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여성 '혐오와 분노' 그 이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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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90년대 여성 '혐오와 분노' 그 이후를 말하다
장동 콜렉티브 오는 3월부터 '분노 이후를 상상하기'전||지역 여성 작가 세 명과 함께 만든 설치·회화 작품 마련||텀블벅 후원에 160만원 모여 "공감해주는 관람객 많아"
  • 입력 : 2020. 02.16(일) 17:10
  • 최황지 기자

장동 콜렉티브 '분노 이후를 상상하기' 전시 포스터. 장동 콜렉티브 제공

강수지 작가가 '분노 이후를 상상하기'전시에 선보일 설치 작품(작품명은 미정). 장동 콜렉티브 제공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은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82년생 김지영의 모습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에 등장하는 김지영 뿐만 아니라 영화는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해 목소리를 낸다. 집안일에 쫓겨 자아를 잃어버린 김지영, 가족 뒷바라지로 꿈을 포기한 지영의 엄마, 그리고 그런 딸에게 짐을 지어준게 미안한 지영의 할머니 등 영화는 세대를 초월한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각 세대들의 공감을 얻었다.

'82년생 김지영'처럼 세대와 여성을 연결시킨 전시가 광주에서 펼쳐진다. 장동 콜렉티브는 오는 3월 12일부터 25일까지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분노 그 이후를 상상하기'전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90년대생 여성들이 분노 현상에 대한 이유와 맥락을 돌아보고 '분노 그 이후'를 함께 상상해보는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장동 콜렉티브의 김소진 대표는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를 직면하는 데 넘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세대가 90년대라고 정의했다.

김 대표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가 '여성 혐오 범죄'로 진단되면서 '혐오'가 매체에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며 "90년대는 혐오가 분노로 바뀐 '분노의 사이클'에 대항하여 저항하는 세대다. 이번 전시는 혐오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장동 콜렉티브가 기획한 전시로는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을 통해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전시 기획 방향과 내용에 공감하는 예비 관람객들이 관람 티켓을 포함한 프로그램 참여 비용으로 창작자에게 후원하면 창작자들은 후원금을 전시를 진행하는 데 사용한다. 장동 콜렉티브의 '분노 이후를 상상하기' 전시 텀블벅은 지난 12일부터 시작돼 16일 현재 기준 69명이 160만원 가량을 후원했다.

장동 콜렉티브는 전시에서 공개할 예정인 설치 작품 '가변공간: Green'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길 예정이다. 김 대표는 "광주에서 전시 후원을 받는 게 어려운 점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후원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전시에 응원과 공감을 해주는 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설치 작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광주에서 활동하는 90년대생인 세 명의 여성 작가가 참여한다. 강수지 작가는 기존에 하던 사진 작업에서 벗어나 도자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기존의 것을 부수고 다시 엮어 만드는 작업 방식을 통해 90년대 여성들이 만들 사회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은지 작가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에 위치한 회화 작품을 펼친다. 바다와 여성의 연결고리에 주목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땅에서 바다와 같은 여성들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란 질문을 던진다.

한국화를 전공한 이경옥 작가는 기운과 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화폭에 옮기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개인의 경험을 서사적으로 풀어내며 여성성의 한계를 극복해본다.

작품 이외에도 관련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된다. 3월 14일 '작가와의 만남'에선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15일엔 '분노는 나의 힘'이 마련돼 분노로 글을 쓰는 방법이 강연된다. 21일엔 NVC(비폭력 대화법) 전문가가 관람객들에게 잠재된 분노를 파악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인 '나를 지키는 대화법'이 마련된다. 22일 '뒤에 올 여성들에게'에선 지역 청소년들과 작가들이 예술을 논의하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한다.

자세한 사항은 장동 콜렉티브 텀블벅(https://tumblbug.com/greenplace/story)에서 확인하면 된다.  

최황지 기자

이경옥 작가 '아마추어-순간의 집중'. 장동 콜렉티브 제공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