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대체일까? 시대의 혁신일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인류의 대체일까? 시대의 혁신일까?
챗GPT시대 글쓰기
이세훈 | 매일경제신문사 | 1만8000원
  • 입력 : 2023. 03.23(목) 13:25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챗GPT 동향과 정책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1980년 이후 가장 혁명적 기술 발전.”

챗GPT를 두고 한 빌게이츠의 극찬이다. 빌게이츠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렸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전체 산업이 이를 중심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다. 기업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AI 회사 Open AI가 제작해 지난 2020년 6월 공개한 챗GPT. ‘챗’은 채팅의 줄임말이고 ‘GPT’는 ‘Generated Pre-trained Transformer’의 앞글자다. 챗GPT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노래 작사 작곡,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업무 수행까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챗GPT를 통해 대통령 신년사를 써봤더니 정말 휼륭했다”며 인공지능 검색 기술을 공직사회에서 활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촉구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도 최근 ‘챗GPT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활용방안을 논의했으며 상반기 내 시범 활용을 끝내고 업무 활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활용방안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우려 섞인 반응도 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워낙 그럴싸하게 포장해 내놓다 보니 신뢰도에 대한 한계가 있다. 표절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국민대학교가 지난달 28일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이 대학교육에 끼칠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하기 위해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활용 윤리강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무조건 거부하지 않기 △정보를 선별하고 진실을 확인하는 것에 책임감 갖기 △인공지능의 사용 여부는 교수와 학생이 상호 합의하기 △인공지능의 활용 여부를 과제 제출 시 명확히 밝히기 등을 골자로 한다.

챗GPT를 둘러싸고 여러 논쟁이 오가고 있지만, 정부 부처가 나서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나선만큼 앞으로 우리 삶에 깊숙이 관여하게 될 것이란 건 단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출판계에도 책GPT 돌풍이 불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1월 ‘챗GPT’ 도서 판매량은 전월 대비 3.4배 증가한 데 이어 2월에는 94.5배로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책 ‘챗GPT시대 글쓰기’는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설명하는 안내서이다.

저자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챗GPT를 활용해 어떤 글이든 쓸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소개서, 비즈니스 보고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나리오, 베스트셀러 경제경영서, 마케팅 카피 작성에 이르기까지 챗GPT를 사용해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생성하는 방법을 배운다. 단순하게 ‘이 주제로 글을 써주세요’라고 챗GPT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주제와 용도에 딱 맞는 품질 높은 글을 얻어내기 위해 저자는 질문에 대한 6가지 원칙을 내세운다.

사진은 최근 서울 시내 대형서점에 진열된 도서 챗GPT시대 글쓰기. 뉴시스
첫째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둘째 명확하고 간결한 언어를 사용한다, 셋째 맥락을 제공한다, 넷째 올바른 서식을 사용한다, 다섯째 개방형 질문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챗GPT를 살살 달래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이제 ‘인류의 대체’가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남을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책은 이렇게 시대가 바뀌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글쓰기 방법이 생겼다는 것, 즉 예전처럼 오랜 기간 수많은 자료조사와 정리 그리고 목록 작성 등의 노력을 하지 않고도 쉽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녀야 할 윤리적인 질문을 상기시킨다. AI는 진정으로 작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저자는 기하급수적으로 기능이 발전하고 있는 AI에 대해 궁극적으로 작가와 콘텐츠 제작자를 능가할 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결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전에, 열린 마음으로 이 논쟁의 양쪽 측면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AI의 발전을 비관이나 자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고 챗GPT의 시대를 냉정하면서 똑바로 직시해볼 필요가 있다.
챗GPT시대 글쓰기.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