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자영업자들 주류값 인하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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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경기불황에 자영업자들 주류값 인하 ‘고육지책’
고물가 장기화에 외식업계 침체
작년 전국 외식업체 폐업률 22%
소주 1천원·타임 세일 등 자구책
저가주류 마케팅으로 손님 유인
  • 입력 : 2024. 08.18(일) 18:26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광주 주요 상권으로 유명한 동구 동명동의 한 주점에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주류 할인을 제공하는 ‘해피 아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물가 및 경기침체 장기화에 외식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 북구의 한 식당에서 ‘주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고물가 및 경기침체 장기화에 외식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외식업 폐업률이 늘어가는 등 영업 부진이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음식점 및 주점들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주류할인’, ‘타임세일’ 등에 나서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찾은 광주 북구 한 대학가. 이곳에서는 방학을 맞아 ‘소주 1000원’, ‘소주·맥주 택1 무료’ 등 다양한 주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방학 기간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대학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해 ‘파격 할인’에 나선 것이다.

소주를 1000원에 제공하고 있는 한 고깃집 사장 김모(53)씨는 “예전에는 주류 3+1 행사를 진행했는데 지금은 소주를 1000원에 제공하고 있다. 해당 이벤트를 연 지는 두 달 정도 된 것 같다”며 “방학 기간에는 매출이 최소 30% 이상 줄어들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주변 가게들이 ‘소주 1000원’ 등 주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니, 경쟁을 위해서라도 할인을 제공하게 된다. 대학가다 보니 고기도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주류 할인’ 외에는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주류를 할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장사가 안돼서’다. 다행히 이벤트의 효과는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다. 술값이 부담되는 단체 손님이나 학생들이 매장을 더 많이 찾기도 하고, 소주를 저렴하게 판매하니 손님들도 부담 없이 주류를 주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 주요 상권으로 유명한 동구 동명동 일대에서도 ‘주류할인’ 이벤트를 하는 주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호프집에서는 1인당 생맥주 2000㏄를 마실 경우 2000㏄를 무료로 더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제공받은 생맥주는 ‘보관도 가능’하다고 쓰여있다. 당일에 제공받은 맥주를 다 마시지 못할 경우 해당 매장을 또 찾을 수 있어 고객과 주점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이벤트다. 또 가격대가 높은 칵테일을 ‘2만원에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주점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해산물 등을 판매하는 한 주점은 손님 유입이 어려운 시간대에 매출을 늘리기 위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주류 할인을 제공하는 ‘해피 아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벤트 시간대에 매장에 방문하면 소주와 맥주를 2000~3000원대에 제공한다.

사장 문명진(34)씨는 “날이 더운 여름철에는 특히 손님들이 매장에 방문하는 시간이 늦어져 오후 7시 전까지는 매출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른 시간 가게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주류할인’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유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벤트를 진행한 지 4~5개월 정도 됐는데, 해당 시간대에 방문하는 손님이 40% 정도 증가한 것 같다. 주류할인 외에도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매출 하락 등 영업부진 탓에 가게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워 폐업하는 식당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폐업 업체는 17만6258개로, 폐업률은 21.52%에 달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0년(9만6530개)과 비교해 약 82.6% 증가한 수치다. 폐업률은 △2019년 13.87% △2020년 13.41% △2021년 14.73% △2022년 16.95%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지역 외식업체 폐업률은 21.68%로, 전국 17개 시·도 중 인천과 대구(21.71%) 다음으로 높았다. 오픈업의 조사는 당국에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전년에 매출이 있던 외식업체가 1년간 매출이 없는 경우 폐업한 곳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폐업률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역시 올 2분기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75.60으로, 79.28이었던 1분기보다 3.6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하락하다가 올해 1분기 반등했지만,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이 줄어든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점업’의 경기동향지수는 주요 업종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했다. 주요 업종별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를 보면 주점업의 올 2분기 경기동향지수는 70.93으로 중식 음식점업(70.74) 다음으로 낮았다. 고물가 현상 장기화로 인한 회식 부담, 택시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당분간 낮은 지수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