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 창·노영필>심각한 인구감소, 학교만의 위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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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교육의 창·노영필>심각한 인구감소, 학교만의 위기가 아니다
노영필 교육평론가
  • 입력 : 2024. 03.03(일) 15:31
노영필 교육평론가
초등학교 157개교가 2024학년도 1학년 입학 예비소집에서 0명을 기록했다. 전국 초등학교는 6175개교로 약 3%에서 신입생이 한 명도 없다는 이야기다.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지적을 피부로 실감하는 현상이다. 인구감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57개교 중 94.3%인 148개교가 서울, 인천, 경기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이다. 7대 광역도시는 9개교에 그친다. 이 수치를 달리 이야기하면 농산어촌 지역에만 149개교가 줄었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의 핵심은 지역 소멸을 예고한 셈이다.

학령인구감소는 대한민국의 위기의 중요한 징표다. 그것도 단순하게 인구감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은 인구 감소, 수도권은 인구 집중이 서로 다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지역의 낙후도와 연결된 인구감소라면 국가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심각한 현상이다.

예비소집 0명이 시·도교육청별로 가장 많은 곳을 보면 전북으로 34개교다. 전체 21.7%에 이른다. 경북 27개교(17.2%), 강원 25개교(15.9%), 전남 20개교(12.7%) 순으로 농산촌이 20개교를 넘겼다. 지역별로 보면 호남권은 34.4%이고, 경상권은 24.84%로 서로 10%정도의 지역 차까지 있다.

인구감소는 지방경제의 불안정한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지역이 갈수록 먹고 살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살기 어려우면 교육환경도 열악해진다. 요즘은 경제력과 교육력이 비례관계로 작용한다. 그래서 자식의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시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인구문제는 더 이상 학자들의 탐구 전유물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 지역별로 불균형한 감소 현상은 또 다른 문제다. 최근 선거용으로 등장한 김포 등 수도권의 서울 편입 논란은 반인구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수도권의 인구 증가정책은 인구감소 대응정책과는 무관하다.

단순하게 초등학교 입학생 0명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의 정보공시 학교알리미를 종합하면 입학생 0명인 초등학교 수는 올해가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2020학년도 118개교, 21년 108개교, 22년 121개교, 23년 145개교, 24학년도 157개교 순이다. 최근 4년 연속 가파른 증가세였다.

일각에선 교육계의 위기라고 지적하지만 단견이다. 총체적인 국가적 위기지수다. 국가적으로 균형발전적인 인구정책을 시급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적신호다. 이제 학령인구 감소는 단순히 초중고 대학의 교육문제가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생 0명 현상은 국가불균형의 대명사로 등극할 것이다.

국가의 기본이 흔들리고 있는 현상이다. 서울 중심의 인구 정책의 위험성,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국민연금 고갈, 불균형한 교육 인프라 구축의 위기, 국가 방위력의 불안정한 유지, 내수시장의 침체 등 심각하게 국가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미 2003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로 대비한다지만 정파적인 문제까지 얹혀 종합적인 효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노력과 상관없이 머지않아 학교 문을 닫아야 할 곳이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암울하다.

인구는 사람문제이고 사회문제다. 가족, 복지, 보건, 교육, 행정, 노동, 재정, 국토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대응해야 할 문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 사회 속에서 외롭게 삶을 산다는 것은 훨씬 큰 심리적 고통을 가져오고 경제적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 로봇의 등장으로 인력부족을 대체하고 로봇세로 세금을 확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설령 인간 중심이었던 인프라가 기계 중심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인간적인 교육적 노력은 달라질 수 없다.

1명 입학한 학교로 자식을 보낼 수 없는 불안함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편법을 고민하는 부모들은 현실적으로 참담하다. 그 부모의 심정으로 국가 정책은 추진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미 결혼 적령기를 넘어선 청춘남녀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구 정책이 문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국가는 입학생 0명 사태를 통찰하지 않고 있다.

한 학생이 의무교육과정을 거쳐 사회적으로 독립할 수 없다면 학교 인프라가 아무리 좋아져도 학교는 제 몫을 못한다. 최근엔 정부의 교원 감축으로 줄어드는 입학생의 해결 방편을 찾으려 하지만 저출산의 고리를 끊고 반전시킬 수 없는 근시안이다. 국가가 더 많은 정책적 고민을 해야 한다. 주거와 경제적 고통 없이 안심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국가의 몫이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으로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부담없이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교육적 현안을 껴안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