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어릴 적 두발자전거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선배들이 '묘기'를 부리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네발자전거도 익숙지 않은 상황에 바퀴 두 개를 떼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준다고 한들 넘어지기 일쑤였고 무릎과 팔꿈치는 너덜너덜 찢어졌다. 초등학교도 입학 안 한 '유딩'이 뭘 알았을까 싶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열정'이었다. 단순히 열정만 가지곤 두발자전거를 마스터할 수 없단 걸 깨달았을 땐 온몸이 멍과 피투성이가 된 후였다. 다행히 그 당시는 방학이어서 오기로 하루에 8시간가량 네발자전거를 탔다. 조금 과장...
김해나 기자2022.07.17 14:36지난달 완도에서 일어난 실종가족의 사망사건을 취재했다. 여러 매체에서 CCTV영상, 검색기록, 집에 쌓인 독촉장 등 각종 죽음의 배경을 추측해낼 만한 단서들이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잠정적으로 생활고를 비관한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을 몰고간 부모 두 사람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차원에서 범죄의 의미가 지워질 수 있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사라지고 '범죄' 성질을 드러내는 새로운 이름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 정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자란 이유가 죽음의 모든 이면들이 알려져야 한다는 합리적인 명분이 될 수 있을까. 무슨 차를 얼마에 타고 다녔고, 가상화폐에 얼마를 투자했고, 수면제를 언제 처방받았으며, 카드빚은 얼마였는지 많은 정황들이 언론에 노출됐다. 단서들이 하나 둘씩 나오며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
김혜인 기자2022.07.12 17:12옛 선조들은 '농자지천하지대본'이라고 말할 만큼 농업을 중요시하며 절기를 24개로 구분해 계절과 시기에 걸맞은 술(막걸리·전통주 등)과 음식을 빚어 마셨다. 집집마다 수대에 걸쳐 내려오는 양조 비법이 있었으며 술을 파는 주막도 주인장의 양조법에 따라 맛이 달랐다. 지난 4월부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전남지역 전통주 업체와 빵집 등을 찾았다. 찾아간 전통주 업체에는 △구례 ㈜산들 산수유 막걸리 △신안 암태 주조장 꾸지뽕 막걸리 △영광 (유) 대마주조 △장성 청산녹수 사미인주 △해남 해창주조장 해창 막걸리 △장흥 안양 주조 ...
조진용 기자2022.07.10 14:19사실, 공정, 취재원 보호, 객관성, 공익적 측면에서 알권리…. 그 어떤 때보다 윤리적 보도원칙이 기자에게 요구되는 시대다. 여러 사건, 사고 현장을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인 나로서는 보도 내용과 취재 과정에서 품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바꿔 말하면, 자칫 보도 사안이 가십거리에 치우쳐 있지는 않은가? 단어 사용과 사건, 사고의 묘사가 직접적이고 선정적이지 않은가? 날이 갈수록 보도의 신중함을 기하도록 요구하는 저널리즘의 책무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사를 쓰면서 '자살', '몰래카메라', '즉사' 등의 단어를 지양한 이유도 이 ...
도선인 기자2022.07.07 16:09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지난 1일 지역경제 활성화와 민생회복이 우선이라는 취지로 취임식도 치르지 않고 곧바로 업무에 임했다. 취임식을 통해 광산의 발전 청사진과 비전을 알리고 지지와 관심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 급한 것이 바로 민생이었기 때문이다. 박 청장은 취임식 대신 공직자들과 직급별 타운홀 미팅을 진행해 민선 8기 동안 추진할 정책과 비전을 대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자리에서 박 청장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직급에 따른 애로사항 청취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토대를...
김상철 기자2022.07.06 13:51민선8기 제43대 우승희 영암군수가 취임했다. 우승희 영암군수는 취임사를 통해 영암을 생기와 활력이 넘치게 뛰겠다"며 "지금과 다른 길, 혁신의 길, 영암의 길을 만들어 군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군민이 주인이 되는 혁신영암의 미래비전을 직접 설명했다. 취임식은 연설단상 없이 전광판 화면을 활용한 프리젠테이션 브리핑 형식으로 축하 분위기가 고조되는 등 혁신에 걸맞게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민선8기 시작부터 군수 취임식 준비과정에 선거 공신 측근 업체에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러한 의혹은 군수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권력은 인사와 예산, 각종 인허가에서 통제받지 않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군수 뒤에는 선거에 앞장서 왔던 '문고리 권력'들이 각종 '비리의혹'에 휩싸여 주민들의 눈총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선거때 마다 당선...
영암=이병영 기자2022.07.03 14:27"우리는 아폴로의 달 착륙을 보며 꿈을 키웠지만 너희는 누리호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우게 될 거야. 우리는 700km까지 날아가지만 너희는 달까지 화성까지 날아가겠지. 그래서 우리는 우주로 가는 거란다." 한화그룹의 광고 '대한민국 우주 꿈나무편' 영상에 나오는 구절이다. 누리호를 통해 내디딘 우주로의 첫걸음이 우주에서 꿈을 펼치게 될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한 걸음인지. 우리 미래를 말한 1분 남짓의 짧은 이 영상은 3개월 만에 무려 조회수 2300만을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 21일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김은지 기자2022.06.28 14:42"반도체에 미래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전국 반도체학과 등 첨단학과의 정원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국 대학교에서 골고루 정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반도체학과는 거의 수도권 지역에 쏠려있고 광주·전남에 반도체 전문학과는 2개 뿐이다. 당연히 지역에서는 지방대학 소외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교육부의 숙원사업(?)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줬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한했던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을 높이는 것. 인구집중유발시설인 대학의 정원을 증원하는 정책...
최황지 기자2022.06.14 16:19"아파트에 선거 공보물 안 가져 간 사람들 수두룩해요. 심지어 분리수거장에는 뜯지도 않고 버려진 공보물도 꽤 많습니다. 결국 다 쓰레기가 된 셈이죠." 지난 3일 선거 공보물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20대 여수시민의 말이다. 그는 후보자의 정보나 공약을 확인하기 위해 생산된 공보물들이 되레 '골칫거리'가 됐다고 했다. 막대하게 생산된 양에 비해 실질적 홍보 효과도 저조한데다, 환경을 해칠 쓰레기만 생겼다는 게 그 까닭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지난 1일 종료됐다. 이번 지방선거는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정성현 기자2022.06.12 16:44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간 지역 살림살이를 이끌어갈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이 결정됐다. 지역 교육을 이끌 교육감도 선출됐다. 텃밭인 광주는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이 광역 및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했다. 전남 역시 김영록 전남도지사 후보를 비롯해 22개 시·군 중 15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단체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웃을 수 없는 결과였다. 광주는 지역 투표율이 37.7%로 전국 최저, 역대 선거 중에서도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역민들의 반발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전남 역시 민주당의 ...
김진영 기자2022.06.07 17:00그동안 방역 최전선에서 시민들을 돌보던 보건소가 일제히 정상화됐다. 거리두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영업시간 및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 코로나19에 대한 강력한 방역지침이 하나 둘씩 풀려가고 있다. 지난 2년간 국민들이 바라던 '일상회복'이 곧 머지않아 가능한 것일까? 진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인가? 국어사전에서 명시하는 '회복'의 의미는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을 말한다. 하지만 일상회복이라 단정짓기에는 애매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많은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사회 전 분야까지 곳곳에 퍼져있다. 이 모든 현상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기에 우리는 좋은 것을 취하고 나쁜 것을 버리는 합리성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
김혜인 기자2022.05.31 16:40광주에서 5월은 해원(解冤)의 기간이었다. 추모식과 전야제 불을 밝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남겨진 자의 원통함을 풀 수 있도록 돕는 시간이다. 기념식 이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국립5·18민주묘지엔 추모객들과 유가족들이 그곳에서 해원의 시간을 갖는다. 올해는 특히 고등학생 신분으로 희생된 양창근·김광복 열사의 사연이 기막히다. 최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5·18 행불자였던 김광복 열사는 양창근 열사의 묘로 알려진 1묘역 38번 자리에 잠들어 있었다. 정작 양창근 열사는 무명열사 자리였던 4묘역 96번 자리에 잠...
도선인 기자2022.05.26 13:05종이류가 재생 가능한 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잘 돼 '친환경'일 것으로 생각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금속, 유리, 플라스틱, 스티로품 중 재활용이 가장 안되는 품목이 바로 종이팩이다. 종이팩 재활용률은 2013년 35%에서 2020년 역대 최저치인 15.8%로를 기록했다. 타 분리배출 품목인 금속 캔과 페트병의 재활용률은 80% 수준이다. 환경부는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여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종이팩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종이팩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뒤 건조 후 ...
조진용 기자2022.05.22 14:25어릴 적 친구들과 누볐던 골목 어귀엔 항상 동네 빵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소한 빵 냄새에 이끌려 들어가 보면 소보루빵, 단팥빵이 바구니에 수북이 얹어져 있었고, 쇼케이스 안에는 다디단 통조림 체리가 올라간 버터크림 케이크가 가득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동네 빵집과는 비교도 안 될 다양한 빵 종류, 쾌적한 내부까지 갖춘 세련된 이름의 빵집들이 나타났다. 동네 빵집을 굳이 찾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때쯤 인심 좋은 동네 빵집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는 진한 네이비색 차양이 걸린 대형 제빵 프랜차이즈가 자리 잡게 됐다....
김은지 기자2022.05.17 15:28"인수위가 광주에서 지방선거 표 더 얻겠다고 공청회를 한다고요? 광주에 그 정도로 관심 없을 겁니다." 3일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가 광주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대통령선거부터 꾸준히 이야기된 '복합쇼핑몰'이 광주에 필요한 이유, 입지는 어디가 좋을까를 논하는 행사다. 공청회라고는 하지만 사전에 홍보하거나 시민 참여도 받지 않아서 공개회의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고, 비공개 토론회처럼 보였다. 인수위 기획위의 김수철 위원이 참석하고 광주시 관계자가 '복합쇼핑몰 유치' 노력을 설명했다. 또 국민의힘 곽승용 부대변인, 광...
최황지 기자2022.05.03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