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박수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두 발로 마음 가벼이 나는 열린 길로 나선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앞에 두니/ 어딜 가든 긴 갈색 길이 내 앞에 뻗어 있다/ 더 이상 난 행운을 찾지 않으리. 내 자신이 행운이므로/ 더 이상 우는 소리를 내지 않고, 미루지 않고, 요구하지 않고/ 방안의 불평도, 도서관도, 시비조의 비평도 집어치우련다/ 기운차고 만족스레 나는 열린 길로 여행한다./ 대지, 그것이면 족하다./ 별자리가 더 가까울 필요도 없다./ 다들 제 자리에 잘 있으리라./ 그것들은 원하는 사람들에게 소용되면 그뿐 아니랴.(하지만 난 즐거운 내 옛 짐을 마다하지 않는다/ 난 그들을 지고 간다, 남자와 여자를/ 난 그들을 어딜 가든 지고 간다./ 그 짐들을 벗어버릴 수는 없으리./ 나는 그들로 채워져 있기에. 그리고 나도 그들을 채우기에.)
이 시를 보면 삶에 대한 순수하고 강한 열정이 솟아오른다. 어디를 가든 사람을 짊어지고 가는 시인처럼 사람을 향해서도 열려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가난과 고난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그는 가난이 무엇인지 노동자의 삶이 무엇인지 사회적 불의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난하더라도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아온 과거의 대통령들과는 다른 출발점을 지니리라고 본다. 김현승 시인은 산을 이상(理想)으로 보면서 “오르는 산은/ 오르지 않는 산보다 더 높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높은 산보다 내가 오른 산이 나에게는 가장 높은 산이다. 에베레스트가 아무리 높아도 그 높이는 숫자이고 개념이므로 나에게는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에베레스트를 8849m 높이의 숫자로 기억하지만 내겐 가보지 않은 에베레스트보다는 오르기 너무 힘든 산이었던 지리산이 가장 높은 산이다. 지리산을 오를 때 땀 범벅에 숨이 차 힘 들었지만 새소리를 듣고 흘러가는 구름을 보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고, 풀섶에 앉았다 일어나 보니 궁둥이에 풀물이 들거나 잎이 들러붙었던 경험이 훨씬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었다. 경험과 개념은 너무나 극명한 차이를 지닌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50대 후반의 사람 중에 어린 시절 가난하여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나?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소년공으로 성장한 이재명 대통령은 어두운 현실을 극단적으로 경험했을 것이다.
일찍이 황동규 시인은 고향의 존재는 우리가 되돌아가 다시 시작할 곳을 보여준다고 했다. 시를 쓰든 어떤 일을 하든 이것은 모두에게 적용될 것이다.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돌아가 대통령직을 시작한다면 가장 낮은 자세로 주어진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절의 가장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정신으로 사심 없이 국정 운영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