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이 사교육 줄일 근본 해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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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수능
‘쉬운 수능’이 사교육 줄일 근본 해결책 ?
尹, 공교육 외 출제 금지 지시에
올 수능 국·수 평이 가능성 커져
변별력 사라지면 수시 쏠림 심화
사교육 심화·재수생 양산 가능성
“출제 아닌 평가방법 고도화 필요”
  • 입력 : 2023. 06.20(화) 18:42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시교육청 전경
대통령의 ‘공교육 내 출제’ 지시로 올해 수능 난이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출제 대신 평가 방식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구조에서는 수험생의 입시 부담감이 여전한데다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지게 될 경우 수시나 내신을 위한 사교육 열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20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과정 내 출제’ 발언 이후,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난이도 하락에 따른 변별력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당장 올해 수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9월 모의평가에서 국어, 수학이 쉽게 출제될 거라 점쳐지면서 이른바 ‘물수능’으로 인한 입시 셈법이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수능 난이도 조절만으로는 사교육 없는 공정한 입시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정훈탁 광주시교육청 진로진학과 진학팀 장학관은 “상대평가로 선발하는 현 대입 시스템에서 수능이 쉬워지면, 대학 입장에선 변별력을 갖추기 위한 제 2의 단계를 준비해야 할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수험생의 입시에 대한 부담은 여전해 되레 사교육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수험생들은 서울로 가서 입시 준비를 해야하는 이중 부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교육시민단체 관계자 A씨도 “상위권도 문제지만 중상위권은 수능이 쉬워지면 ‘1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란 인식이 퍼지게 될 것이고 사교육에 더 매달리게 될 것”이라면서 “또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 합격선이 요동쳐 재수생이 대거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광주와 전남은 타 지역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아 사교육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지역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5만6000원, 사교육 참여율 74.9%,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5000원으로 서울을 비롯한 7개 특·광역시 중에서 가장 낮았다.

전남지역은 전체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6만1000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낮았다. 사교육 참여율(67.6%)은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고, 참여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38만7000원으로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낮았다.

그럼에도 지역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과 1인당 사교육비 규모는 사교육비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7년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수능 출제 난이도 조절만으로는 커지는 사교육 지출을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전남이 일반고 위주인 만큼, 공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본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장학관은 “출제 방법의 고도화 말고 평가 방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며 “‘교육과정 내 출제’의 기본적인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수능 난이도 하향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상 사교육 시장은 어떤 교육 정책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존재해 왔다”며 “문제 풀이 훈련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현 구조가 아닌, 고등학교 3년 동안 쌓아온 것들을 전반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전 정권의 고교 서열화 폐지 기조가 일반고 중심의 지역 수험생 입시에 유리하다고 본다.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에는 이 같은 방식의 공교육 강화 정책이 구체적으로 담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