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시화호를 되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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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시화호를 되새기며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3. 07.26(수) 14:00
김성수 정치부장
경기도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에 걸쳐있는 면적 56.5㎢의 인공호수인 시화호. 1987년 물막이 공사가 시작된 후 시화호는 한때 ‘죽음의 호수’로 불렸다. 1994년 해수 흐름이 완전히 끊긴 이후 수질은 악화됐고 물고기의 떼죽음이 잇따랐다.

당초 시화호는 인근에 조성된 시화공단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공업용수는 커녕 농업용수로도 부적합한 골칫거리 폐수가 되고 말았다. 1조원을 들여 만든 수원지의 썩은 물을 개선하기 위해 정화비용만 6000억원이 더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화호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화호는 현재 죽음의 호수가 아닌 생명의 호수로 탈바꿈했다. 해답은 ‘해수 유통’이었다. ‘물은 흘러야 한다’는 단순 진리가 죽음의 호수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해수 유통 후 시화호는 한해 15만 마리의 철새가 머무르는 기착지가 됐다.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가 갯벌을 뒤져 먹이를 찾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물속에는 숭어와 우럭, 놀래미 등이 지천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1997년 물 1ℓ당 17.4㎎에 달하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현재 2급수 수준으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깨끗해졌다.

시화호처럼 물의 유통을 가로막는 행위가 ‘환경 재앙’을 가져다 준다는 교훈은 금새 잊혀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시절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16개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을 뒤집고 다시 ‘물 그릇’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간신히 농업용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영산강의 승촌보 상시개방, 죽산보 철거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된 셈이다.

감사원은 최근 전 정부시절 과학적 근거도 없이 환경단체에 의해 보 해체 결정이 이뤄졌고,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비용대 편익(B/C)값의 산정방법과 기준도 신뢰성이 훼손됐다고 결론냈다.

감사원 결과발표와 함께 환경부도 일사천리로 4대강 보 보존 및 강화 방침을 내놨다.

‘4대강 전도사’로 불려온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감사청구를 한지 2년만이며, 윤 대통령이 올 초 광주·전남 가뭄 사태 당시 ‘보 활용’을 지시한지 반 년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무시한 채 현 정부와 정치권이 ‘4대강’을 정쟁 도구로 삼으면서 또 다른 환경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시화호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