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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류학생으로 광주에 첫발을 디딘 필자는 지난 6월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 마을'에 다녀왔다. 4000명이 넘는 고려인 후손들이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고려인'은 1860년~1945년 농업 이민, 항일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러시아(구소련)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과 그 후손들을 말한다. 80년 전인 1937년, 러시아 연해주에 살던 한인 중 일본 스파이가 있다는 소문을 구실로 스탈린이 소수민족 강제 이주정책을 실시하면서 이들은 황무지 같은 중앙아시아 곳곳에 버려졌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이 땅을 개척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재 50만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던 지난 1992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로 분리되자 민족주의 확산으로 고려인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는 등 차별과 박해로 4만명이 조상의 땅인 한국에 정착했다. 광주에도 지난 2004년 고려인공동체가 구성되고 2005년 30가정이 광산구 월곡동에 정착 하면서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4000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머나먼 조국 땅으로 돌아온 고려인들은 강제 이주의 아픔을 많은 이들의 나눔으로 치유 받고 있다. '고려인 마을'은 고려인들에게 삶의 터전은 물론 복지와 생활을 지원하고 광주시민과의 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언어를 쓰고 우리말은 조금 서툴지만 그들의 색깔로 마을을 채우고 있다. 2015년부터 '고려인 마을 방문의 날'을 열고 시민들과 문화적으로 교류중이다. 특별히 올해는 고려인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환희의 송가'라는 이름으로 오는 11월까지 매달 넷째 주 토요일 '고려인 마을 방문의 날'을 연다. 올해부터 시작한 '스탬프 랠리 투어'는 다양한 체험 부스와 고려인역사관, 고려인FM방송국을 방문해 스탬프를 찍어 완성하면 기념품이 제공되는 행사가 열리고 있어 누구나 참여해 볼만하다. 행사의 처음을 알리는 축하공연은 대부분 재능기부로 이뤄지는데 지난 6월 만남에서는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전 타슈켄트대학교수이자 시인인 김 블라디미르 씨가 직접 쓴 시를 낭송해 고려인들의 아픔과 소망을 전했다. 그는 유명한 시인이자 학자이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김 블라디미르 씨의 삶은 현재 고려인들의 삶을 대변한다.
관심과 지원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많은 고려인들이 고국에서 '동포'가 되지 못하고 '외국인'으로 떠돌다 다시 이방의 땅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재외동포법'에 따라 1~3세대와 달리 4세들은 재외동포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족과 생이별해야 하는 이중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손을 내밀 때다. 고려인 강제이주의 80년 역사는 함께 간직해야 할 역사이며 한 민족으로서 아픔을 안아줘야 할 우리의 과제다. '고려인마을 방문의 날'을 시작으로 '우리 안의 타자'였던 고려인을 받아 들이고, 문화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도시로서 더 발전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고려인마을 방문의 날'은 오는 26일 오후 5시에 열린다. 고려인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며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따뜻함이 넘치는 '고려인 마을'로 여러분들을 초대한다.
임수연
광주문화재단 대학생 기자ㆍ동아대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