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호 강진의료원장이 전남지역의 열악한 의료 상황을 설명하고 전남 국립의대 신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정기호 강진의료원장은 전라남도 지역의 심각한 의료 현실을 지적하며 “새 정부에서는 국립의과대학 설립과 의료 인력 정착을 위한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이같이 말했다.
정 원장은 전남을 ‘의료 불모지’로 표현했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도서 벽지를 가지고 있고 노인 인구 비율도 가장 높은 곳이다. 하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5명으로, 전국 평균인 2.2명에도 못 미친다. 의료 수요는 높지만 의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원장은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이다. 전 정부에서 국립의대 설립을 논의했지만 대통령 파면 등 정치적 상황으로 멈춰버렸다”며 “국립의대 설립은 전남 도민의 숙원이자 지역 공공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원장은 최근 순천대와 목포대의 통합 합의가 국립의대 설립의 희망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순천대·목포대·전남도는 장흥에서 ‘통합의대 설립 공동 준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했다. 그는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와 응급의료 체계 구축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새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국립의대 설립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 원장은 국립의대 설립 이후 의료 인력이 전남에 정착할 수 있는 지원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의대가 생긴다고 자동으로 의료환경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며 “피부과·안과 등 인기 진료과로 의사들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필수 진료과에서도 충분히 수익이 보장되도록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주거·교육·문화 등 의료진의 정주 여건까지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원장은 일본의 ‘자치의대’ 사례를 예로 들며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의무 근무 기간을 제공해 졸업생의 70%가 지역에 남아 의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런 정책을 참고해 지역 의료인력을 키우고 붙잡을 수 있는 중·장기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지역 의료기관의 활성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원장은 “강진·목포·순천의료원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최일선에서 큰 역할을 수행했지만, 평상시에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학병원을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지역 의료원을 특성화·전문화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목포의료원은 종합진료 △순천의료원은 산업재해와 재활 △강진의료원은 노인성 질환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지역 의료기관의 특성화와 함께 의료 환경이 개선되면 매년 외부로 빠져나가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의료비가 지역 내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립의대 설립과 지역 의료원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지면 의료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대선을 앞두고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는 의정 갈등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이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전공의들의 이탈과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면 결국 지역 의료 시스템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차기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 원장은 끝으로 정부가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힘을 줘 말했다.
“도민 모두가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이제는 정치적 논쟁을 넘어 생명과 직결되는 ‘실행의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