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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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의 출현
디케의 눈물
조국 | 다산북스 | 1만8800원
  • 입력 : 2023. 09.07(목) 10:2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디케의 눈물.
법대 교수, 법무부 장관에서 자연인으로 돌아온 조국의 첫 에세이다. 저자는 청와대민정수석 재직 당시 더 철저한 검찰개혁을 추진해 검찰공화국의 출현의 막지 못했다는 과오와 자기반성을 고백한다. 더불어 왜곡된 법 해석과 법 집행을 통해 치밀하게 설계, 구축되고 있는 검찰공화국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담겼다. 윤석열 정부 이후, 한국 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망가지고 왜곡됐는지 법의 시각을 낱낱이 분석한다.

형사법을 전공한 조국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법과 법치주의에는 오직 혹형만 강조되고 있을 뿐 ‘연민’과 ‘정의’가 빠져 있다고 역설한다. 책 제목의 ‘눈물’은 폭압적인 법권력에 의해 신음하며 흘리는 ‘분노의 눈물’과. 그러한 압력에 맞서면서도 주변의 아픔을 살피며 ‘연민의 눈물’을 동시에 흘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뜻한다. 법의 용어와 복잡한 사실관계가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은 법학자의 시각으로 직접 도해화해 첨부함으로써 이해를 도왔다.

대한민국 OECD 가입국 중 검찰이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한 나라다. 군부의 총칼이 최고 무력이었던 군사정권 시대가 저물고, 이내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한 검찰의 시대가 열린다. 게다가 현 정부는 집권 후 고작 1년도 되지 않아 법무부장관은 물론, 3만명 경찰 수사권을 통솔하는 국가수사본부장, 고위공직자 후보의 세평을 수집하는 국정원 기조실장 등에 이르기까지 정부 핵심 요직의 절대다수를 검찰 출신으로 기용했다. 거기다 고위공직자 후보의 인사를 검증하는 기능을 수행했던 기존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법무무에 이관, 앞으로 반대 세력의 견제 가능성까지 제거했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대한검국’의 완성을 목전에 뒀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검찰의 표적이 된 저자가 처한 상황과 그가 예시로 든 여러 판례를 통해 법을 모르고 그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며 살아온 보통의 서민이 어떻게 법의 이름으로 인생이 절단나는지 대해 체감한다. 검찰권이 최고의 무력이 된 시대다. 하지만 형법은 단지 범죄를 처벌하는 것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사명으로 하고 있다. 형법은 범죄와의 투쟁 도구인 동시에 국가형벌권에 의해 시민이 부당하게 억압받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즉 형사법 조문의 틀 안에서만 맴돌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형사 법률과 판례의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는 것. 저자는 2023년 대한민국에서 작동하는 법치의 논리가 피가 묻는 칼을 무지막지하게 휘두르는 망나니를 닮았다고 진단하며 법의 진짜 모습을 되찾기 위해 우리고 지향해야 할 가치를 서술한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