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무광주 시무대권(若無光州 是無大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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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약무광주 시무대권(若無光州 是無大權)'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1. 03.02(화) 12:36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지난 설 연휴 약속이나 한 듯 광주를 찾은 정치인들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그리고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권내 잠룡들이다. 민주당에서 대권에 도전하려면 '전통적인 집토끼'인 호남 민심을 얻어야한다. 광주는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다.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일은 내년 3월9일인데, 잠룡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분주하다. 신축년 설 연휴부터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광주가 출발점이 됐다. 3월부터는 여권내 대선주자군이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다. 그 기점은 이낙연 대표가 사퇴하는 때다.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1년전에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당권·대권분리 규정에 따른 시간표다. 오는 9일 이전이니까, 대략 8일이 사퇴 시점이 될 듯 싶다. 대권경쟁의 신호탄이다.

당내 '빅2'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다. 대선후보 지지율이 엎치락 뒤치락하다가 올해부터 이 지사가 앞서가는 양상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선거 180일 이전에 대통령 후보를 정하도록 했다. 오는 9월10일이다. 이를 기준으로 순회 경선은 대략 8월14일부터다. 경선까지 지지율 곡선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변수들이 적지않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사면론' 발언 이후 대선후보 지지율이 하락했다. 반등의 모멘텀이 급해보인다. 사퇴 이후 더 강력하고 선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4·7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첫 관문이다. 이 대표 스스로도 "당에 기여할수 있다면 영광"이라며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지지율 반등과 당내 지지세력을 구축하는 단단한 지렛대는 '서울 수성'이다.

이재명 지사는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며 굳히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탈당론, 경선연기론 등이 나오는 것을 보니, 이대로 가면 대권을 거머쥘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을 것 같다. 두번째 도전이니 경험도 무시 못한다. 당내 비문(비문재인), 비주류는 직면한 한계다. 주류인 '친문'(친문재인)세력의 뿌리깊은 불신은 넘어야 할 산이다. 확실한 원톱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1위는 집중 견제대상이다. 이 지사의 정책브랜드 '기본소득 때리기'가 뜨겁다.

'당내 친문주자가 없다'. 요즘 '제3후보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종의 대안후보, '이재명 대항마' 찾기로 여겨진다. 친문세력은 모바일 투표에 강한 팬덤 지지층이다. 뭉치면 경선판을 흔들수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를 표방하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무시하지 못할 세력이다. 제3후보로는 정세균 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광재·김두관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 주목받는 2인은 호남 출신인 정세균 총리(전북 진안)와 임종석 전 실장(장흥)이다.

정 총리는 6선 국회의원, 장관, 국회의장을 지냈다. 대통령 빼고 다 해봤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온화한 미소가 '시그니처'다. 그의 거취는 코로나 19 방역 성과와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방역과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대권으로 방향타를 옮겨갈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4월 출마설'의 변수다.

임 전 실장은 대선출마를 위해 여의도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당내 386의원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도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표와는 막역한 사이다. 그래서 이 대표 사퇴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다. 광주의 조오섭, 윤영덕, 송갑석 의원이 대표적 '친임계' 의원이다.

이들 외에도 대권을 저울질하는 예비후보군이 적지않다. 다만 '제3후보'의 한계는 시간의 문제다. 준비기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예비후보가 많을 경우 치러지는 예비경선(컷오프)도 변수다. 지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선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 4명이 경쟁했다.

무엇보다 광주의 선택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민주당이 배출한 대통령들 모두 호남의 지지, 광주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드라마틱했다. 광주에서 지지율 열세를 뒤짚고 '노풍'을 일으켰다. '꼴찌에서 일등'이란 기적을 썼다. 광주 정신과 노무현 정신이 만나 '대권 바람'을 만들었다. '약무광주 시무대권(若無光州 是無大權)'. 광주가 없으면, 대권도 없다. 대권으로 가는길, '광주 경선'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