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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불가능.’ 1901년 한국을 방문한 독일 지리학자 겸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가 쓴 저서 ‘신선한 나라 조선 1901’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서울을 매력적인 도시라고 묘사하면서도 “나무 하나 없는 산봉우리가 사납게 내려다보는 모습은 암담하고 황폐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흔히 흰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됐다. 나무 한그루 없는 붉은 땅에서 흰옷을 입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당시 황폐한 산림은 육안으로 보기에만 비참한 것이 아니라 그 땅을 터전으로 사는 국민들의 삶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
2025.04.01 17:38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나의 상태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말이 있다면 ‘벨트슈메르츠(Weltschmerz)가 아닐까 싶다. 독일 작가 장 파울(Jean Paul)이 1827년 자신의 소설 ‘셀리나(Selina)’에서 처음 사용한 이 단어는 ‘세계의 고통’이라는 뜻으로, ‘무자비한 세상 속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자신의 무기력함을 느낄 때 밀려드는 우울이나 고통 또는 슬픔’ 정도로 해석된다. 예상치 못한 계엄과 제주항공 참사, 미뤄지는 탄핵 선고로 인해 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의 상태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2025.03.31 18:10산 좋고 물 맑은 남도는 예로부터 도기와 자기를 만들기에 참 좋은 땅이었다. 영산강 삼백리 물줄기 따라 펼쳐진 너른 들판은 질 좋은 태토를 선물했고, 깊은 산자락을 내려 푼 지리산, 무등산, 월출산, 천태산은 풍부한 땔감을 제공했으니 도자문화를 꽃피우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한국 도자문화의 원형이요, 본향인 남도는 광주 무등에서 땅끝 해남, 고흥반도에 이르기까지 도자문화가 융성한 지역이 여러 곳 있다. 널리 알려진 문화자산으로는, 그릇에 최초로 유약을 바른 ‘영암 시유도기’, 서민들의 고려청자 ‘해남 녹청자’, 추상과...
최도철 미디어국장2025.03.30 17:08‘정치인 이재명’에 대해 기대가 컸던 때가 있었다. 2016년 즈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벚꽃 대선’ 열차가 가시화될 당시, 이재명은 많은 국민들에게 ‘사이다’로 통했다. 뭔가 갑갑한 상황에서 말 한마디로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 그는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사람들이 원하는 말을 쏟아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는 게 대표적이다. ‘새누리당과 재벌 기득권자, 박 대통령을 역사...
2025.03.27 17:40중국 춘추시대 중엽 막강한 초나라와 진나라가 대립할 때였다. 두 나라는 서로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의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3년 후 다시 대립하게 됐다. 당시 진나라의 장군 낙서는 초나라와 맞서 싸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부장군 범문자는 “오직 성인만이 안으로부터의 근심도, 밖으로부터의 재난도 능히 견디지만(唯聖人能外內無患:유성인 능외내무환) 성인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밖으로부터의 재난이 없으면 반드시 안으로부터 일어나는 근심이 있소(自非聖人 外寧必有內憂:자비성인 외녕필유내우). 초나라와 정나라는 놓아두고 밖으로부터...
2025.03.26 18:33“자신을 지도자로 선출한 구성원을 믿지 않고, 자신을 돕는 동료들과의 협조도 거부한다. 극단적으로 우유부단해 책무를 망각하거나 지나치게 독단적이라 제멋대로 일을 처리한다. 너무도 게으른 나머지 남들이 보기에 솔선수범한다는 인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미래의 비전을 위한 혁신 따윈 더더욱 없었다.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일상에 크나큰 해악을 끼치고도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15년간 정치 현장을 경험한 저널리스트였던 네이선 밀러가 쓴 ‘최악의 대통령’에서 밝힌 최악의 지도자의 덕목이다. 저자는 최악의 대...
2025.03.25 17:56동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무엇일까. 동전 던지기 게임이 생각난다. TV 중계 등을 통해 종종 봐왔던 모습 때문이다. 주로 축구 경기에서다. 경기 시작 전, 주심이 양 팀 주장을 불러 동전의 앞뒷면을 고르게 한다. 맞춘 팀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동전은 딱 두 개의 면만 있다. 앞뒷면이 나올 수학적 확률은 각각 50%다. 누구나 공정한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온전한 운에 맡기고 싶을 때, 동전을 던진다. ‘동전의 양면’이란 말도 자주 쓴다.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존재하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말한다. 닮은듯 하면서도 닮지 ...
2025.03.24 17:53“너 몇살이야. 민증 까 봐!” 서로 간 나이를 모르는 사이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자주 듣는 말이다. 나이 서열을 중시하는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줄여서 ‘민증’이라고 칭하는 주민등록증은 17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신분증이다. 주민등록증의 원조는 조선시대 ‘호패(號牌)’다. 조선 태종 때 조세 징수와 군역 부과 등을 위해 호패법을 실시해 16세 이상 남자에게 지니게 했다. 나무로 된 호패에는 이름과 지역, 신분 등이 기록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총...
2025.03.23 18:13지난 2008년 초,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가 ‘R의 지표’라는 지수를 발표했다.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recession’의 첫 글자 ‘R’을 딴 신조어로 일종의 경기 침체를 파악하기 위한 척도였다. 언론에 ‘recession’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할수록 가까운 미래,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경제가 둔화나 정체를 넘어 공황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담겼다. 여기서 파생된 단어가 경기침체로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는 ‘R의 공포’였다. 성장이 정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빗댄 ‘S의 공...
2025.03.20 17:25‘폭싹 속았수다’. 뜻도 모른 채 샛노란 유채꽃밭에 담겨있는 아이유와 박보검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눈멀어 서로에게 완전히 코가 꿰인 연인들의 인생 이야기쯤인 줄만 알았다. 드라마를 보기 전, 제주에 연고가 없는 이들은 아마 ‘폭싹 속았수다’가 ‘무척 수고(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인지 대부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시청하고 나면 광례와 애순, 또 금명까지 이어지는 제주 여인들의 삶은 물론, 무쇠 같은 관식, 일평생 찬 바다에 몸을 담그며 ‘애순 지킴이’를 자처하는 해녀 이모들, “확씨”만 외쳐대는 남편에 이골이...
2025.03.19 18:17“밥알이 몇 개고?” 인기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이 조리장과의 대화 장면에서 한 말이다. 해당 장면은 실제 삼성전자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일화 중에 하나다. 이병철 회장은 스스로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던 신라호텔 조리부장에게 초밥의 밥알 개수를 물어봤다고 한다. 당황한 조리부장 앞에서 이 회장은 “점심에는 식사용 한 점에 320알이 맞고, 저녁에는 안주로 많이 먹으니 280알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리부장을 향해 “배움의 길에는 끝이 없다. 이말을 명심해라”고 조언했다. 이 회장의 경영철...
2025.03.18 17:38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전 세계 경제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부터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에게까지 확대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대한민국도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지만, 대통령 탄핵 국면이라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서 무역통상 협상...
2025.03.17 15:22지난달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해당 초등학교 1학년인 김하늘 학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며 A씨는 맨 마지막으로 집에 가는 아이를 노렸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초 예정된 6개월 휴직보다 훨씬 빠른 20여일 만에 학교로 돌아왔고 복직 40일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A씨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은 늘 화가 난 얼굴이었다며 휴직계 전 병가와 휴직을 반복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사건은 △정신질환 교사 분리 △돌봄 교실의 허술한 안전 관리 보완책 등 두 가지 과...
2025.03.16 18:111976년 8월 1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1회 하계올림픽에서 레슬러 양정모가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레슬링 자유형에 출전해 대한민국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양정모. 공교롭게도 이날은 꼭 40년 전인 1936년 8월 1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토너 손기정이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달고 애국가 대신 ‘기미가요’를 들어야 했던 날이었다. 그 만큼 그의 금메달은 한국인에게 감동이었고 자부심이었다. 그 해 연말 최고 뉴스가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과 신안 해저보물 인양 등을 제치고 양정모의 금메달이 차지할 정도였다. ...
2025.03.13 17:17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전국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전남은 그 중에서 가장 최선봉이다. 양 광역 지자체장이 1인시위에 나섬은 물론 구청장도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수막을 게재했다. 시민들은 밤이되면 거리로 나오고 있고, 하루가 다르게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1980년 헬기 총탄이 박혀 있는 전일빌딩에는 어디서도 볼수 있는 큰 현수막도 걸려져 있다. ‘광주가 왔다 파면이 온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파생된 듯 한 이 문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25.03.12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