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우크라이나인 난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고려인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임시 난민 위치로 인도적·정책적 지원을 받지만, 우크라이나를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고려인은 난민의 위치에 속하지도 못하고 이주자에 속한다. 동시에 고려인은 재외동포의 위치를 가졌지만 기본권 보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한국 정부로부터 사회·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사회가 사각지대에 위치한 피란 고...
편집에디터 2023.01.01 14:42온정과 나눔, 배려가 필요한 겨울에 더욱 빛나는 마을이 있다. 우리에게 가진 자의 도리를 일깨우는 표상이 된 곳이다. 옛집 운조루(雲鳥樓)가 있는 구례군 토지면 오미마을이다. 운조루의 안채를 다 뜯어내고 다시 짓는 공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연말연시에 꼭 가봐야 할 곳이다. “그동안 조금씩 기운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그대로 뒀다가는 붕괴 위험까지 있다고 해서, 해체하고 다시 짓고 있습니다. 기존의 건축재료도 최대한 다시 써서, 옛 모습을 살리기로 했어요. 복원 공사는 7∼8월까지 끝낸다고 합니다.” 곽영숙 씨의 말이다...
2022.12.29 16:01스페인 산타아고로 가는 프랑스 첫 순례길 첫 시작점은 생장피드포르(Sanit-Jean-Pied-de-port)이다. 파리에서 5시간 정도 테제베를 타고 바욘에 도착해서 또 완행열차를 타고 2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피레네 산맥 아래 조그마한 마을이다. 불어를 못하는 내게 시골 한적한 역사 자동발매기는 승차권 발권용이 아니었다. 그저 낯선 기계일 뿐이었다. 해가 질 무렵 겨우 생장에 도착해서 낯선 이들과 한 방에 짐을 풀었을 때도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여권을 만들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
편집에디터 2022.12.29 15:53나는 큰 소리로 “엄매!” 하고 소리치면서 이 세상으로 왔다. 내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만, 생전의 생모께서 늘 해주신 얘기다. 1897년생 아버지 예순여섯에 얻은 첫아들, 내 탄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으셨을까? 마을 사람들이 이구동성, 하늘에서 떨어졌냐 땅에서 솟았냐 했다. 어머니는 자그마한 땅뙈기를 받는 조건으로 품은 아들을 핏덩이로 아버지께 넘긴 씨받이셨다. 역설적으로 전통시대의 악습이 베이비부머 시대의 끝자락까지 남아있던 탓에 나는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 강물처럼 쏟아져 내린 양수의 세례를 받고 공기 호흡을 위한 첫울...
편집에디터 2022.12.29 14:27문화분권의 시대, 지역자치의 시대, 지역학의 시대라는 화두가 제기된 지 매우 오래되었다. 그 기간이 숙성된 만큼 지역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문화가 존중받거나 대우받고 있는 것일까? 기간은 오래되었다지만 그다지 숙성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지역자치도 일어나고 지역분권도 일정 부분 구축되며, 문화분권 차원의 지역학도 우후죽순 범람하는 모양새다.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을 하는 과정일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바꾸어 말해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제주도...
편집에디터2022.12.22 16:21시간은 유수 같다고 했습니다 정말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 해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한 것 없이 시간만 또 가고 말았다고 저는 푸념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슴 뿌듯한 한 해 였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술 취한 검은 개호랑이가 광대처럼 춤을 출 수 있게 만들었으니 얼마나 신나는 한 판이겠습니까. 덕분에 소외된 이들에게는 걱정만 자꾸 쌓여갑니다. 우리의 역사에 있어서, 아니 인류의 역사에 있어서 선과 악은 항상 대립하면서 싸워왔던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과 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기분전환 겸 마음을 다잡기 위해 찬바람을...
편집에디터2022.12.22 12:4813번 국도를 타고 '땅끝' 해남으로 가는 길,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대형 무궁화 조형물도 보인다.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무궁화로 꽃천지를 이뤘던 곳이다. 도로변에 '덕촌 양득중의 실사구시 마을'과 함께 '지강 양한묵 생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해남 영신마을이다. 양득중과 양한묵은 의로운 길을 걸었다. 200여 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양득중은 실사구시를, 양한묵은 인내천을 주창했다. 성리학을 이념으로 한 사회에 반기를 든 인물이었다. 덕촌 양득중(1665∼1742)은 조선 중후기에 실학을 불러들이고, 정치의 한가운데로 ...
편집에디터2022.12.15 15:28전북 부안군 적벽강에 죽막동 제사유적이 있다. 삼국시대 이후의 해신(海神) 관련 제사터다. 19세기 후반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수성당(水城堂)을 수성당(水聖堂)이라고도 한다. 통일신라시대부터 노천제사가 아닌 실내 제사 즉 당집 안에서 제사를 지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단서가 이것이다. 신격(神格)은 '수성할미' 혹은 '개양할미'다. 절벽 위 평탄면에는 3세기 후반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유물들이 퇴적되어 있다. 고군산열도와 왕등도, 비안도 등 먼바다를 내다보기 좋은 위치다. 내가 주목했던 것은 고고학적 유물이나 역사적 연원보...
편집에디터2022.12.15 15:24왜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할까? 겨울 방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방학 계획을 물으면 대부분 자격증 공부 아니면 여행이라고 말한다. 정년을 앞 둔 직장인들도 건강이 허락한다면 한 1년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다. 여행은 누군가에게 도전이면서도 휴식이며 자유가 된다. 힘든 여행을 했어도 지내놓고 보면 추억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강연을 하거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지를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가능하면 '일찍', '혼자', '그곳'을 '경험'하라고 ...
편집에디터2022.12.15 15:21본 지면에 K-FOOD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선언적으로 남도음식이 K-FOOD의 원천이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왜, 무엇이, 어떻게 그러한가에 대해서는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몇 차례 나누어 이를 다뤄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지역의 어느 음식이라고 중요하지 않겠는가.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음식에 저장된 시대정신이라고나 할까. 그를 둘러싼 문화적 함의와 관련된 것이다. 김재경은 '소설에 나타난 음식과 권력의 문화기호학'이란 글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음식은 무엇을 어디서 어떻...
편집에디터2022.12.08 17:35작업실에 들이박혀 꼬무락거리다가 지질해지면 산책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가까운 골목길을 걷는 것이 단골 메뉴다. 뭐 특별히 볼 만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느긋한 마음으로 편하게 걸을 수 있어 좋고, 이 생각 저 생각을 따라 가는 것도 좋아서다. 또 한편으로는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삶의 풍경에서 내가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할 때도 있다. 그 골목길을 오가다가 할머니 한 분을 보게 되었다. 집문 인지 방문 인지 모를 문을 한 짝만 열어놓고 어둑한 안에 앉아 하염없이 혼자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가 오기...
편집에디터2022.12.08 17:03"글씨는 미술 작품이 될 수 있을까?" 흔히 극한 감정이나 아름다움의 감탄을 표현할 때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을 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할 때, 추상적 개념을 가리키는 기호로서의 글과 문자가 이미지를 증폭 시키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자는 사회적 약속이자 의사전달을 위한 기호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지시적 특성 외에 조형적이고 이미지 요소 자체로 기능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조선시대 '문자도'와 같이 기호로서 약속 된 형태나 소리로 발현되기도 하였다. 문자는 청각적 경험을 유도하고, 미술은 시각적 경험을 유도한다는 관념으로 추상적 이미지와 관념적 문자는 전통적인 전제를 넘어 상호 작용적인 특성을 구현하는 작품이 되기도 한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는 기원전(B.C) 15,000여년전에 그려졌으며 인류 최초의 회화적 기록으로 벽화은 그...
편집에디터2022.12.04 17:4311월 28일 밤이었다. 노이즈캔슬링 헤드셋을 끼고 논문을 읽고 있는 내 귀에도 환호성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옆 연구실인지 맞은편이지 아니면 위층인지 아래층인지, 전 층인지 그 소리는 멀면서도 가까웠고 갑작스럽다가도 잠잠했다. 직접 경기를 보고 있지 않던 나는 인터넷에서 현재까지의 경기 내용을 검색했다. 초반에 두 골을 내주고는 후반전에서 동점골(2:2)을 만들어 낸 직후였다. 급격히 기온이 떨어졌던 월요일 밤, 낮 동안 간간이 내리던 비가 어둠이 짙어질수록 그 굵기를 더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팀은 ...
편집에디터2022.12.01 15:47선녀는 하늘에서 베를 짠다. 연오랑의 짝꿍 세오녀가 그랬고 견우의 짝꿍 직녀도 그랬다. 오죽하면 이름을 직녀(織女) 곧 베를 짜는 여자라고 했을까.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금가락지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다. 구름 위에 노닐기가 무료하면 가끔 땅으로 내려와 놀다 떨어뜨리기도 한다. 지리산 노고단의 옥녀도 그리했다 하니 전국의 수많은 옥녀봉은 선녀들이 내려와 좌정한 바위일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뜨린 것인지 노고단 형제봉에서 떨어뜨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선녀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곳을 금환락지(金環落地)라 한다. 산과 연못이...
편집에디터2022.12.01 15:52왕버들나무가 있다. 수령 400년은 거뜬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어른 서너 명이 두 팔을 벌려야 닿을 듯한, 나무의 우람한 기둥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눈과 비바람은 얼마나 맞았고, 햇볕은 얼마나 받았을지, 천둥소리와 번개는 또 얼마나 듣고 맞았을지…. 세월이 빚어낸 주름이 큰 물결처럼 나무에 새겨져 있다. 풍수지리로 볼 때 비보림(裨補林)이다. 지형의 약점을 보완했다. 자연유산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충효마을의 왕버들은 본디 다섯 그루였다고 전해진다. 소나무와 매실나무도 한 그루씩 있었단다. 1송 1매 5류로, 마...
편집에디터2022.12.01 1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