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99-2> “수산물 안 사먹을까 벌써 걱정… 억장 무너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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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99-2> “수산물 안 사먹을까 벌써 걱정… 억장 무너지네요”
● 목포·여수 수산시장 가보니
“이제 좀 장사 하려나 싶었는데…”
국내산도 외면 받을까 불안불안
“수산물 이력제 검사 더 강화해야”
  • 입력 : 2023. 05.21(일) 18:23
  • 글·사진=조진용·김은지 기자·목포=정기찬 기자
목포북항 한 수산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산 참돔.
“일본이 검증도 안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수산업계는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 없죠. 오염수 방류 계획에 우리 정부는 방조하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지네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발표에 목포와 여수권 어민들과 어업 종사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어민들은 수입산은 물론 국내산 수산물까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목포시 산정동 1750 북항 수산시장.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한마디에 주변 상인들이 모여든다. 하나같이 “코로나19 끝나고 이제 좀 장사를 하려나 싶었는데 이 사달이 났다. 이제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사먹지 않을텐데 걱정이다” 고 입을 모은다.

이들의 걱정은 이미 오염수가 방류돼 바다를 건너온 듯했다.

한 시장 상인은 목포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 덕분에 활기를 띠던 차에 사달이 나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북항수산시장은 주말이면 해상케이블카, 해상W쇼, 등 목포 명소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수산시장을 절반 가까이 매운다”며 “참돔만 일본산을 판매하고 있다. 오염된 물이 흘러 나오는 지역에서 잡은 수산물을 누가 사 먹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5톤 활어차에 올라가 뜰채로 참돔을 떠서 수족관에 넣던 한 상인의 가게를 따라가보니 수족관에 ‘일본산’ 이라는 원산지 표시판이 보인다. 그 역시 얘기하는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수산물 관련 제품을 사먹는 소비자들의 우려감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광주에서 왔다는 한 소비자는 “유통과정을 거친 시장,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산물을 사먹어도 될 지 걱정이다”며 “수산물이야 사먹지 않으면 된다지만 천일염 등 소금도 관련이 많을텐데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를 놓고 여야가 입씨름만 할 게 아니라 시찰단을 통해 안전성 여부를 면밀히 살피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포 어촌계도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지역 관광 활성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수 목포수협삼학어촌계장은 “한국해양소년단 전남서부연맹 주관으로 제트보트 등 해양레저스포츠 무료체험 프로그램과 갈치잡이 낚시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체험객 덕분에 지역 숙박·음식점 등도 도움을 받고 있는데 이제체험객 감소는 예견된 일”이라고 밝혔다.

목포수협은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수산물 제공을 위한 각종 검사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목포수협 지도과 관계자는 “방사능오염도 검사, 수산물 이력제 검사를 강화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부권 대표 해양도시 여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수시 교동 수산시장에서 17년째 수산물을 팔고 있는 김수창(52)씨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을 접한 뒤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되려나 싶었는데 이제 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 한다고 한다”며 “손님들이 오염수 이야기를 꺼내곤 하는데 정말 방류 한 후엔 국산 수산물도 찾는 사람이 없을까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여수 어민 대부분은 조업만이 아닌 어시장, 횟집 등을 운영하며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오염수 방류를 밀어붙이니 이제는 정말 업종을 바꿔야하나 고민이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수 수산시장을 찾은 김연수(37)씨도 오염수 방류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홈페이지에서 수산물 안전성검사 중 방사능 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며 “오염수가 방류된다면 지금보다도 더 철저하게 확인을 해야 할텐데 걱정된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수산물은 안먹이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목포북항수산시장. 상인들은 최근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뉴스에 소비자들로부터 수산물이 외면받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글·사진=조진용·김은지 기자·목포=정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