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폭력, 그 예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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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폭력, 그 예전의 기억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3. 09.04(월) 16:32
노병하 부장
X세대라고 불리는 연령대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겪은 것을 요즘 학생들에게 말해주면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물리적 폭력뿐만이 아니다. 노골적인 차별도 만연했다. 한 친구는 중학교때 일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고 한다. 당시 그는 반에서 성적인 중하위권이었는데, 친구인 필자를 기다리기 위해 학교에 남아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때 필자는 담임교사의 지시로 담임 교과목의 타 학년 채점을 하고 있었다.(이것도 말이 안되긴 하다) 반의 몇몇 아이들이 남아서 하는 중이었는데, 다하고 나오니 친구의 눈가가 붉어져 있었다. 물어보니 타 반 교사가 학내에 남아있는 그에게 채점을 시키려고 했는데, 바로 담임이 와서 고개를 흔들며 손가락을 아래 방향으로 내렸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에도 그것이 성적이 나쁘다는 사인인줄 알았고, 그 사인을 본 교사 역시 버럭 화만 내며 친구를 돌려 보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어찌됐던 인생을 잘 꾸려나가 지금 사회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때 담임교사를 만나 꼭 한마디 쏘아 붙이고 싶다고 술만 취하면 말한다.

또 다른 일도 있었다. 친구끼리 다툼을 벌이다 칠판 한귀퉁이가 깨졌다. 물어주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칠판을 깬 친구는 오후 담임 수업 시간이 정말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 단순히 몽둥이가 아니라 손과 발로, 거기에 더해지는 부모 욕까지. 코피가 터지고 눈이 붓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지만 그 친구의 부모는 후일 와서 고개만 숙이고 갔다. 이것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다. x세대 이전에는 더 극악한 학내 폭력들이 존재해 왔다. 전교조가 태동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이런 기억이 생생하던 세대들이 학부모가 됐다. 그들이 과연 교권을 신뢰했을까? 그럼에도 작금의 세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하다.

어떻게 된 나라가 중간이 없을까. 학생 인권 만큼이나 교권도 중요하다. 그 어느 하나 넘쳐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그 중간을 지키는 것이 그리도 힘든가.

학교는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다. 배우는 것에는 정규 교과와 더불어 사회화 과정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학교 속 사회화 과정은 어딘가가 고장나 있다. 폭력과 차별에 익숙하고 그것을 애써 무시하는 법을 체득해야 했던 과거나, 자신의 권리만 내세우고 의무와 인내를 폭력으로 몰아부치는 현 세태가 과연 정상이라 할수 있겠는가. 책임과 의무를 배우고, 공정한 기회를 받으며, 주어진 시간만큼 노력하는 것을 익혀야 하는 시간들이 가르치는 이들과 배우는 이들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어디서부터 뜯어 고쳐야 하는가. 한숨만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