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면 달려가는 위기학생 신속대응팀 '부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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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부르면 달려가는 위기학생 신속대응팀 '부르미'
학교폭력 줄이는 광주시교육청 제도 '큰 호응'
장학사ㆍ상담사 등 총 11명 구성… 24시간 대기
폭력ㆍ자살 감소… 상담사ㆍ전문의료팀 보강계획
  • 입력 : 2017. 01.24(화) 00:00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3월 시교육정보원 대강당에서 일선 학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신속대응팀 '부르미' 제도 설명회를 가졌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지난해 6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6학년 A군은 수업시간에 갑자기 커터칼로 자신의 손등을 몇차례 긁었다. 예전부터 엄마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했던 A군은 이날도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죽고 싶다며 친구에게 자신의 힘든 점을 털어놨다. 그러나 친구는 A군을 위로하기는 커녕 비꼬는 말투로 비아냥거렸다. A군은 내가 얼마나 죽고 싶은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 자해하는 행동을 보였다. A군의 친구는 A군의 마음을 몰라줬고, A군의 엄마는 아들의 고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A군을 돕기 위해 나섰다. 상담교사 등이 상담을 통해 A군의 고충을 알게 됐고, A군 가정의 위기 해결책을 고민하다 광주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부르미 제도'에 도움을 요청했다. 부르미 제도는 교육 현장에서 위기의 학생이 발생하면 바로 교육청으로 구두 연락하고 장학관, 장학사, 상담사 등이 24시간 연중무휴로 달려가 돕는 현장 중심형 지원시스템이다.

부르미 팀은 A군의 엄마와 상담을 통해 A군을 병원과 상담센터 등 전문기관에서 종합적인 심리검사와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A군의 엄마에게는 가정에서 A군을 대하는 방법과 요령 등을 알려주고 관계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부르미 제도 덕분에 A군은 위기 상황을 무사히 넘기고 활기찬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A군 학교 상담 교사는 "학교폭력 및 위기학생 발생시 부르미를 불러 사태를 파악하고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객관적 조언과 방향 제시 등을 해주며 위기가 해결될 때까지 지원해 줘 듬직한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부르미 제도의 전문성과 학부모들의 신뢰감, 지역사회와 교육청 및 전문기관의 협업 시스템, 보건관리체계 간소화 등 장점이 많다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부르미 팀은 광주시교육청 민주인권생활교육과 장학관 2명, 장학사 4명, 상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5년 124건, 지난해는 160여 건의 위기 상황을 접수했다. 이들은 학교 현장의 지원 요청을 받으면 '단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간다.

부르미 제도는 학교폭력 감소 효과를 불러왔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광주지역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피해 응답률은 최근 3년 동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올해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은 초등학교 440명(1%), 중학교 216명(0.6%), 고등학교 144명(0.4%) 등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0.1%, 0.1%, 0.2% 줄었다. 자살 발생 건수도 크게 줄어 2015년 교육부로부터 최우수 기관 표창을 받았다. 또 24일 오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교육부 주최 '학생자살예방 워크숍'에서 전국 시ㆍ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정책담당 장학관ㆍ장학사를 대상으로 부르미 서비스 우수사례를 발표한다.

광주시교육청은 올해도 학교폭력 예방 및 사안처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부르미 팀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상담사 인력을 2~3명을 추가로 보강하고, 1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전문 의료진을 갖춘 자체 의료팀을 꾸릴 예정이다.

부르미 팀을 이끄는 박주정 광주시교육청 민주인권생활교육과장은 "부르미 팀에게는 철칙이 있다. 24시간 운영하기 때문에 잠을 잘 때도 휴대폰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 것이다"며 "올해도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행복하고 싱그러운 웃음이 피어나는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뛰어다닐 것이다. 또 전문 의료진을 갖춘 자체 의료팀을 꾸려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 가정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치료ㆍ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게 올해 목표다"고 말했다.

최동환 기자 dhchoi@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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