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죽산매구 김종혁씨가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는 대나무장구. 대나무 장구 소리가 유려하다. 몇 년 전이든가 담양에 들렀다가 들은 소리다. 날렵한 자세로 장구를 두드리는 춤사위가 곰삭았다. 무릎을 구부려 질겅질겅 스탭을 밟으니 소가 무논에서 쟁기질하는 모양이다. 굿거리다. 참새가 마당을 쪼르르 달리는 모양도 나온다. 휘모리다. 오금을 구부렸다가 폈다가 하는 동작들이 그침이 없다. 대삼 소삼이 어울리고 궁편 채편이 어울린다. 굵은 음이 잔 음을 에워싸며 교융(交融)한다. 왼쪽과 오른쪽이 혼융하고 큰것과 작은 것이 교섭하며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이 견준다. 결이 다른 음들을 받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낸 음마저도 다시 끌어안는다. 대나무로 만든 장구여서 그럴까? 그렇지 않다. 우리 음악 전반이 그렇다. 음악만 그러할까? 예컨대 활도 굽은 모양에 따라 밭은오금이 있고 한오금이 있으...
편집에디터2021.08.05 15:22한국의 갯벌(Korean Tidal Flats), 영문으로 갯벌(Getbol)이라 쓴다. 2021년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두 번째 쾌거다. 지역적으로는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에 한정되었지만 우리나라 전체 아니 서해며 황해 전체로 확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2025년까지 유산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거나 추가로 등재될 지역을 포함해 연속 유산의 구성 요소간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유산의 보존에 부정적 ...
편집에디터2021.07.29 15:29나주 드들강변(지석강)에 있는 안성현 노래비, 엄마야누나야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윤종호(나주시립국악단)단장과 참여자들. "부용산 오리길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노래 '부용산'이다. 박기동이 노랫말을 쓰고 안성현이 지었다. 안치환과 윤선애가 불러 세간에 알려졌지만 오랫동안 금지곡이었다. 지난해 본 지면을 통해 '산동애가'를 다루면서 간략하게 언급한 바 있다. 부용산 가사를 빼닮은 절명(絶命)의 노래라는 카피를 붙였던 이유가 있다. 마디마디 포개진 혹은 다 말하지 못했던 굴절의 역사, 사람들이 전율하는 선율과 장단 행간에 겹겹이 쌓인 질곡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 월북이란 오명을 달...
편집에디터2021.07.22 16:49운조리(망둥어)잡아 돌아오는 길-진도군 소포만 강진 남포 장어다믈 그물 주목 잔존물-진도군 소포만, 다도해 어업권의 어구어법(漁具漁法) 다도해 어업권과 득량/여자만 어업권의 고기잡이 도구와 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해둔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영광지역을 기점으로 서해 위쪽은 어살권으로 서남해 남쪽으로는 대발권으로 나눈 바 있다. (2002)에서 내가 최초로 시도한 방법이라고 밝혀두었다. 아직 학계의 합의를 얻지 않은 시론이니 본격적인 논의를 거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는 점도 곁들였다. 고군산군도 어업권과 위도칠산어업권을 살펴보면서 목적하는 어류나 방식, 특히 우리말 호명 방식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도해 어업권은 목포를 센터로 신안, 진도 완도를 아우르는 권역으로 설정했다. 우리나라 2/3의 섬이 집중된 지역이니 명실상부한 다도해라 할 만하다. 이 권역은 정치망 어업이 주...
편집에디터2021.07.15 15:34서남해안 어업권역 분류도-해양수산부, 한국의 해양문화(서남해역 하), 2003 어구어법(漁具漁法)이란 무엇인가 남도는 전래적으로 바다물고기 잡는 방법(漁撈)들이 다양했다. 우리나라 섬의 2/3를 보유하고 있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 방식들은 크게 어로 장치를 포함한 어구(漁具)와 그것을 이용해서 고기를 잡는 어법(漁法)으로 나 눌 수 있다. 어로장치 혹은 어구의 경우, '독살(돌살)'처럼 오늘날까지 전해 오는 것도 있고, 나무줄기나 면사를 이용해서 만든 그물처럼 오래 전에 없어져버린 것도 있다. 어법의 경우, 맨손어법처럼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도 있고, 어구와 함께 없어져 버린 것도 있다. 이것은 고정형 전래어로가 일반적으로 조류간만과 지형을 이용한 어로방법에 한정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형과 조류간만의 차를 뛰어넘는 어로기술의 보급이 이루어지면서 전래의 어로방법은 급속하...
편집에디터2021.07.08 15:19무안군 무안읍 매곡리 도깨비굿 이야기를 다시 소개한다. 무안과 함평 일대의 명산이라는 보평산 아랫마을이다. 보평산 정상에는 조선시대 때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봉수대가 있다. 보평산과 감방산 사이에 있는 능성에는 용굴샘이 있어 명산 보평산의 풍수 스토리를 완성해준다. 이 물이 마르거나 마르지 않거나를 가지고 한해의 기후와 운수를 점쳤다. 누군가 몰래 묘를 쓰는 일이 발생하면 이 샘의 물이 말라버린다. 보평산은 명산이고 용굴샘은 그를 보전하는 상징공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진 자라도 이 산에 묘를 쓸 수 없다. 하지만 자기 자손...
편집에디터2021.07.01 16:53제주도 도깨비굿. 한국민속대백과 사전 곧 한여름이 오고 장마가 시작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화산업이 주눅 들긴 했지만 연례적인 테마들은 변함없이 등장할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무엇일까? 한여름 밤의 영화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 그렇다. 고전적으로는 여고괴담 시리즈다. 영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성 특히 처녀성을 강조하는 고전적 이미지는 소설 장화홍련전으로 좇아 오른다. 아니, 뱀에게 바친 처녀 이야기로, 백년 묵은 여우 이야기로 갈래를 치며 끊임없이 좇아 오른다. 이들 서사는 아마도 어떤 시대 어떤 의도에 의해 강요되거나 권장되었을 것이다. 이른바 권선징악의 표상이라 한다. 과연 그럴까? 드라마 마저도 성격은 귀신에 가까웠지만 이 전형적인 서사를 파괴한 것 같지는 않다. 여성이 피해자로 등장하는 이 스토리의 얼개는 물론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역사 이래 여성이 억압과...
편집에디터2021.06.24 16:11필리핀 홍두안지역 강 줄다리기. 기지시 줄다리기 제공 마두희(馬頭戱)가 뭘까?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 안동대 한양명은 '대보름 무렵에 줄을 당겨 승부를 겨루는 편싸움 형식의 대동놀이'라고 정의했다. 2014년 '비교민속학'에 게재한 「울산 마두희의 전승양상과 지역성」에 보다 자세한 내용을 풀어썼다. 『학성지鶴城誌』(1749), 『여지도서輿地圖書』 경상도보유(慶尙道補遺)편 속의 『울산부읍지蔚山府邑誌』(1557∼1765), 『경상도읍지慶尙道邑誌』 속의 『울산부읍지』(1832), 『영남읍지嶺南邑誌』 속의 『울산부읍지』(1895), 『학성잡기鶴城雜記』(1902) 등 관련 기록을 이미 소개하고 분석했다. 말과 관련된 민속놀이나 줄다리기에 대한 문헌들이 희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마두희가 울산지역에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니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풍속이다....
편집에디터2021.06.17 16:48미역이나 톳은 푸른색일까 갈색일까? 푸른색이었는데 갈색의 정기를 입었을까? 살짝 데치면 푸른색이 되니 본래 푸른색일까 아니면 뜨거운 물에 놀라거나 멍들어서일까? '풀'은 '푸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텐데 바다의 풀이 마냥 푸르지만은 않은 이유가 광합성에만 있을까. 사전에서는 '푸르다'의 어원이 '풀'에 있다고 말한다. 푸성귀니 푸새니 푸초니 하는 낱말들을 그 근거로 내세운다. 풀의 15세기 표현은 '플'이다. 17세기 원순모음화 영향으로 '풀'로 바뀌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풀'의 어원이 '푸르다'에 있다고 생각한다. 항용 ...
편집에디터2021.06.10 15:29성년례 시연 중 들돌들기 연극-광주전통문화관 제공 "나라에 일이 있거나 관가에서 성곽을 쌓게 하면 여러 건장한 젊은이가 모두 등가죽을 뚫어 큰 줄을 꿰고 또 1장(丈) 정도 되는 나무를 매달고 하루 종일 소리를 지르며 힘을 다하여 이를 고통으로 여기지 않고 작업을 독려하며, 또한 이를 강건함으로 여긴다." 근자에 회자되는 마한 풍속 중 하나, 위지동이전에 나오는 기사다. 장(丈)은 한 자(尺)의 열배다. 약 3M에 해당하는 통나무인 셈. '위지 동이전 마한조'는 또 다른 풍속을 보고한다. "많은 사람이 떼 지어 노래 부르고 춤추며 술을 마셔 밤낮을 쉬지 않았다. 그 춤추는 모양은 수십인이 같이 일어나서 서로 따르는 형국인데, 땅을 낮게 혹은 높게 밟되 손과 발이 서로 응하여 그 절주(節奏, 리듬)하는 모양이 마치 중국의 탁무와 같았다." 탁무(鐸舞)는 목탁이나 방울을 들고 ...
편집에디터2021.06.03 16:40덕적도. 이윤선 서기 660년 6월, 소정방이 이끄는 대군 13만 명이 한반도로 물밀듯 건너온다. 산동반도 성산을 출발한 군대다. '김유신열전'에 이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신라에서는 전선 100척 군사 오만 명과 태자 김법민을 보내 영접한다. 당군과 합류하니 18만 명, 백제군이 감당하지 못할 위력의 나당연합군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6월 20일 이들이 합류한 곳이 지금의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다. 왜 덕적도였을까? 그것은 서해의 물길과 유사 이래 명멸했던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대립 혹은 네트워크를 전제해야 이해할 수 있다. 갯벌의 노두, 강변의 징검다리라고나 할까. 지금도 인천항을 드나드는 외항선들 길목이 덕적도의 작은섬 소야도와 건너편 소이작도 사이 물길임을 주목할 수 있다면 왜 이 섬인가를 알 수 있다. 예성강과 한강 아니 한 시대의 수도였던 개성과 한양을 오가...
편집에디터2021.05.27 15:18"홍어 댕기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댕기는 길은 가오리가 알지라." 영화 에서 장창대가 정약전에게 던지는 말이다. 의미심장하다. "씨만 중하고 밭 귀한 줄은 모르는 거 말이어라. 씨 뿌리는 애비만 중하고 배 아파갖고 낳고 기른 애미는 뒷전인디" 가거댁이 한 술 더 뜬다. 영화 전반을 에두르는 이 말들이 바람이 되었다가 파도가 되었다가 이내 검은 바다 흑산을 가로지른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나는 단연코 이 대사들을 들고 싶다. 드러난 주제라고나 할까. 홍어와 가오리와 혹은 가거댁으로 표상되는 섬사람들의 존재들 말이다....
편집에디터2021.05.20 16:23사찰에 극락보전을 지었다. 벽화를 그려야 할 차례였다. 마침 한 노인이 찾아왔다. "내가 이 법당의 벽화를 그리겠다. 그 대신 49일간 절대로 이 법당을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주지스님이 수락은 하였지만 보지 말라 하니 궁금증이 일었다. 마지막 날이 되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주지가 창호지에 구멍을 뚫어 살짝 들여다봤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그림 그린다던 노인은 온데 간 데 없고 파랑새 한 마리가 붓을 입에 물고 벽화를 그리고 있는 게 아닌가. 주지스님이 법당문을 열고 들어가자 깜짝 놀란 파랑새가 붓을 입에 문 채 날아가 ...
편집에디터2021.05.13 16:271980년 11월 1일. 전남대 농악반 추수감사제. 이윤선 징과 꽹과리,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전남대 정문에서 막힌 시위대는 농대 후문으로 탈출하여 유동 삼거리 금남로를 거쳐 오후 세시 경 도청 앞 광장에 도착했다. 여기서도 약 20여 분간 농악놀이를 했다. 1980년 5월 14일, "5.18광주민주화운동자료총서 제42권 불기소사건 기록편14(2006)" 중 김양래 조서에 나오는 상황들이다. 당시 전남대학교 농과대학 내 4개의 써클이 있었다. 4-H, 밀알, 청봉, 한농 등이다. 대표 6명으로 '농악반설립추진위원회'를 열었다. 호남혼구사에서 구입한 징과 꽹과리 등 20여종의 국악기, 의상 등도 꼼꼼하게 거론된다. '전남대농악반연혁'에는 4월 19일 발기총회, 회칙을 작성한 것으로 나온다. 김양래(임학4), 박승환(농학3), 장환(청봉회장), 정성찬(농대문예부장), 최종석(...
편집에디터2021.05.06 16:34윤회매 문화관 다음 김창덕 제공 윤회매 문학관 다음 김창덕 제공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는 것일까. 권력 무상을 빗댄 언설이지만 성한 것이 반드시 쇠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낙엽 진 나무들이 봄에 싹을 틔우고 씨 속에 담겨있던 기운들이 언 땅을 비집고 나와 종국에는 거대한 나무가 된다. 쇠한 것이 다시 성하는 것인지. 이전 것이 사라지고 새로 생성되는 것인지. 본디의 것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을 가역(可逆)이라 하는데, 순환하는 이 생성은 가역적인 것인가 불가역적인 것인가? 불교에서는 윤회를 말한다. 수레바퀴처럼 삼계육도의 생사세계를 그치지 않고 돈다는 뜻이다. 기독교에서는 거듭남과 부활을 말한다. 전혀 다른 개념 같지만 맥락은 유사하다. 내가 십여 년 차를 만들면서 정했던 이름이 '아직은 보내지 않은 봄'이다. 나 마실 분량만 만드니 무슨...
편집에디터2021.04.29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