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서울서 첫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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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역대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서울서 첫선
광주비엔날레, 518 40주년 특별전 '메이투데이' 개최||3일부터 7월5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조진호, 김경주 등 11명 작가 참여… 목판화 대거 선봬
  • 입력 : 2020. 05.31(일) 16:32
  • 박상지 기자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메이투데이'. 광주비엔날레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자 입구 양 옆으로 군인과 여대생의 사진이 대치하는 듯한 구도로 관람객을 맞는다. 사진이 찍힌 날짜는 2010년 5월이지만 사진 속 등장인물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참여했던 군 부대 소속 군인과, 옛 전남도청 민주광장 앞에서 시민궐기대회에 참여한 시민이다. 작품 '거기3'을 작업한 권승찬 작가는 장소를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두 인물을 전시장 양 끝에 마주보게 배치함으로써 5·18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오는 3일부터 7월 5일까지 (재)광주비엔날레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마련한 '메이투데이(May to Day)'는 광주정신의 동시대성을 탐색하기 위한 자리다.

1995년 출범이래, 12차례 개최돼온 광주비엔날레의 역대 출품작들이 다시 대중과 만나는 이번 전시는 5·18기념재단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협업으로 당시의 기록사진과 서적이 더해져 40년 전의 뜨거운 현장을 오늘로 소환한다.

전시는 독일 출신 세계적인 기획자 우테 메타 바우어(Ute Meta Bauer)가 큐레이팅 했다. 우테 메타 바우어는 지난 20년간 수차례 광주를 방문하며 광주가 남긴 기억들과 지금도 유효한 민주주의 정신에 주목했다. '저항'과 끊임없는 '의문 제기'를 지향하며 5.18의 단순한 기억을 넘어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사유하기를 촉구한다.

역대 광주비엔날레 출품작들로 구성된 전시는 사진, 영화포스터, 목판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로 40년간 쌓여온 민주주의 기억을 대변한다. 각기 다른 시기에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되었던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수 십 년간 축척되어 온 예술이라는 이름의 연대를 조명한다.

2006년 제6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오형근 작가가 선보였던 '광주이야기'의 연작 시리즈들이 당시 보도사진들과 배치되어 재현과 실재의 경계를 넘나들도록 이끈다.

2002년에 출품, 가상의 영화 '광주탈출'을 설정하고 영화의 포스터와 회화를 전시했던 박태규 작가의 작품은 새롭게 제작된 포스터와 함께 전시된다. 또한, 제10회 광주비엔날레(2014)의 개막식 생중계 퍼포먼스로 공개되며, 역사의 비극을 목도하게 하였던 임민욱 작가의 작품이 기록영상으로 재편되어 다시 공개된다.

제11회 광주비엔날레(2016)의 출품작으로, 네 명의 유령이 등장하여 민주화운동의 실체를 좇는 쿠어퍼라티바 크라터 인버티도(Cooperativa Cráter Invertido)의 영상작업과 설치작업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돼 역사의 참극 속에서 희생된 많은 이들의 고통을 여과 없이 드러내 이목을 끌었던 강연균 작가의 연작 시리즈 중 초기 작품인 '하늘과 땅 사이 1'이 공개됐다. 해당 작품은 제2회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되어 역사의 참극 속에서 희생된 많은 이들의 고통을 여과 없이 드러내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끈 바 있다. 강연균작가는 1995년 광주안티비엔날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사회적 역사에 개입하는 예술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접근을 촉구하기도 했다.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민주화운동에 대한 파편화된 기억들을 한 데 엮어낸 작품도 선보인다.

1980년의 현장자료들과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서있었지만 정작 기록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잊혀져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을 소환하는 작업이다.

1980년 광주의 실상을 전 세계로 알리는 도화선이 된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ürgen Hinzpeter)의 당시 취재 자료들과, 5·18민주화운동에 개입한 당시 지미 카터 미국 행정부를 최초로 폭로한 미국 기자인 팀 셔록(Tim Shorrock)의 아카이브 문서들이 공개된다.

노순택 작가의 '망각기계'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망한 이들이 묻힌 광주 옛 묘역의 영정사진들을 작가가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시간적 간격을 두고 촬영한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잊히고 또 기억되는지 관객에게 묻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18년 제1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백승우 작가의 '연상기억법'은 구 국군광주병원의 현재의 이미지를 아카이브로 구축해 흔적을 통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이 밖에도 이창성의 보도사진을 비롯한 아카이브 자료들은 박제된 역사의 순간들을 불러와 현재의 시점에서 민주주의를 복기하도록 돕는다.

'메이투데이' 해외 전시는 지난 1일 대만에서 개막했으며, 오는 7월에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전시도 일정을 조율 중이다. 광주에서는 9월 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마련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권승찬 작가가 기자들에게 작품설명을 하고있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