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 광주에 사죄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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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두환 씨, 광주에 사죄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오늘 광주지법 ‘5.18 재판’ 불출석
  • 입력 : 2018. 08.26(일) 21:00
  • edit@jnilbo.com
전두환 씨가 기어이 광주 시민을 우롱하고 말았다. 전 씨는 오늘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5.18 재판에 출석할 것처럼 흘렸으나 어제 측근을 통해 건강을 핑계로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할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적시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재판이 무엇보다 관심을 끈 것은 전 씨의 출석 여부였다. 전 씨가 오늘 재판에 출석한다면 5.18 민주화운동 후 38년 만에 광주 법정에 서는 것이어서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았다. 전 씨의 변호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최근 언론과의 통화에서 전 씨의 출석 가능성을 시사해 주위의 관심을 끌었으나 모든 것이 사기극으로 끝났다. 이에 앞서 전 씨가 재판부 이송 신청을 하고, 또 다른 측근을 통해 건강 이상설을 흘린 것 등을 고려하면 그의 불출석은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전 씨가 오늘 법원에 불출석 의사를 밝힘으로써 오늘 열릴 예정인 재판의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오늘 재판이 형사재판인 만큼 전 씨가 불출석할 경우 공판이 이뤄질 수 없고, 법원은 그가 계속 출석을 거부하면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구인할 수 있다. 전 씨가 특별한 사유 없이 재판을 기피했기 때문에 법원은 강제구인해서라도 법정에 세우고 법에 따라 엄정하게 단죄를 해야 한다.

전 씨가 오늘 재판에 불출석하기로 함에 따라 그는 광주에 사죄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그는 벌써 나이가 87세다. 따라서 그의 이번 광주 법정 출석은 5.18 영령과 광주 시민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빌 마지막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러나 아직도 기회가 있다. 전 씨가 다음 재판 기일에는 반드시 출석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기를 촉구한다. 그것이 대통령을 지낸 전 씨가 광주를 넘어 역사와 국가에 진 죄를 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dit@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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