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호 연다고 '끝' 아니다… 수질개선 철저한 연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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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영산호 연다고 '끝' 아니다… 수질개선 철저한 연구를
7㎞ 거대한 방조제 日 이사하야만 가보니
日 아리아케해 이사하야만 간척사업 후폭풍
물길 막히자 '빈 산소' 현상ㆍ어족자원 고갈
완공 20년 지나도 끝나지 않는 환경ㆍ사회갈등
  • 입력 : 2017. 09.07(목) 00:00
제방 위 도로를 기준으로 왼편이 아리아케해로 향하는 이사하야만의 바다, 오른편은 간척지 조성사업으로 조성된 담수호다. 아리아케해 어민들은 지난 1997년 제방 조성 이후 어획량 감소, 김 양식장 생산 감소 등을 호소하며 수문 개방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 규슈 지방 최대의 만, 아리아케해는 인간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 사이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곳 바다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 이사하야만에 7㎞의 거대한 방조제가 들어선지 20년. 어족자원은 고갈됐고 양식장의 김은 수확도 하기 전에 하얗게 세버렸다.

영산강 물길을 막는 4351m의 거대한 둑이 완공된 지 36년. 영산호 너머는 불가사리만 가득하다고 한다. 일본 학자들은 영산호 하구둑과 아리아케해 이사하야만의 구조적 유사성을 말한다. 일본 바다는 막혀버린 둑 너머로 끝없이 환경ㆍ사회적 갈등을 토해내고 있다. 어족자원 고갈은 물론 오염된 담수호 방류를 놓고 지역갈등 양상마저 나타난다.

이사하야만은 영산호 바닷길이 영산강을 되살릴 열쇠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런 준비가 없는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전한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영산호 바닷길 개방이 강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말하면서도 복합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맞고 있는 후폭풍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영산호ㆍ이사하야만 구조적 동질성"

아리아케해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은 거대한 제방으로 주머니 형태의 만을 막아 담수호와 간척지를 조성하는 복식 간척사업이다. 영산호 또한 복식 간척사업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영산강을 배후로 하는 영산호가 혼묘천을 배후로 하는 이사하야만과 구조적 동질성을 가졌다고 말한다.

이사하야 간척사업은 지난 1989년 착공해 1997년 7㎞의 둑이 들어섰고 2007년 모든 공사가 마무리됐다. 복식 간척사업은 농업용수 확보와 홍수 등 방재(防災)를 목적으로 한다.

이사하야만은 249㎢ 해역을 대상으로 26㎢ 면적의 담수호에 6.38㎢ 농업용지 등을 포함한 총 35.42㎢의 간척지 조성 사업이다. 영산호는 영산강 하구를 막으면서 저수용량 2억5300만㎥, 34.6㎢ 면적의 담수호와 55㎢의 간척지를 조성한 사업이다.

복식 간척사업은 담수호와 인근 해역의 수질 오염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새만금, 시화호도 복식 간척 사업의 일례다.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은 지난 1960~70년대부터 논의가 있었다. 일본 정부는 수문을 막기에 앞서 환경영향평가와 예비조사 결과 간척 사업으로 바다에 어떤 악영향도 없을 것이라 확언했다고 한다.

한국 또한 양질의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며 하구둑을 건설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영산강 하구 수질은 △화학적 산소요구량(COD) 11.6mg/ℓ △부유물질량(SS) 47.2mg/ℓ △용존산소량(DO) 4.6mg/ℓ △총대장균군수 6900개/100㎖ △총 인(T-P) 0.41mg/ℓ △총 질소(T-N) 2.4mg/ℓ 등 용존산소량만 4등급에 해당하는 수치였고 나머지는 모두 '등급 외' 판정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영산호가 수질 유지조차 불가능한 상태로 친환경농업 인증 취득도 어렵다고 본다.

지난 2000년 이사하야만 앞바다 양식장에서는 김의 '백화' 현상이 발견됐다 수확량은 2000만장 이상 생산했던 과거에 비해 600만장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본 최고의 김 양식지로 일컬어지던 아리아케해의 몰락이었다.

담수호는 간척지 조성 후 또다른 문제를 불러들였다. 질소와 인이다. 이사하야만 농경지는 닭똥, 계분(鷄糞) 성분 비료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간척사업을 통해 확보한 농경지들은 토질이 비옥하지 못해 질소와 인이 풍부한 동물의 분뇨를 활용한다.

이사하야만도 예외는 아니다. 심지어 냄새의 원인도 농사를 위한 파종시기를 맞추려고 분뇨가 숙성되기도 전에 땅에 뿌려서다. 질소와 인은 부영양화로 녹조현상 등을 유발한다. 어민들은 김 백화현상의 원인이 질소라고도 주장한다.



●환경오염 소송으로 비화

착공 이전부터 제기되던 어족 자원 고갈문제에 김 백화 현상이 기폭제로 작용한다. 어민들은 공사 중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02년 정부에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을 건다.

소송은 드라마처럼 시작된다. 아리아케해 전역에서 소송에 나선 1500명의 어민에 25명의 변호사들이 무보수 대리인으로 나선다. 이중 15명이 초임 변호사로 '사회정의 수호'를 위해 재판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1심 사가재판소는 어민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2007년 공사는 마무리 된다. 어민들은 2008년 수문 개방 소송을 제기했고 2심 후쿠오카 고등재판소는 2010년 수문을 열라고 판결한다.

소송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1500명 중 단 45명만 피해자로 인정됐다. 어업장소에 따라 피해자가 인정됐는데 제방 앞바다 아리아케 어촌계, 시마바라 어촌계, 오우라 어촌계 3곳만 피해가 인정됐다. 어민들은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이 100여 ㎞ 아리아케 해역에 걸쳐 어족자원 감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제방 앞 15~20㎞이내 어민만 피해자로 봤다.

수문은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 간척지로 조성된 농지를 이용하는 농민들이 2011년 나가사키 지방재판소에 수문개방 판결 집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 법원이 수문을 개방하면 해수가 유입돼 농민의 영농활동은 불가능하나 어민들의 이익이 크지 않다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농민이라는 제3자의 등장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영산호 또한 대규모 간척지를 배후로 한 사업이다. 우리 또한 영산강을 되살리기 위해 수문개방을 결정하더라도 염해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의 반발이 수반되면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시민사회ㆍ학자 모두 이사하야 살리기



일본 시민사회는 환경 문제에 대한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중 독특한 사례가 바로 '짱둥어 재판'이다. 일본 시민들이 이사하야만에 서식하는 짱둥어를 원고로 내세워 간척사업으로 보금자리를 잃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동물권을 내세운 소송이었으나 주소가 불분명하다며 원고 적격여부 판단에서 기각됐다.

학자들도 동참한다. 어민들은 간척사업 주 목적이 농경지 확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홍수예방 등 방재사업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각종 자료를 발표한다. 하지만 어민들은 불신했다.

심지어 국토교통성이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이 방재가 아닌 '농경지 확보'였다는 발표까지 내놓자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여기에 아리아케해 재생기구(Ariake Bay Rehabilitation Organization)라는 npo단체가 등장한다. 갯벌, 하굿둑, 해양, 제방 등 각 분야 교수ㆍ전문가 23명을 주축으로 어민과 정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를 생산하자는 목표로 설립됐다.

이곳에서 활동 중인 하야미 유이치 사가대학교 수문학 교수는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전한다. 1심 재판 도중 이던 지난 2002년 이사하야만 제방의 남과 북 수문 2곳이 1달간 열렸다. 담수호 수질 개선을 위해 해수를 유입한 것이다. 당시 담수호는 물길이 막히면서 수질악화가 지목됐었다.

연구는 수문 개방이 담수호와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며 어떻게 수문을 열어야 하는 지에 대한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담수호 내부 염해 피해는 수문 인근에 집중됐다.

해수가 유입됐지만 담수와 밀도 차이로 섞이지 않았다. 물이 섞이지 않으면서 상층부와 하층부가 따로 놀자 하층부의 산소가 부족해지는 '빈 산소 현상'이 악화됐다.

또한 수문 주위만 침식과 퇴적현상이 반복되면서 주변 양식장에 피해가 이어졌다.



●수문개방 지금부터 준비해야

재판부는 수문을 개방하라 했지만 일본 정부는 담수호와 해수의 수위 차이를 20㎝로 유지하는 조건 하에 수문을 열었다. 하야미 교수는 20㎝에 과학적 근거는 동반되지 않았고 방재 목적이 근거였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문은 20㎝ 차이를 유지할 만큼으로 열리고 닫혔다. 그런데 유통되는 해수의 양이 적어 오염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밀도 차이만 더욱 악화시켜 수질 개선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하야미 교수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일 정부가 말하는 방재효과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지난 2015년 홍수로 인해 이사하야 시가 잠겼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만조가 겹치자 바다로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물이 역류해 이사하야까지 범람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야미 교수는 수문 개방의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전한다. 수문을 개방한다 하더라도 20, 40, 50㎝ 등 수위 차이에 따라 개방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연구결과다.

국내 전문가들은 영산호 수문개방에 일본 정부의 '20㎝'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사하야만과 영산호의 환경 조건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 환경에 맞춘 연구 없이 일본의 방식을 답습해선 안된다는 해석이다.

일본 규슈 =글ㆍ사진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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