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버스단말기’ 설치 저조…취약계층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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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시 ‘버스단말기’ 설치 저조…취약계층 불편
총 정류장 2369곳 중 설치율 46%
‘22년까지 50% 달성’ 목표 못 지켜
올 예산 전년비 3분의 1 이상 삭감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필수 요소”
  • 입력 : 2023. 05.21(일) 18:08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광주 동구 양동복개쇼핑센터 정류장에는 7개의 노선이 있지만, 버스별 실시간 위치 및 도착 예정 시간을 안내해주는 단말기가 없어 노인 등 교통 취약계층의 버스 이용 불편이 커지고 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지역 버스정류장 절반 이상이 도착 시간 등을 안내해 주는 단말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노인, 장애인 등 교통 취약계층의 버스 이용 불편이 커지고 있다.

21일 광주 동구 한 버스정류장. 한 노인이 무거운 짐을 든 채 뜨거운 햇살 아래서 기약 없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버스별 실시간 위치 및 도착 예정 시간을 안내하는 단말기가 없다.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활용해 버스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노인들에게는 애플리케이션 사용 자체가 쉽지 않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다.

김귀자(67)씨는 “그런 게(버스 정보 안내 앱) 있는 줄 몰랐다. 있어도 사용 방법을 알아야 쓰지…우리한텐 너무 어렵다”며 “기계(단말기)가 있는 곳은 ‘버스가 언제쯤 오겠구나’ 가늠하는데, 기계가 없는 곳은 그러지 못하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등은 더욱 힘들다. 단말기에는 음성 안내 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곧 도착하는 버스 번호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단말기가 없는 정류장에선 일일이 도착하는 버스마다 기사에게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물어야 한다.

지난달 말 기준 광주 총 버스정류소 2369개소 중 단말기가 설치된 곳은 1107개로 46%에 불과하다. 자치구 설치율은 △동구 59% △서구 61% △남구 48% △북구 50% △광산구 33%다.

광산구 설치율이 가장 낮은 이유는 단말기 우선 설치 조건 ‘연간 사용자 수 1만5000명 이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상 변압기 등이 많아 전기 설비 확보가 어려운 도로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역 주민과 노약자 등의 이용률이 높지만, 시가 관할하는 ‘정규 승강장’에 포함되지 않아 단말기 설치 대상에서 항상 배제되기 때문이다. 광주 마을버스 정류장의 단말기 설치율은 0%인 셈이다.

광주의 상황은 타 지자체의 단말기 보급률 확대 움직임과도 배치된다. 서울의 경우 버스 정류장 단말기 보급률은 85.42%다. 여기에 마을버스 정류장에도 올해 200개의 단말기를 추가 설치한다.

광주시는 한때 단말기 설치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2019년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까지 단말기 설치율을 50%까지 확대 설치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광주시 버스정류장 단말기 설치 관련 예산은 지난해 5억4000만원에서 올해 1억5000만원으로 크게 깎였다. 단말기 신규 설치 가격이 1대당 약 10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겨우 10여 대 정도 설치할 수 있는 수준이다.

광주시의 조치에 장애단체 등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행정’이라고 반발한다.

배영준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의 교통편의 증진을 위해 단말기는 꼭 필요하다”며 “저상버스 도입은 의무화됐는데, 단말기가 없어 언제, 몇 번 버스가 오는지 모른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예산 확보는 의지의 문제며, 단말기는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필수 요소임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