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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이 광복절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기뻐하던 때를 떠올리는 날이다. 그런데 이제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별칭 ‘용산총독부’에서는 독립기념관장에 매국으로 가는 친일파를 임명하는 만행을 저지르더니, 난데없이 아직 광복이 아니라면서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공영방송에서는 그 광복절에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를 흘려 내보냈다. 이게 어디 정상적인 국가인가? 살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보게 된다. 애국지사들의 정신을 본받기 위해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암울한 시절을 보낸 그들의 흔적을 살피고 ...
2024.08.22 13:08불볕 아래 광활한 사막이 펼쳐졌다. 순간적으로 고요가 흐르는 듯하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갑자기 내달렸다. 저절로 흘러나오는 함성과 함께. 꽉 막힌 반도에 갇혀 지내다 보니 이 낯선 광경 앞에서 나오는 본능적 발로인가. 연암 박지원이 요동 벌판을 첫 대면 하면서 읊었던 “호곡장(好哭場)이니 가이곡이(可以哭矣)로다!”가 생각나고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시구절도 떠오른다. “한 잔 술에 만 리가 보이도다. 저 사막 너머에도 내 술친구가 있으려나.” 아득...
2024.08.08 13:54창밖에는 바다가 있어요 날이 무덥고 뜨겁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때가 되면 다 지나가는 것이라 여기고 어쩔 수 없이 견디고 있는 것이 우리 아니던가. 와중에 어떤 이들은 멋진 여름휴가를 계획해 떠나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에어컨 밑이나 근처의 계곡에서 시원한 수박으로 달래보려 하지만 세상을 말아먹고 있는 잡놈들 소식에다 불행한 일들이 연일 들려오고 있으니 더욱 열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여기 창밖에 바다를 불러왔다. ...
시원한 바람은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가져오고.2024.07.25 18:44남국의 바닷가를 산책하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물결 소리를 들으며 야자수 어우러진 백사장을 걷노라니 내가 먼 곳에 와 있음이다. 그 백사장 산책길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이 있었다. 거대한 코끼리다. 나처럼 산책 중인지는 모르겠으나 야생으로 떠도는 것은 아닌 듯. 수영하거나 산책하는 자들 사이에 끼어든 이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로 평범한 풍경이 달라졌다. 낯선 풍경으로 보이지만 낯익은 풍경으로 여겨진다면 세상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음에 당신의 시간이 다...
2024.07.11 10:14배고프던 시절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돼지꿈을 꾸면 떡을 얻어먹게 된다고 좋아했었다. 또 생긴 것이 그런 것인지 복 받으려면 돼지를 닮아야 한다고 했고. 그렇다고 누구한테 그렇게 생겼다고 말하면 좀 곤란해지기 일쑤다. 어쩜 듣는 돼지 선생도 기분 나빠할지 모르니까. 여행 중에 보니까 돼지도 꼭 우리 속에서만 키우는 게 아니었다. 요즘 시류가 개나 고양이를 가족이라 하면서 같은 침대까지 쓰면서 애정으로 돌보는 것을 보면 돼지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이 성토할 일이다. 하물...
2024.06.27 14:25철학의 땅이라는 인도 대륙을 여행 중이었다. 어떤 이는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자신에게 다짐하고 왔다지만, 나는 그 당차고 무서운 다짐에 놀라울 뿐 그저 만나고 떠나고 하면서 흘러 다녔다. 여행이 별것이던가 새로움과의 만남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내 안의 우주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일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가 잘났다고 난리다. 그러나 그 잘난 것들이 모여서 이 세상의 주인인 양 푸른 별 하나를 좀먹고...
2024.06.13 17:22서부 티베트의 성지 ‘수미산’을 찾아가고 있었다. 워낙 척박한 지대여서 마을을 지나거나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멍멍하게 흘러갔다. 그래도 이따금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들이 보여 지루함을 덜 수 있었고 이대로 가면 세상의 끝이 나오려나 했을 때 몇몇 유목민 천막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도 다르고, 방향도, 공기도 없는 혹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이런 것인가? 꼬락서니가 별반 다리지 않는 나였지만 한 아이가 달려오다 말고 멈칫거...
2024.05.30 17:35반사경 같은 거울이 서 있다. 무슨 용도로 그 자리를 지키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절로 그 거울을 올려다보게 된다. 낯설게 느껴지는 내 모습이 그 안에 있으면서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하고 묻는 듯. 괸시리 쑥스러워지고 말지만 내 뒤에 비치는 세상 모습에 탈출구를 찾는다.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술에 취한 것도 아니다. 일그러진 자화상인가 싶었는데 일그러진 세상이 용용하게 거기 있다. 요즘 세상이 날로 지저분해져 홧김에 염불한다고 했나! 아니면 ...
2024.05.16 10:37지리산 비운의 역사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에 반야봉 인근을 누비고 다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길을 찾아가니 해발 1,500m쯤 되는 꼼꼼한 곳에 노란 지붕의 집 한 채가 숨어있었다 우리나라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전설의 암자 묘향암이다. 묘향암의 역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 년 전부터 토굴이 있었다고 전해지면서 이곳 묘향대는 참선 수행의 반야 성지로 통한다. 이곳에서는 산 이외에는 보이는 건 하늘뿐이고 앞이 적당히 트여있는 명당자리로 일찍이 고승들이 수도를...
2024.05.02 11:26꽃잎 진다 설워 마라 한 번 가면 그만인 것이 우리지만 너는 다시 내년 봄을 기약한다. 봄바람에 휘날리면 그것 또한 꽃이지만 그 꽃바람조차 춘몽이던가 날이면 날마다 가시는 걸음마다 꽃길이면 좋으련만 세상일이 천 근이요, 꿈길에서도 만 근이라. 봄바람에 눈물짓는 꽃잎들아 그 많던 벌 나비, 산새들은 어딜 갔나 화사하던 네 모습도 화석이 되어가고 장자의 나비도 나른한 오후에 봄날은 간다
2024.04.18 14:03여기저기서 꽃들이 피어난다. 발길을 어디로 돌려도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은 4월이다 하지만 눈앞에 다가온 총선의 열기로 세상이 시끄러워서인지 제주에 다녀온 후로 꽃향기 속에서도 악몽을 꾼다. 꽃놀이에 취해가도 설움과 잔인함이 감추어진 4월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가 제주4.3사건의 흔적을 더듬어 가다 찾아간 곳은 한림 갯거리오름길에 있는 만벵듸 공동장지. 경작지 근처에 수십 기의 무덤이 몰려있는 곳 48년 4.3사건과 뒤이은 한국전쟁의 대혼란기에 예비검속 자들이 모슬포 인근 섯알...
2024.04.04 10:21봄비가 내리더니 여기저기서 꽃이 핀다. 매화가 피고, 산수유가 피더니 어김없는 꽃샘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리던 화엄사 홍매가 피었다. 봄바람 따라 마실 나갈 때로다. 절집 사이에 감추어진 듯 고목 통째로 붉게 붉게 피어나는 그 모습 화사함인가 우아함인가 아니면 또 뭐랄까 해마다 피는 것이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더욱 값진 것인가? 이 홍매가 피면 찾아온다는 벗들이 있어 어서 빨리 남녘의 봄바람을 띄워야겠다. 이번에는...
2024.03.21 10:20장독대의 정화수 장독대는 된장이나 간장 등을 야외에서 옹기에 보관하는 우리네 특유의 문화다. 요즘에 와서는 많은 것이 변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바람과 햇볕과 불과 물이 어우러져 숙성되면서 발효를 거치며 장으로 완성되는 것이어서 우리에게 장독대는 부엌만큼이나 모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향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사람의 역할은 시간과 더불어 가며 자연의 힘을 빌리는 것뿐이기에 만사에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주변의 ...
2024.03.07 13:52시베리아와 만나는 몽골의 서북쪽 ‘홉스골’ 호수 인근의 타이가 숲속 순록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소수민족 ‘차탄족’을 찾았다. 원래 북쪽의 시베리아에서 몽골 쪽으로 넘어 온 유목민족이다. 오늘날 이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어 몇백 명 정도에 지나지 않기에 인류학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부족이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집들과 흡사한 ‘오르츠’라는 이동식 움집을 짓고 산다. 살림살이라곤 그저 엉성한 이부자리와 장작 난로, 그리고 밥그릇 몇 개가 전부다. 이들의 일상은 오로지 ...
2024.02.15 10:13압록강 변의 겨울바람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변방의 그 혹독한 겨울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대사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근세의 그 혹독한 가난 때문에 압록강을 건널 수밖에 없었던 이들,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청춘을 바쳐가며 말달리던 그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모르면서 죽어갔던 그 용사들. 이 모두가 이 변방의 칼바람 앞에 눈물을 보였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눈물조차 얼어붙어서 흘릴 수도 없었을지도. 중국 쪽 압록강 변의 작은 도시 ‘린지...
2024.01.25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