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맛 고수… 전국 주류 품평회서 잇단 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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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협·지발위
어머니 손맛 고수… 전국 주류 품평회서 잇단 두각
지역 명물 빵·술 지역효자로 만들자 ⑩ 장흥 안양주조||안양면서 재배 쌀·찹쌀만 사용 ||장흥 관내 전체시장 100% 유통 ||남도전통주 품평회서 4회 수상 ||어머니 손맛 유지하며 제품개발 ||약용식물 이용 막걸리·동동주 ||곧 선보이며 저변 확대 나설 것
  • 입력 : 2022. 06.14(화) 13:36
  • 김은지 기자

(왼쪽부터)장흥 안양주조에서 생산되고 있는 막걸리 챗찹쌀이하늘수와 안양 동동주.

어머니의 뒤를 이어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막걸리와 동동주를 만들고 있는 주조장을 찾았다.

광주에서 화보로를 타고 1시간을 달려 화순과 보성을 지나 '정남진 토요시장 가는 길'이라 쓰인 이정표를 따라 안양면 당암리 고당마을에 다다르자 왕복 1차선 농로길 한편에 황토색 창고 형태의 건물이 눈에 띈다. 25년째 막걸리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안양주조(대표 채창헌·50)다.

●마셔는 봤나 직접 농사 지은 쌀로 만든 막걸리

건물 입구 담벼락에는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 5번 출품·5번 모두 수상'이라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어 안양주조의 실력을 짐작케 한다.

입구 담벼락 한쪽에서는 고된 농사일을 잠시 멈추고 갈증을 달래고자 흙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은채 막걸리와 동동주를 구입하기 위해 채 대표를 찾는 한 농부의 모습이 보였다.

안양주조는 동동주(용량별 2가지 800㎖·1700㎖)와 햇찹쌀이하늘수(500㎖)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막걸리와 동동주는 크게 6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쌀을 증자기에 2시간 동안 찐 후 종균을 추가해 1단계 누룩 제조→2~5단계 덧술→6단계 제성을 거쳐 40일이 지나면 제품화된다.

막걸리와 동동주를 시음 삼아 한잔 마셔봤다. 진득한 누룩향과 사과향이 풍기며 설탕 시럽을 한가득 넣은 것 마냥 단맛이 입안을 감돌았다. 단맛의 비결이 무엇인지 제품 포장지에 쓰인 원재료를 살펴보니 국내산 쌀가루, 찹쌀, 쌀, 누룩과 효소가 전부였다. 채 대표는 재료는 직접 농사지은 재료만 사용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채 대표는 "막걸리와 동동주에 사용되는 재료는 찹쌀과 쌀이 전부다. 안양면 2만평의 논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과 찹쌀만 사용하고 있다"며 "막걸리와 동동주를 만들 때 온도·습도·배합 조절도 중요하지만 원재료가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꾸준히 직접 농사지은 쌀만 사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소주·맥주에 밀린 막걸리 되살리자

(왼쪽 부터) 채창헌 안양주조 대표와 1970년 안양주조를 인수한 채 대표의 어머니 김연초(80)씨

안양주조(장흥군 안양면 주교비동로4)는 1930년 일제시대 소주를 생산했던 삼성주류㈜를 시작으로 1945년부터 본격적으로 막걸리를 빚기 시작한 양조장이다.

광산 김씨 종가의 큰딸 김연초(80·여)씨가 1970년 양조장을 인수해 그의 아들 채 대표가 양조장을 이어 운영하고 있다.

채 대표가 술을 빚기로 결심한 데는 당시 막걸리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어머니의 뒤를 이어야겠다는 의지 하나뿐이었다.

채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 후 일찌감치 서울로 상경해 동일그룹에 재직 중이었는데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소주와 맥주의 보편화로 막걸리가 사양길을 걷게 됐다"며 "일부 양조장에서 제대로 된 막걸리를 빚을 줄 몰라 밀가루만 사용해 만들 때 어머니는 오직 찹쌀만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었고 동네 어르신들이 그 맛을 인정했던 명성을 이어야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막걸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명성을 이어나가야겠다는 욕심에 술을 빚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완벽히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대중적인 막걸리의 맛(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것.

채 대표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양조장을 아들이 이어 운영한다는 소식이 동네에 퍼지면서 막걸리·동동주를 슈퍼에 납품하러 가면 어르신들 마다 맛을 평가하는 게 달랐다"며 "어르신들의 쓴소리에 굴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2~3년 만에 보편적인 막걸리 맛의 배합과 온도·습도 조절을 터득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들이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한 어르신들이 성품을 시험하기 위해 짖궃은 농담을 건냈던 것"이라고 말했다.

●맛·가격 고수 신제품 출시 박차

채 대표의 인내와 노력은 각종 품평회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안양주조는 공장도가 1100원 가격을 꾸준히 유지하며 약용식물을 사용한 막걸리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남도전통주 품평회 4회(2010년·2013년·2015년·2021년)와 2013년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현재 안양주조에서 생산되고 있는 막걸리·동동주는 장흥 관내 전체 100%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영암군·보성군·강진군 농협 하나로마트와 음식점 등에 납품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연매출 6~7억원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이후 음식점 영업제한시간 등의 영향으로 3~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채 대표는 매출에 대한 욕심보다 어머니 때부터 유지되어온 맛을 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채창헌 안양주조 대표는 안양면 2만평의 논에서 직접 재배한 쌀과 찹쌀만 사용해 막걸리와 동동주를 만들고 있다.

채 대표는 "막걸리·동동주를 납품하러 다니면서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농담들이 쌓여 오늘날의 막걸리와 동동주가 변함없는 맛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 때문에 공장도가 가격 1100원을 꾸준히 유지하려 한다"며 "곡류만 사용하는 보편적인 막걸리와 동동주의 인식을 깨기 위해 인삼, 당귀, 비파 등을 사용한 막걸리를 빚어본 경험이 있어 약용식물을 사용한 막걸리를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 박간재·김은지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