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한전공대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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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한전공대 죽이기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3. 09.17(일) 16:32
김성수 부장
중국에는 ‘차보즈’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차보즈는 목을 조른다는 의미로 외부의존이 심해 중국의 기술자립을 막는 핵심 기술을 일컫는다.

중국 과학원이 규정한 35개 차보즈 기술은 노광(Photolithography) 장비, 포토레지스트(감광재), 핵심 산업용 소프트웨어, 로봇 핵심 알고리즘, 항공기 설계 소프트웨어 등이다. 이런 핵심 분야에서 국가급 프로젝트를 따는 연구팀은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최근 14억 중국 인구 중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이공계열로 몰려든다는 소식을 보면 중국이 인재육성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여실히 볼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은 의대로 쏠리다 보니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미래 산업 인재를 키워야 할 우리나라 공과대학의 세계 경쟁력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 조사 결과 컴퓨터공학·정보시스템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에서 카이스트와 서울대 두 곳만 겨우 세계 30~40위권에 들었다. 한국 공대들은 미국, 유럽 대학은 물론이고 아시아 경쟁국 공대들보다 한참 아래에 처져 있는 것이다.

공과대학 육성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현 정부와 여당은 공대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것도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에 유독 그렇다.

한국전력공사의 빚이 수백조원에 달한데다 학생인구 감소, 대학 정원 미달로 이어지고 있어 애초 태생부터 정치적 공세에 휘말려 왔다는 시각이 크다. 아니나 다를까 현 정부가 긴축기조를 이유로 내년부터 한전공대 지원금의 33%를 삭감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한 한전공대 사업 지원 예산은 올해 250억원에서 내년 167억원으로 감소했다.

2024학년도 한전공대 신입생 수시모집 결과, 최종 경쟁률이 ‘17대 1’이라고 한다. 정원 내 90명 모집에 1538명 몰리면서 지난해 12.63대 1(90명 모집에 1137명 지원)보다 상승했다. 의·치대를 갈수 있지만 한전공대를 택한 수많은 인재들이다.

이들이 맘놓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보수정부와 정치권이 ‘한전공대 죽이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