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보호 운동은 인간성 회복 운동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전남일보 공프로젝트
동물 보호 운동은 인간성 회복 운동
11. 동물의 권리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 박소연
  • 입력 : 2016. 11.07(월) 00:00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ㆍCoexistence of Animal Rights on Earth)\'의 박소연 대표. 김양배 기자
세상의 생명은 모두가 평등
인간이 동물 지배할 권리 없어
공생해야 인간 삶도 지속 가능

잘나가던 뮤지컬 배우 관두고
2002년 동물보호단체 설립
15년 동안 교육ㆍ캠페인 전개

구제역ㆍ조류독감 등 질병
인간 욕심이 동물에게 준 고통
결국 탄소 등 환경 재앙 초래
인간ㆍ동물 공존의 이유


그는 스스로를 '평등주의자'로 생각한다. 인간과 인간이 평등해야 공존할 수 있듯이 인간과 자연, 인간과 동물 또한 평등한 관계가 유지될 때 더불어 사는 공존의 가치가 실현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은 모두가 평등하다.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거나 괴롭힐 권리도 없다. 모두 공생하며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인간의 삶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ㆍCoexistence of Animal Rights on Earth)'의 박소연 대표. 잘나가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2002년 학대받거나 고통 받는 동물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신념으로 동물사랑실천협회를 출범시켰다. '겉모습이 화려한 것을 추구하기보다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동물을 소유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동물들이 살아가는 동안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받게 해주겠다는 열정도 많았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동물에 대한 학대가 사라지는 사회가 정말 아름다운 사회라며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주는 평화로운 사회가 자신이 꿈꾸는 사회'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뮤지컬 난타의 초창기 멤버로 기대를 모았던 박소연 대표. 제도에 순응하고 남들처럼 편하게 살려고 했다면 누구보다 화려한 인생을 만들 수 있었던 그가 왜 동물들의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어릴 때 정육점 앞에서 통째로 죽어 매달린 고깃덩어리를 봤습니다. 충격이었어요. 저는 동물이 모습만 다르지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미운 오리새끼, 아기돼지 삼형제를 읽으며 자랐는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동물들도 욕구나 감정, 고통도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날 시장바닥에서 그 광경을 본 후 고기를 먹지 못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어른이 되면 너희들을 꼭 도와줄게 라고."

그는 어려서부터 '끼'가 많았다고 한다. 대학을 중퇴하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동안 그의 별명은 '여자 람보'였다. 마지막 공연이었던 '난타'에서 채식을 하면서, 그것도 여자 혼자서, 남자들 사이에서 똑같이 1시간 30분 동안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그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붙여줬다. 그때는 정말 신이 나서 무대에 섰고 공연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단다. 지금도 그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회는 하지 않는 것일까.

"무대는 항상 그리워요. 거기 한 번 서 본 사람은 쉽게 버릴 수 없죠. 하지만 동물 운동하면서 아예 발길조차 안 했습니다. 일부러 아는 선ㆍ후배들도 안 만났죠. 다른 사람 공연을 보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았어요. 나는 왜 객석에 앉아 있는가…. 그런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생각이 들 것 같았거든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당연히 하죠. 하지만 그냥 꿈에 불과해요. 그만큼 너무 오래 전 일이 돼 버렸고, 너무 멀리 왔으니까요."

대신 동물보호운동에 대한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스스로를 동물권리주의자로 부를 정도다. "사람이 누리는 것처럼 동물도 누려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생명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죠.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동물들이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동물을 위한 노력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것도 그의 믿음이다. "지구에서 인간은 여러 존재 중 하나입니다. 다른 모든 유ㆍ무기물 중 일부에 불과하죠.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더 갖자, 더 많이 갖자, 더 많이 먹자라는 욕심을 부린다면, 지구 안에 존재하는 어떤 것들이 희생되고, 멸종되고, 고통받고, 사라지겠죠. 유기적 관계가 무너지면서 그 영향이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보호운동은 인간성 회복 운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물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운동인 거죠."

그러다보니 그의 관심은 온통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쏠려 있다. 노예제도를 없앴고 여성에 대한 권리가 향상되듯, 인간의 의식이 시대를 거듭하면서 타자에 대한 배려로 확대될 것이라는 믿음도 깊다. 과학 발전에 대한 기대도 크다. 실험동물이나 모피동물, 농장동물,전시동물 등의 문제를 과학의 발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희망이다. 지난 2002년 8월31일, 동물사랑실천협회를 확대해 케어(care)를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케어에 몸을 담은 15년 동안 현장조사를 통해 학대받는 동물들의 실태를 폭로해 왔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교육과 캠페인을 펼쳐왔다. 지지세력을 모아 동물 관련 법 개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사무실이 있고 퇴계로 등에 보호소 3곳과 입양센터 2곳, 교육센터도 마련했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은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욕심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것부터가 시작이고 거기에서 뭔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용하는 대상이 얼마나 큰 동물들의 고통인지를 생각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거죠. 내가 타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그것으로 대체하고 그런 방식의 생활을 한다면 정말 큰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보이지 않는 양심의 괴로움을 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산적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4000여 명에 달하는 정기 기부자와 연간 10억 원에 이르는 기부액, 박 대표 스스로 결혼 축의금까지 전액 케어에 기부할 만큼 '통큰' 열정을 갖고 있지만 그는 항상 부족하다. '욕심껏, 하고 싶은 만큼, 필요한 만큼 활동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지금의 3배는 기부금이 늘어야 그나마 하고 싶은 일들을 다 할 수 있다. 기부금액에 맞춰 활동할 수밖에 없고 적자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늘 답답하다'는 것이 그의 하소연이다. 자기 돈 보다 단체 돈이 더 아깝다는 생각도 매일 한단다. "단체 통장에 돈이 있어야 안심이 됩니다. 협회의 돈은 곧 동물들을 살리는 일이잖아요."

그런 그에게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각종 질병으로 해마다 수많은 동물들이 죽임을 당하는 현실은 어떻게 다가올까. 대답은 간명했다. 생매장 금지, 즉 인도적 안락사와 공장식 축산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먼저 바뀌는 것입니다. 고기를 값싸게 많이 먹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1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는다면 공장식 축산을 없애는 것이 가능합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도 명확했다. 인간의 욕심이 동물을 고통에 빠지게 하고 그 사체를 매립하고 그 침출수를 우리가 먹고, 동물을 사육하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이 환경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 여기에 동물을 먹일 곡물을 심느라 인간의 기아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고기를 만들어내는 모든 가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동물과 인간이 공존을 해야 하는 이유, 안 하면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려동물은 어떨까. "많이 기르면 많이 버려집니다. 아무나 기르지 않게 해야 합니다. 교육도 필요하고, 적더라도 세금을 내고 당당하게 반려동물의 주인으로서 정부에 권리를 요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동물을 소유한다는 것도 그는 반대한다. 동물을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의미가 아니라 애완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와 달리 교감이 되지 않는 야생동물을 기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소유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동물을 동물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하고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여기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박 대표가 생각하는 삶일까. 잠시의 여유도 없이 답이 돌아왔다.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철학자 제레미 벤담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말을 하는가나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가가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고. 지금 동물들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무시하고 말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너무 큰 착취와 희생을 강요 당합니다. 정말 잔인한 영화 속 한 장면들이 동물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그들에게도 고통스럽지 않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고통을 덜 주고, 가급적이면 고통을 주지 않는 방식의 삶을 우리는 살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작은 변화들을 이뤄 나가다 보면 많은 보람과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린 모든 것이 연결돼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고통을 주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가 행복해 질 겁니다."

인터뷰가 끝나면서 동물이 아니었다면 박 대표의 인생은 어땠을 까를 물었다."사실 동물뿐 아니라 독거노인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어렸을 때 살던 동네에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는데 가족들 중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고 떠나더군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폐지를 모아 폐지수거하는 할머니에게 드리기도 하고, 양로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동물 운동을 안 했다면, 그리고 돈을 많이 벌었다면, 시니어타운을 만들거나 노숙자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었을 것 같아요." 동물들의 권리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당찬 그였지만, 마음이나 생각만은 외모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한없이 여리고 착한 사람. 그가 바로 박소연 대표다.


정리=이용환 논설위원
전남일보 공프로젝트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