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 주상절리 곧은 자태… 꿋꿋한 호남정신 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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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의 재발견
육각 주상절리 곧은 자태… 꿋꿋한 호남정신 보는 듯
定道 천년 전라도의 재발= 빙하기 이전 환황해권 (上)
해남우항리~관매도 호수? 20억년 전부터 진화한 전라도땅
  • 입력 : 2018. 01.13(토) 15:00
무등산 입석대 주상절리대. 전남일보 자료사진
오늘도 무등산은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원효사에서 무등산 옛길을 따라 걷다보면 의병들의 역사가 숨 쉬고 있는 제철유적지를 만나게 되고, 목교를 지나 서석대로 올라가보면 주상절리의 진수를 본다.

육각형 주상절리의 곧은 자태는 전라도인들의 꿋꿋한 기개를 만들어내어, 호남의병, 동학농민혁명, 광주학생독립운동, 5ㆍ18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광주정신의 모태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눈을 돌려 나주평야를 보자. 나주평야는 화산재들로 만들어진 응회암이 풍화된 토양으로 옛부터 곡창지대를 만들었고 거기에 넉넉한 인심이 있었고, 나주와 광주일대에 판소리와 가사문화 등의 풍류문화가 만들어졌으리라 본다.

청자나 분청사기를 만들었던 질 좋은 고령토도 화강암이나 응회암, 납석 등이 풍화된 흙이다. 이들은 다른 지역과 달리 내화성이 아주 좋고 고품위의 광물질을 배태하고 있었으니 이러한 지역 소재를 찾아서 청자를 구어냈던 우리 전라도의 선인들의 학구 정신과 총명함을 엿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예술로 승화되어 전라도인만의 자존심을 유지했으리라 본다.

전라도 서남해안에 2000여개가 넘는 유무인도 섬과 해안선은 천해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고, 전국 갯벌의 42%를 보유하고 있는 전라도 갯벌에서는 우리에게 풍성한 바다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식량의 보고이다.

이들 전라도 땅들은 지금으로부터 20억년 전 선캠브리아 시기부터 현세까지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지구환경 변화를 겪으면서 묵묵히 진화하고 보존되어 왔다. 빙하기 이전 지질과 식생들의 환황해권 자연은 지구 나이 20억년 전부터 약 1만5000년 전 지금의 서해가 만들어지는 시기까지를 말한다.

지리산 권역을 중심으로 무안 일부 지역, 강진ㆍ해남 일부, 완도 신지도 및 고흥 도양 일부 지역이 약 20억년에서 10억년 전에 형성된 암석들로 구성된 지역이며, 붉은 기암절벽 홍도는 약 5억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전라도 남해안과 서해안 대부분의 섬들이 지금으로부터 약 1억년 전에서 7000만년 전 최후기 공룡시대에 만들어졌고, 남한의 소금강산이라고 불리우는 영암 월출산이 지금부터 약 6500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

공룡시대 당시 화순 북면에서 능주까지가 하나의 호수였고, 보성에서 여수 사도까지가 또다른 호수였으며, 해남 우항리에서 관매도까지가 하나의 호수였다면 우리는 어떤 상상을 할 수 있을까?

해발 8000m가 넘는 봉우리를 14개나 가지고 있는 히말라야도 약 6000만년 전에는 깊은 바다 속에 잠겨 있었고 그 이후 계속적인 인도반도의 충돌로 현재의 세계 최고봉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판구조론이라는 지구과학의 혁명적 이론과 그 이론에 과학적 사실들이 증명되면서 모든 게 사실로 밝혀지게 되었다. 더욱이 화석이라는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체의 증거들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이 이론은 빛을 더하게 되었다. 지금도 히말라야의 눈덮힌 절벽에서는 옛날 깊은 바다에 살았던 암모나이트 화석이 무수히 발견되고 있으니 말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약 300만년 전에 출현했다고 가정하면, 45억년이라는 장구한 지질학적 시간 개념과 비교하여 볼 때 인간의 삶은 어쩜 잠깐 스쳐가는 순간에 불과한 것이다.

천년의 고도 전라도는 천연적인 자연과 적당한 높낮이의 지형 조건을 갖춘 천혜의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들이 숨어있는 자연사적 보물지역인 것이다. 아울러 전라도 특유의 문화재 및 역사물들을 간직하고 있는 역사지역이기도 하다. 다양한 암석 및 지형으로 이루어진 전라도의 자연사 유물들의 형성사를 45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찾아 산과 바위 속에 감추어져 있는 수억년의 신비와 역사를 지구역사적 관점에서 풀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억년 전에 형성된 홍도는 대부분 규암과 규암질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규암은 수정이나 차돌과 마찬가지로 사암이 변성되어 더욱 단단히 굳어진 것으로 석영 성분이 95% 이상인 암석이다. 조직이 매우 치밀하고 견고해 어떤 암석보다 물리적인 풍화, 침식에는 강하다.

홍도가 다도해의 어느 섬에서 볼 수 없는 기암괴석과 해식 절벽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규암이라는 암석이 가진 물리적 성질 때문이다.

홍도는 5억년 동안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었을까? 지질학적 해석에 의하면 서(황)해에 바닷물이 들어온 것이 약 1만5000년 전부터라고 하니 그 이전에는 지금의 홍도지역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도해는 육지였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홍도는 수억 년 동안 지표면에 들어 난 채 자연적 풍화와 침식을 받은 뒤 1만5000년부터 바다의 침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와 비금도, 도초도, 하의도, 장산도, 안좌도, 자은도 등은 거의 모두 화산암 및 화산쇄설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화산쇄설암 중 응회암이라는 암석으로 대부분 형성되어 있으며, 이들 암석의 형성 시기는 약 9천000만년에서 8000만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응회암은 화산이 분출할 때 배출되는 화산재나 화산분진들의 성분들이 화산작용으로 쪼개진 암석쪼가리들과 섞여 만들어 진 것이다.

지질시대로 약 1억년 전은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접어드는 시기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각변동이 매우 활발한 시기였고 이러한 지각변동으로 곳곳에 화산작용이 활발히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어 지금의 전라도 일대뿐만 아니라 경상도 등지에서 수회 내지는 수십회에 걸치는 화산활동이 있었고 그의 결과 산물인 암석들이 주로 화산암 및 화산쇄설물인 것이다. 백악기 당시 한반도는 중국, 일본 대륙 등 주변 대륙과 연결된 하나의 대륙으로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산재해 있었다.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기대하며


우리에겐 하나의 숙제가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적 가치인 무등산 지질공원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이를 통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2016년 11월 광주시를 중심으로 화순군, 담양군은 무등산 주상절리대가 중심이 된 무등산권 지질공원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하여 작년 신청서 심사와 현장 실사를 마치고 올 4월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세계지질공원은 '특별한 과학적인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 현장으로서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 지질공원의 주된 전략적 목적 중의 하나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이다. 지질공원을 통해 지역 주민들로 하여금 자기 고장과의 일체감을 강화시키고 문화적 르네상스를 유발시켜서 자기 지역의 자긍심을 얻게 될 것이다.

지역의 특산물들이 통일된 브랜드로 만들어져 새로운 지질상품으로서 수입원을 만들어 내며, 혁신적인 지역 기업, 소규모 사업, 가내공업 등의 독창적이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활성화시킬 것이다.

지오트레일을 통해 지질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여기에 지질해설사, 지질전문가, 자원봉사자 등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어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지질관광'은 경제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고 빠르게 움직이는 여러 분야의 강력한 협동이 필요한, 새로운 관광 사업인 것이다.

우리들이 찾고 있는 세계 유수 관광지들이 대부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유산지역들임을 볼 때 우리 지역도 지역을 벗어나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지로 변화되어야 한다. 제주도가 유네스코 3관왕 달성 이후 해외 관광객 수가 10배 이상 늘어나 지금은 매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세계인들의 눈과 발이 우리 지역으로 쏠릴 때 우리의 지역 경제는 살아나고 우리의 자긍심 또한 살아날 것이다. 인권, 문화, 예술이 융복합되어 세계로 용트림치는 우리 지역을 보고 싶다.


허민 전남대 부총장ㆍ전 대한지질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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