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8>장독대의 정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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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8>장독대의 정화수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입력 : 2024. 03.07(목) 13:52
장독대의 정화수



장독대는 된장이나 간장 등을 야외에서 옹기에 보관하는

우리네 특유의 문화다.

요즘에 와서는 많은 것이 변해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바람과 햇볕과 불과 물이 어우러져

숙성되면서 발효를 거치며 장으로 완성되는 것이어서

우리에게 장독대는 부엌만큼이나 모성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고향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사람의 역할은 시간과 더불어 가며 자연의 힘을 빌리는 것뿐이기에

만사에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주변의 환경에 민감했던 어머니들의

정성과 기도가 깃든 곳.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흉한 일이 생긴다고 했다.

장독대 위에 올리는 정화수 한 사발은

어머니의 마음이요, 우리들의 치성이다.

어찌 장맛과 개개인의 안녕만 빌겠는가.



세상이 변해도

악귀들이 날뛰어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할 길을 찾는다.

천지와 만물이 본래 한 몸과 같으므로

사람의 마음이 바르면 천지의 마음이 바르고,

사람의 기가 순하면 천지의 기 또한 순하기 마련인 것.

세상 돌아가는 것에 다소 격해진 마음을 어루만져 보려고

이 정화수 한 사발에 어머니를 그리면서

선량한 민초들의 마음을 담아 올린다.

천지신명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