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동물들에 자유를 향한 갈망도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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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순수한 동물들에 자유를 향한 갈망도 담았죠"
장애인 작가 김성민, 광주여성재단서 개인전||지적장애로 제한적인 삶 작품에 투영||'넓고 깊은 나의 정원' 주제 5월 10일까지||장애인 인식에 대한 과제 반영하기도
  • 입력 : 2021. 04.25(일) 16:37
  • 박상지 기자

김성민 작 '맹진하는 코뿔소'

날개가 한쪽으로 꺾인 독수리 한마리가 나무 위에 힘겹게 앉아있다. 상처입었지만 다행히 특유의 용맹함까지 잃진 않았다. 무언가를 향해 맹진하는 코뿔소에겐 순수함이 엿보인다. 날카로운 뿔을 휘두르며 압도적인 힘으로 위협하는 듯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친근하다. 지친 어미새가 어린 아기새들에게 힘겹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담은 작품 앞에선 왠지 가슴 한켠이 저려온다. 자유롭지 못한 몸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그를, 그의 어머니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독였다. 몸이 불만족스러웠던 작가는 자유를 향한 갈망과 갈증을 화폭 안에 풀어냈다.

지체장애인 김성민 작가 이야기다. 발달 및 지적장애 2급인 그는 도파민 신경물질 결핍으로 인한 파킨슨 증후군을 앓고있다. 어린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김 작가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캔버스에 담아왔다고 한다. 목포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작업을 통해 삶에 대한 갈증을 유감없이 풀어냈다.

김 작가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그림이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자 매개체이기 때문"이라며 "처음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림을 그렸지만, 이제는 그림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일이 됐다"고 밝혔다.

김성민 작가의 내면을 담은 작품이 오는 5월10일까지 광주여성가족재단 광주여성전시관 허스토리에 전시된다. 전시 주제는 '넓고, 깊은 나의 정원'. 사람과 동물, 정물 등 세가지 주제로 작업중인 김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필요성을 환기해보자는 취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25점의 작품들은 마치 김 작가만의 대자연을 보여주는 듯 하다. 초원의 코뿔소, 판다, 사자, 바다 속을 유영하는 물고기, 하늘을 날고있는 여러종류의 새들을 비롯해 석양으로 물든 바다, 광활한 대지 등이 김 작가 특유의 거친 붓질로 표현돼 있다. 작품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과 동물들을 아끼고 사랑했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넓은 세상을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지내야 하는 김 작가의 깊고 넓은 세계, 곧 김 작가만의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

김 작가는 "나만의 정원 속 자연은 사람들처럼 외모를 따지지도, 모자란 나의 능력을 비웃지도 않고 있는 내 모습 그대로 받아준다"며 "그런 동물들과 함께 있으면 울적한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를 괴롭히는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물들이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 관련 기타 자세한 사항은 광주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http://www.gjwf.or.kr) 및 인스타그램(@gjwomenfamily)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성민 작 '상처뿐인 영광'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