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48-1> 하나둘 떠난 자리 적막감만 …사라지는 농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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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48-1> 하나둘 떠난 자리 적막감만 …사라지는 농촌마을
보성 율어면 칠음2리 마을 가보니||즐비한 빈집에 무성한 잡초만 ||아이들 없어 중학교 폐교되기도||텅텅 빈 상가 …인적도 드물어
  • 입력 : 2021. 11.28(일) 17:37
  • 김혜인, 정성현 수습기자

지난 24일 지방소멸 위험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보성군 율어면 칠음2리에 위치한 빈집 모습.

한때는 20여 가구가 모여 살았다. 그러나 마을 주민이 하나둘 떠나면서 이제는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 누군가의 집이었을 곳에는 무성한 풀이 자라났고, 주인이 떠난 집에는 버려진 집기들만이 그곳을 지키고 있다. 보성군 율어면 칠음2리 '웃이러실' 마을이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봉착한 농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지난 24일 오후 찾아간 칠음2리 웃이러실. 그곳에는 고요함과 쓸쓸함이 가득했다. 한눈에 봐도 방치된 지 수십 년이 되어 보이는 빈집들은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폐가에는 깨진 거울, 녹슨 국그릇과 밥그릇 등 주민들이 쓰던 물건들에 꺼먼 먼지가 자욱하게 뒤덮인 채 덩그러니 널브러져 있다.

현재 마을 주민은 김복열(72) 씨가 유일하다. 22년 전 이곳에 터를 잡았다는 그는 "처음 올 때부터 폐가들로 가득했다"며 "이후 남아있던 마을 어르신들도 떠나면서 이제는 나만 남았다"고 했다.

그의 안내로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던 집을 찾아갔다. 언덕을 따라 길을 지나는 동안 언제 관리했는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무성한 풀들이 집의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게 했다. 20여 채의 폐가 중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집은 3채가량뿐이었다.

지난 24일 찾은 웃이러실은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있어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 씨가 멈춰선 곳에는 지은 지 한 세기는 돼 보이는 집이 있었다. 무성한 잡초와 벌레 울음소리만이 집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울어면을 이끌던 면장님이 살던 집"이라며 "여기가 그나마 집의 형체를 온전히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고 했다. 김 씨는 "이 집마저 없어지면 웃이러실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 때문에 나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정말 착잡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웃이러실'과 지척인 '아랫이러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을 입구에서 몇 걸음 가지 않아 빈집들이 눈에 띄었다. 동네 주민에게 빈집의 사연을 물으니 대다수 10년도 넘게 비어있어 잘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이 마을은 노인들이 홀로 지내는 집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고향을 찾는다는 임병우(50)씨는 "늘어나는 빈집과 고령으로 돌아가시는 마을어르신들 소식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한숨지었다.

그곳에서 만난 임병우(50) 씨는 "가끔씩 고향을 찾을 때마다 늘어나는 빈집과 고인이 된 동네 어르신들 소식에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그는 외부에서 새로 오는 사람은커녕 옛날에 같이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임 씨는 "같이 뛰놀던 동네 친구들은 죄다 서울이니 부산이니 타지로 떠나버렸다. 그나마 이곳을 찾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최근에 중학교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폐교된 율어중학교엔 다른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다.

2015년 율어중학교가 폐교되고 유일하게 율어면에 남아있는 학교인 율어초등학교. 학생 수는 총 22명이다.

임 씨를 비롯한 과거 칠음리 아이들은 면 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현재 중학교는 문을 닫았고, 초등학교 역시 학생 수가 22명으로 언제 폐교될지 모르는 처지다. 사람들로 북적였을 면 소재지도 인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가했다. 주인이 떠난 빈 상가도 곳곳에 보였다. 없는 것 빼곤 다 팔던 '점방'은 오래전 문을 닫았고, 북적였을 미용실 건물도 텅 비었다.

텅비어있는 면 소재지 미용실.

고향을 뜨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남는 이들의 불편은 커져만 간다. 줄어든 교통편과 병원에 다니는 등의 불편함이다. 읍내행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 아침에 버스를 놓치기라도 하면 읍내(벌교)로 갈 수 없다. 박은영 칠곡2리 이장(58)은 "이곳 노인들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할 정도로 갈수록 움직이기 힘들어하신다"며 "교통편이 열악하다 보니 응급상황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고민이 된다"고 한숨 지었다.

김혜인, 정성현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