더 무섭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말에도 생명체가 있다.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말을 하면 유덕(有德)을 쌓지만, 쓸데없는 말을 하면 악덕(惡德)을 낳게 된다. 말이 또 다른 말을 만들게 하며 국민을 어리둥절케 하는가 하면, 뻔뻔한 거짓말만하다가 낙마하는 고위 공직자들도 흔치않게 볼 수 있다. 어디 이 뿐이랴, 가장 가까운 부부가 하루아침에 갈라서는 것도, 몇 십 년 우정이 절교되는 것도 모두 몇 마디 잘못된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언어는 그 사람이 살아온 생활환경과 주변사람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굳이 프로이트의 심리학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빌리지 않더라도, 가정이나 주위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잠재적 피해의식이 내재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때문에 도전적이고 욕설을 잘하며 남을 배려하거나 사랑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사람살이에 언어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언어는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매개체다. 이를 화자와 청자, 자극과 반응으로 설명하는 학자도 있다. 화자의 내용을 청자에게 전하는 것을 자극이라고 한다면, 그에 대한 대답을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반응은 대체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로 나타나는데, 이 결과의 축적이 두 사람의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특히 지도층의 언어 표현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언어와 행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는다. 지도자의 입에서 범죄자의 말투가 나오거나 저질적인 모습을 보이면 다수의 언중이 실망하게 된다. 말에는 그 사람의 품격이 배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어찌해야할까? 필자는 주저함 없이 독서를 권하고 싶다. 독서는 인성을 수양시키고 인간의 품격을 높여준다.

영국의 정치가 와이드 빌의 말처럼 현명한 사람의 입은 마음속 깊이 있고, 못난 사람의 마음은 입에 있다. 사람은 말이 거칠어지면 그 성정도 걷잡을 수 없이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인문학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김선기 강진군 시문학파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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