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의 계절이다. 전국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형형색색 국화꽃 축제가 상추객을 부른다. 함평 국향대전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로서 명성을 자랑한다. 국화로 꾸민 각양각색 콘텐츠는 가을의 멋진 추억을 안겨주는 소품이다. 아름다운 풍경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눈과 입이 호강하는 가을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함평에서 만나는 국화와 생고기비빔밥, 가을날의 행복한 궁합이다. 함평은 우시장으로 옛날부터 유명한 지역이다. 함평 우시장은 1903년 개장해 한 때는 전국 소값을 주도했다. 1923년 전남함평군축산조합 통계에 따르면 우시장이 ...
이용규 기자2022.11.08 15:56"시끄러워, 제발 좀 닥쳐. 지금 정신없이 바쁜 거 몰라." 1912년 4월 14일, 뉴펀들랜드 남쪽을 지나던 여객선 타이타닉 호에 전보 한통이 도착했다. 타이타닉 호 인근 바다가 빙산에 둘러 싸여 더 이상 운항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타이타닉 호 전신 담당자였던 존 필립스는 바쁘다는 핑계로 이를 외면했다. 앞서 출항한 메사바 호가 보낸 경보마저 무시했다. 결국 타이타닉 호는 폭 150㎞에 이르는 거대한 빙산과 충돌하면서 침몰했고 1515명이 사망했다. 안일함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참사였다. (제임스 차일스 著 인...
이용환 기자2022.11.02 16:10"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시월의 마지막 밤을 ~." 10월의 마지막 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추억의 노래인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나처럼 497세대(4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에게 10월은 노래로 기억된다. 노랫말처럼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여름과 겨울 사이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이 계절은, 너무 짧아서 아쉽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사탕으로 기억하는 세대도 있다. 유령가면을 쓰고 호박을 들고 어린이집, 학교, 학원 할 것 없이 파티 분위기다. 대형마트나 문구점엔 각...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2022.10.31 17:29최동환 체육팀장 '미생(未生)'은 바둑에서 말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 혹은 그돌을 일컫는다. 완전히 죽은 돌인 사석(死石)과는 달리 미생은 완생(完生)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도 반드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지난 2014년 큰 인기를 얻은 tvN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는 26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외국어를 못하고, 자격증도 딱 하나 뿐인 변변찮은 인턴으로 등장했다. 요즘 취업 준비생들의 화려한 스펙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장그래가 학력마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동기들의 따돌림이 이어졌다. 게다가 복사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장그래의 모습에 직장상사 오상식(이성민 분) 역시 "최선은 학교 다닐 때나 대우 받는다. 직장은 결과만 대우 받는다"며 제 구실을 못하는 부하직원을 쓸모없는...
최동환 기자2022.10.30 16:20건축물은 대개 특정 용도에 맞게 지어진다.시간이 흘러 시설이 노후되거나 산업구조 변화와 도시 팽창,이용자 욕구 변화 등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당초 쓰임새를 다하게 되면 헐리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다른 용도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광주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옛 신양파크호텔도 이런 운명에 처해 있다.1981년 무등산 장원봉 인근 1만6000㎡에 3성급 호텔로 들어선 신양파크호텔은 국내·외 귀빈들이 주로 묵거나 시민들의 결혼식과 특별한 날 외식 장소 등으로 인기를 끈 광주의 대표 호텔이었다.하지만 시설 노후화와 수익 악화로 2019년 말 영...
이기수 기자2022.10.27 16:55사회부장이 된 지 2년하고도 1개월이 지났다. 지금 부원들은 5명. 이 중 4명은 수습기간을 내 밑에서 거쳤다. 기자를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선배들이 줄 수 있는 것은 '쓰는 법', '읽는 법', '찾는 법', '묻는 법' 등이다. 그런데 이것도 익숙해지기까지는 매우 어렵고 힘들며 눈물 나게 혼 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용케도 그 험한 교육들 다 마치고, 일선 기자가 돼 현장을 누비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연일 단독 취재를 위해 광주며 전남이고 뛰어 다니다 보니 지쳐 있는 부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몇가지 당부...
노병하 기자2022.10.24 17:05광주환경운동연합의 슬로건은 '지구의 벗'이다.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터를 물려 주고자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벗'이라는 단어는 친근하고 부드러움을 연상시키나 환경운동연합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구 환경생태계를 위협하는 현장에는 어김없이 출동, 전투모드로 대치하고 투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30년 셋방살이 고단한 시기를 거친 광주환경운동연합이 독립공간을 마련하고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명칭 공모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1989년 '광주공해연구회'로 출범했다. 당시로서는 환경이라는 ...
이용규 기자2022.10.25 16:5310월 23일은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었다. 아직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 전이지만 지난 18일 강원 등 내륙 곳곳에 올가을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월동준비 시즌이 온 것이다.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에는 문틈 사이 찬바람을 막아줄 문풍지를 붙이고, 긴 겨울을 날 연탄을 사다 나르는 등 이맘때면 월동준비에 분주했었지만, 요즘에는 보일러 시설을 점검하거나 겨울 외투 정도를 챙기는 것 외에는 딱히 준비할 게 없다. 그런데 올겨울은 분위기가 좀...
최권범 기자2022.10.23 14:1610월26일은 1년 중 299번째 날이다. 이날은 유독 우리 역사를 바꿔놓거나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많은 날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로 더 유명한 '명량대첩'이 1597년 10월26일에 끝났다. 13대 133의 싸움, 동서고금을 통해 전무후무한 일대 혈전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대파했다. 아군 피해는 사망 2명 부상 3명에 불과했다. 적군은 1만2000여명 사상에 31척 격침, 92척이 대파됐다. '전세'를 바꾼, 그야말로 기적 같은 승리였다. 312년 뒤 1909년 10월26일은 조선 침략의 원흉, 초대 조선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에 의해 피살됐다.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헤이그 특사 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는 등 조선 식...
홍성장 기자2022.10.20 09:54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능오염물질인 중저준위와 고준위 폐기물이 개별 원전부지에 저장중이고 저장이 추진되고 있어 지역민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원전은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시 되어야함에도 되레 위험 요소는 늘고 있는 반면 방사능 유출 발생시 재난 대비책은 허술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서다. 현재 진행중인 국회 국정감사자료에서 이 문제가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
이기수 기자2022.10.20 13:38'2022 광주고려인의날' 행사가 지난 16일 오후 광산구 고려인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홍범도공원에서 개최됐다. 지난 2013년 전국에서 최초로 열려 끈을 이어오던 고려인의날은 코로나로 인해 3년만에 대면 행사로 치러져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한 고려인을 비롯해 2000여 명이 고국에서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을 누리는 시간이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2005년 중앙아시아에서 거주하던 고려인 동포 3-4세대들이 광주에 정착으로 비롯됐다. 광주는 이들에게 손길을 내밀었고, 전국 최초로 고려인동포지원조례를 제정해 든든한 울타리가 돼주었다. 이젠 그 ...
이용규 기자2022.10.18 17:12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제1차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며 "국민들께서 체감하는 경기가 매우 어렵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서민과 취약계층이다. 정부는 민생안정에 사활을 걸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말과 달리, 윤석열 정부의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예산은 오히려 축소됐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슬로건 중 하나를 '따뜻한 나라'로 정할 만큼 복지를 확충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관련 예산 증가는 최대한 억제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 중 보건복지부 소관 사회복지 예산은 92조원으로 전년 대비 11조40...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2022.10.16 14:06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태풍 '힌남노'에 따른 포항 지역 수해를 두고 책임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항 물난리 참사의 근본 원인을 냉천 범람에 무게를 두고 하천 관리 총책임자인 이강덕 포항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집중 추궁했다.지난달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며 내린 폭우로 냉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인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어 입주민 10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문 의원은 "많은 포항 시민과 언론이 냉천 정비 사업으로 피해가 컸다고 지적한다.냉천의 단면적이 ...
이기수 기자2022.10.13 17:26'태산은 작은 흙덩이도 사양하지 않기에 그 거대함을 이룰 수 있고/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기에 그처럼 깊어질 수 있으며/왕은 백성들을 물리치지 않기에 그 덕을 밝힐 수 있습니다."'(사마천-이사열전 중) 초나라 출신 이사(李斯)가 진시황제에게 '축객령을 거둬달라'고 간언하는 상서 형식의 편지글 '간축객서(諫逐客書)' 중 일부분이다. 진시황제가 천하통일 전 치수사업을 벌이던 중 간첩 사건이 발생했다. 분노한 시황제는 다른 국가 출신 관리들을 즉각 진나라 밖으로 추방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른바 '축객령(逐客令)'이다. ...
박간재 기자2022.10.17 11:17해남읍에서 미황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삼산면 봉학길과 송정길에 이른다. 김남주, 고정희 두 시인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80년대 한국문학의 별이라고 할 수 있는 김남주와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 고정희 시인이 모두 이곳 출신이다. 아버지가 친구 사이인 두 시인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게 많다. 태어난 곳도, 나이도, 삶의 여정을 다한 시기도 엇비슷하다. 고정희는 삼산 송정리, 김남주는 같은 면 봉학리가 태 자리다. 10분 거리 이웃마을이다. 김 시인은 1946년, 고 시인은 1948년생으로 두 살 터울이다. 김남주 시인은 1994년 48세에 췌장암으로, 고정희 시인은 1991년 43세에 지리산 뱀사골에서 실족 타계했으니, 두 사람의 향년도 얼추 같다. 걸출한 두 시인이 한 동네에서 태어난 것도 그렇고, 엄혹했던 80년 5월 광주를 함께 관통했으며, 한 사람은 민족해방 전사로,...
최도철 기자2022.10.12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