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스모킹건’은 청년창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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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전통시장 활성화 ‘스모킹건’은 청년창업이다
  • 입력 : 2018. 06.14(목) 21:00
  • edit@jnilbo.com
전통시장을 젊은이들이 찾는 지역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상인들 즉 ‘젊은 피’가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연매출 억대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몇몇 성공사례를 기반으로 다양한 청년몰을 육성하고 전통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보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판돈을 쥐어주는 듯한 작금의 정부지원정책이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을까. 월평균 순수익 600만원, 성수기 월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인기매장을 운영 중인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 학창시절 전교 꼴찌에 3번의 대학 입학 퇴짜를 받는 등 공부로는 실패의 연속이던 경기 의왕시 도깨비시장의 소와주 고기매장 창업주의 이야기다. 겉으로는 전통시장 내 창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로 ‘좋아요’를 자극하지만 해당 청년사업가의 수많은 실패와 포기했던 많은 순간에 대해서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우후죽순 늘고 있는 전통시장 내 청년창업 육성지원정책. 과연 취업이 어려운 청춘들에게 달콤한 ‘유혹’ 속에 혹독한 ‘허울 좋음’이 주어지는 건 아닐지 고심해봐야 한다.

청년이 미래라는 말을 자주한다. 새로움에 익숙한 청년들이야 말로 우리나라 일꾼이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업 인재임은 동의한다. 그럼에도 청년창업이 별로 없다고 난리다. 공무원 시험이나 현실에 안주하는 청년들을 볼 때면 인생은 짧고, 인간의 사명은 소중한데 아쉽기만 하다.

전통시장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부 청년상인 중에는 소위 말하는 오픈발과 정부의 홍보에 도움을 받아 시간이 지나면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되는데, 폐업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아이템 검증과 뭘 하고 싶은 지 자신에 대한 탐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원운영 주체의 미흡한 관리체계와 상권 자체가 살아나지 못하는 슬럼가 중심으로 청년들을 몰아넣은 접근법에 있다. 요식업, 공예, 체험공방 등에 편중된 창업아이템은 시작부터 시한부 폐업시계를 달고 전입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광주시 사정은 어떤가. 송정리시장, 대인시장 등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며 지역 전반에 청년몰, 청춘야시장 사업 등이 들어섰지만 몇몇사례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떠나거나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자생력을 갖고 성공한 수원 영동시장 청년몰, 새로운 콘텐츠 기획으로 주목받은 춘천 육림고개, 화재난 시장상가에 기적의 발전을 이뤄낸 원주미로시장과 같은 선례를 만들어 청년창업의 기폭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수원 영동시장 28청춘 청년몰에 입점한 미나리빵집이 이번 달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에서 프리미엄 쌀 러스크 ‘러스큐브’로 런칭한다. 미나리빵집은 청년몰 사업으로 시작된 스타트업체이지만 전통시장 내 요식업 창업에 머물지 않고, 상품패키지 개발, 신 레시피 발굴, 유통전문가 매칭 등을 투자 받아 지난해 이마트 스타상품 개발 프로젝트에 선정됐고, 지금은 전국구 F&B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 업체가 주목받는 데는 초기부터 단순 요식업창업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문화기획, 콘텐츠 제작 등에 능력을 가진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매칭되어 사업범위를 넓히고, 자생력을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우린 여기서 전통시장 청년창업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 내 청년창업의 범위를 문화기획, 콘텐츠제작, 창의적인 플랫폼개발 등으로 발전시켜 바라봐야 한다는 시점의 변화이다.

최근 백종원 씨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후쿠오카 편을 보면 탄가시장 벤또(덮밥)를 먹으며 하얀 쌀밥만 구매하고 반찬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산 뒤 ‘대학당’이라는 곳에서 미소시루와 함께 먹는 장면이 나온다. 정겨운 탄가시장의 골목 곳곳을 체험케 하기 위해 젊은 상인들이 창출해 낸 시식 방법이라고 하는데 ‘동전덮밥’이라는 이 콘텐츠를 경험하기 위해 세계의 관광객이 모이고 있다는 점이 필자에겐 경종으로 다가왔다. 똑같은 음식과 장소에서도 콘텐츠 기획과 운영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스토리로 전통시장이 바뀌어 갈 수 있음을 가르쳐 준 사례로 이 아이디어가 청년들에게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시장에 새로 건물을 짓고, 쓰러져가는 상가를 리모델링해 멋진 카페와 체험공방을 만들 것이 아니라 당장 잘 장사하는 상인들과 협력해 초대박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상품기획과 시장 콘텐츠 제작을 청년들에게 맡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청년몰 육성이라는데 필자는 굵은 돌 하나를 놓고 싶다.

청년 상인이 전통시장 내 창업을 할 땐 방문 고객의 니즈(Needs)를 잘 분석해 업종을 정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기존 시장상인들과 업종이 겹친다면 즉시 새 고객층을 찾아봐야 한다. 혹여 새로운 고객층도 발견되지 않더라도 기존상인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그 방법 중 최선책이 바로 ‘콘텐츠 기획자’를 시장내 이식시킨 뒤 전통시장 내 상인회와 협동조합 등 보완적인 거점조직을 거쳐 창업모델을 완성해 가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물론 모든 청년이 이를 수행한 뒤 성공 할 수는 없다. 이 지면을 통해 예비 청년창업자들에게 몇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광주시내 각 전통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수제품, 수제 음식을 파악해야 한다. ‘수제’라 함은 정성과 비교 불가한 경쟁성을 갖추고 있기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추지 않더라도 빠르게 장인의 대열에 들어설 수 없는 영역이다. 변화의 속도에 둔감하고, 판매 확대에 미흡한 부분도 있기에 청년들이 이를 이해하고, 플랫폼유통에 적용한다면 상생할 수 있는 모멘텀이 만들어진다. 둘째, 변형적 아이디어를 체득해야 한다. 시드니 피시마켓 ‘스시도넛’의 성공은 디저트와 스시를 엮어 전 세계인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발상의 전환에서 만들어진 사례다. 시장먹거리를 디저트화 하고, 건어물을 소분 포장해 온라인 판매에 적용하는 변형은 청년들에게 맡겨둘 만한 ‘일거리’다.

셋째, 문화콘텐츠의 ‘선택적 접목’이다. 서울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에 라온미나 대표인 임하나 CEO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창업을 하기 위해 자신이 잘하는 분야 아이템을 발굴해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문화콘텐츠’를 자신의 주 관심사에 맞춰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한데 라온미나 업체는 ‘개량한복 렌탈’을 통해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 연결시켜 많은 사람들이 찾고, 한복에 대한 인식을 고풍스러움에서 세련됨으로 바꾸는 문화콘텐츠의 ‘선택적 집중’으로 지금의 성공을 만들었다. 단순히 전통시장 내 공연이나 미술전시회를 하는 방법으로는 청년창업이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없다. 문화콘텐츠를 자신의 능력으로 개발하되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는 확실한 콘셉트로 전통시장의 공간적 특성, 시간이 쌓아온 빈티지한 감성을 공감대의 영역으로 이끌어 낸다면 승산 있는 게임이 될 수있다.

이제 우리 광주에서도 망원시장, 평택국제시장처럼 청년상인이 리드하며 슈퍼상권을 만들어 내는 사례를 만들기를 기원하며 지금도 전통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에게 ‘그래도’ 가 아닌 ‘OUR CREDO’(사명)가 있음을 함께 외쳐본다.


이정헌 청년미래전략센터장
edit@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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