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척박한 사막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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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척박한 사막에서 펼쳐지는 현란한 볼거리
드니 빌뇌브 감독 ‘듄2’
  • 입력 : 2024. 03.03(일) 14:55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2.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2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지난 2021년 개봉한 영화 ‘듄’, 그리고 최근 개봉한 ‘듄2’는 프랭크 허버트의 장편소설 ‘듄’ (1965)이 원작이다. 대하소설 ‘듄’은 1966년 SF소설계의 노벨상으로 일컫는 네뷸러상과 휴고상에서 ‘최우수장편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세기의 원작을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으로 21세기의 영화로 만들어진 ‘듄’. 20세기적 스토리며 소재를 21세기에 적용하는 것이 얼마 만큼 소구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부터 일었다. 종족, 왕족, 귀족, 혈통 같은 진부한 소재가 우주와 행성 간의 전쟁 같은 미래적 소재와 만난다면, 서로 호환되기보다는 충돌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 연결점으로써 감독은 역사를 관통하는 생태적, 영적 측면과 대면하도록 했다.

영화의 타이틀 ‘듄’은 ‘모래언덕’이란 의미다. 감독은 예언, 운명, 영적 종교적 세계관이며 신비로운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땅, 사막을 배경으로 삼아 사막이 갖는 매개적 특성을 전폭 동원하여 사용했다. 중앙아시아 고비사막의 오아시스에 세워진 고대도시 히바에서 3일을 머무른 적이 있었다. 이질적 문화와 그들의 종교에 조금씩 다가가본 그 3일은 아직도 생경한 미지의 세계, 이질적 신비로움이 운무가 낀 것처럼 기억 속에 드리워 있다. 단조로운 사막, 척박한 생태계에서 그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영화 ‘듄’의 원주민들의 샤먼을 통해 조금이나마 들여다본 듯했다.

때는 10191년. 지금으로부터 8000년 후 미래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는 향신료 멜란지의 유일한 산지다.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은 프레멘 사람들과 거대한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다. 이야기는 아트레이데스 왕가가 아라키스로 이주하면서 시작되는데, 이는 아트레이데스 왕가의 증가하는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황제가 조직한 전략적인 움직임이다. 아라키스는 향신료를 탐내는 정치공작의 구심점이 된다.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배우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이 이끄는 옛 통치자 하코넨 왕가는 지구에 대한 지배권 상실에 분노하여 이곳 아라키스 행성에서 권력투쟁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아트레이데스 왕가와 전쟁중이다.

레토 공작의 아들 폴 아트레이데스(배우 티모시 샬라메)는 행성의 신비한 속성과 연결된 잠재된 심령 능력을 발견한다. 아라키스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 폴은 변혁적 여정을 거친다. 프레멘족, 특히 차니(배우 젠데이아)와의 만남은 행성과 행성 사람들과의 관계를 심화시킨다. 영화는 폴의 개인적 성장, 정치적 음모, 아라키스의 생태학적 중요성을 엮어 다층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야기가 진부하다 여겨지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식민지와 원주민, 침략자 제국의 역사와 닮아서다. 그리고 향신료 멜란지는 아메리카 대륙의 ‘버팔로’나 인도의 ‘후추’ 그리고 중동의 ‘석유’를 대체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침략전쟁의 원인자이기 때문이다. 미래사회에 걸맞는 전쟁을 구현하기 위해 사막이라는 소재의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대단한 볼거리를 만들어냈으나, 거대한 원작 연대기의 영상화 과정에서 불가피했을 2시간 46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수용자로서 좀 지루했다.

러닝타임이 긴 만큼 영화는 액션 외에 드라마, SF, 스페이스 오페라,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등 장르가 모두 포함돼 있다. 이처럼 현란한 장르의 성찬 속에서 탐욕으로 비롯된 침략자들과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한 원주민의 공력이 대비된다. 그리고 그 중간쯤에서 원주민이 신봉하는 신비한 힘을 얻게 된 ‘초인’을 만들어냈으나 그 역시 한낱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60년 전에 아프리카 원주민 베르베르족을 모델로 씌어진 소설이 미래적 시점의 영화에도 각광을 받는다면, 역사를 관통하는 중심축이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볼 일인 듯 싶다. 2월 28일 개봉.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