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작 사건의 핵심은 안철수 전 대표를 포함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 등 '윗선'에서 의혹제보 조작 사실을 미리 알았는 지 여부다.
물론 국민의당은 사전에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증거 조작을 한 이유미씨가 안 전 대표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안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은 불가피해 보인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은 28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 "조작에 직접적으로 가담하거나 그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선거대책기구 전반에 활용됐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후보라고 하는 분은 선거 과정에서 최종적 책임을 지는 분이지 않나"라며 "그 과정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사건이 생겼는데, 이에 대해 자신이 의사를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상돈 의원 역시 전날 "안 전 대표 본인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응당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다"고도 했다.
당 진상조사단도 조사 과정에서 안 전 대표를 만날 계획을 내비쳤다. 김관영 단장은 "이번 일은 당원 이유미씨의 과도한 열정 때문에 일어난 단독 범행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 안 전 대표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사람들을 전부 만나 조사하겠다"고 향후 조사 방침을 설명했다.
김 단장은 또 대선기간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으며 이준서 전 최고위원도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밝힌 데 대해, "믿고 싶지만, 의혹들을 충분히 해명할 만한 근거와 자료를 갖고 얘기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납득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참고하는 자료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흘째 입장 발표 없이 칩거하고 있는 안 전 대표에게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해야 한다며 연일 공세를 펼쳤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안 전 대표의 인재 영입 1호 인사였고, 행위자는 안 전 대표의 제자였다"면서 '안철수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김영주 최고위원도 안 전 대표와 이유미씨가 팔짱을 낀 사진을 공개하며 "웬만한 후보의 팔짱을 이렇게 끼고 있을 수 없는데 안 전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고, 안민석 의원도 "안 전 대표는 숨어있을 일이 아니다. 국민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책임론'으로 증거조작 파문이 확산되자, 국민의당은 당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당 해체까지 꺼내 들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만일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새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구태정치, 범죄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체해야 된다"면서 "앞장서 해체작업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김선욱 기자 swkim@j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