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내기 버거워요… 대학생 없는 대학가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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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월세 내기 버거워요… 대학생 없는 대학가 원룸
안전ㆍ편의보다는 돈… 외지고 멀어도 싼곳 찾아 발품
룸메이트 구해 반반 부담… 저렴한 쉐어하우스도 인기
  • 입력 : 2017. 09.11(월) 00:00
전남대학교 후문 대학가에 있는 쉐어하우스. 대학가 주변 원룸 가격이 오르면서 대학생들이 외곽으로 떠나거나 여러 사람이 모여 방값을 분담하는 쉐어하우스를 찾아 다니고 있다.
요즘 대학가 주변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특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에는 더욱 소란스러워진다. 새 학기를 맞이해 원룸 리모델링 공사, 신축 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롭게 건물이 들어서서 '저렇게 빨리 건물이 지어져도 되나'하며 안전성까지 의심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신축원룸은 꽤나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침대와 책상, TV, 에어컨, 세탁기, 냉장고 등이 새 것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가구에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정작 대학교 주변 원룸에는 대학생들이 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대학생들은 대학에서 조금 떨어진 원룸이나 주택을 선택한다. 이유는? 싸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남대학교에 다니는 오모(23ㆍ여)씨는 최근 학교에서 상당히 먼 외진 곳에 원룸을 얻었는데 "조금 멀고, 주변이 어두워서 무섭긴 해도 월세가 저렴하니까 산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집을 선택할 때, 안전성이나 편의성보다도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올해 초에 학교 근처 집을 알아보다가 가격때문에 겪은 일화가 있다.

과거 집을 알아볼 당시 대학 선배의 조언대로 집을 구할 때 부동산을 이용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발품'을 팔아서 직접 알아보러 다녔다. 한번은 어떤 원룸 앞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주인이 나왔다. 가장 먼저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 물어보니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가 35만원이라고 했다. 근처에 월세 30만원인 원룸은 없냐고 물어보니까 "젊은 친구라 요즘 물정을 모른다. 이 근처는 다 월세 35만원이다. 아닌 곳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는 핀잔을 들었다.

그 주인의 말대로라면 물정을 모르는 대학생이 한 달에 집세로만 내야할 돈이 35만원.

부모님께 지원을 받는 외지 유학생의 평균적인 한달 용돈이 30만~40만원 정도라고 하면 여기서 집세 35만원을 빼고, 각종 공과금 합해서 3만원 빼고, 휴대폰비 10만원 정도를 빼면 최소한 48만원이 들어간다. 대학생 한 달 용돈을 훨씬 넘기는 금액이다.

한발 더 나아가 부모님의 지원을 받지 않는 유학생의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이것을 돈으로 환산해보자.

한달 최저시급 6470원으로 일주일에 20시간 동안 일한다고 가정하면, 기타수당 빼고 최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대략적으로 50만원 정도다. 이 돈으로 대학생이 혼자서 월세와 생활비를 모두 충당하기는 힘들다. 아니 대학생이 아닌 누구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최근들어 월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 대학생들은 룸메이트나 쉐어하우스를 찾는다. 관리비 합쳐서 월세 38만원인 원룸의 경우, 룸메이트를 구하면 한 사람당 월세 19만원으로 살 수 있다. 그리고 쉐어하우스는 한 달에 20만원 정도와 부담 없는 보증금으로 나름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부분들을 한발 물러나서 보면 서글픔을 감출 수가 없다.

대학가는 본디 학교에 다녀야 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살아야 하는 지역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이 살기에는 너무 버거운 곳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해야 할 장소가 그곳을 다니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장소로 바뀌고 있다. 대학교에 들어온 근본적인 목표가 무너지는 것이다.

공부하기 위해서 들여야 할 돈이 많기 때문에, 돈을 버는 데에 시간을 써버리는 역행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대학가 주변의 월세만이라도 저렴하면 많은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대학가의 건물주들이 세상 물정 모르는 대학생들을 핀잔하기보다는 대학생들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그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현명한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한솔 대학생기자ㅣ전남대 신문방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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