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 예술의 존재와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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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 예술의 존재와 의미
  • 입력 : 2019. 12.17(화) 15:59
  • 편집에디터

2019년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에 새로움을 장착하고 연재를 시작한다.

현재 광주 이강하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다양한 세대가 문화예술에 공감하길 바라며 활동하고 있다. 2002년~2004년까지 <서양화가 이강하의 지중해미술기행> 아버지의 기고문의 자료 취합과 작품 이미지들을 정리하고 신문사에 원고를 전달하는 보조역할을 하면서 훗날 이 문화면을 딸이 아닌 큐레이터 이선으로써 이어 쓰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후 아버지는 암과 투병하게 되어 더 이상 좋아했던 그림 그리는 일도 기고문을 쓰는 일도 하지 못하게 되셨지만, 아버지와 하늘이 주신 환경과 잘 할 수 있는 업무들을 만들어주심에 정성을 다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지난 칼럼 <문희영의 그림 큐레이션> 팬이기도 했던 내게 적지 않은 부담도 되지만, 또 다른 젊은 기획자 관점에서 시대적 다양한 측면의 예술 장면들을 수집한다는 취지와 의미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또한 미술관이 아닌 지면으로 만나는 독자는 어떤 분들일까 궁금하고 설렘이 가득하기도 하다.

제1화 예술의 존재와 의미

첫 번째 주제는 '예술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한다.

상상해보자. 따스한 빛이 드는 카페 안 텅빈 벽, 가족사진 한 장 안 걸린 집안의 공허한 모습들, 좋아하는 음악의 흥얼거림 없는 일상과 아름다운 시가 없는 하얀 책과 다이어리의 장면들, 미술관, 공연장이 없는 회색 빛 도시의 풍경들...

우리는 과연 예술 없이 살 수 있을까? 아마 살아가는데 불편함은 없겠지...하지만 조금 덜 행복하지 않을까?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 상상하기 힘든 현실의 장면들일 것이다. 적어도 나에겐 말이다.

예술은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서부터 시작된 고귀한 즐거움이자 정신적 철학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들은 예술 또는 문화생활을 최상급 고난위도 스포츠라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누구나 예술이라는 그 고급 스포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굳이 당장 미술관이나 갤러리, 공연장에 달려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바쁜 일상 속 출 · 퇴근길 또는 점심시간 짬짬이 테이크아웃 커피 한잔을 들고 신문을 통해 핸드폰 웹 기사를 통해서 가볍게 또는 무겁게, 꽉 막힌 현실을 도피할 수 있도록 마음을 잠시나마 안아줄 예술의 존재에 대한 확인과 의미를 확인하고 마음껏 느껴보면 어떤가.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예술을 전해주는 예술가는 과거나 지금이나 혼탁하고 혼란의 시대에도 그것들을 직업으로? 천직으로 여기고 예술을 하는 이유와 그것들을 확인하고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영혼과 정신을 끌어 모아 만들어내는 결과의 작품들, 그 사이에 어떤 비하인드 이야기들이 있을지 귀 기울여보는 것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소재들이 될 것이라 기대를 하고 있다. 예술은 그렇게 예술가들의 정신과 기술을 통해서 그림으로, 글로, 음악으로, 다양하게 보여지고 느껴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의지대로 예술과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큼 보이고, 그만큼을 마음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 부족함이 없는 요즘 시대에 우리가 마음의 결핍으로부터 벗어나고 그 결핍을 채워나가는 것, 그것이 나는 예술이 되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순간에도 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근본적이거나 기원적인 '예술의 존재와 의미'를 믿고 있다.

"비밀 하나 알려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인다는 거야.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생테쥐페리 어린왕자 중에서...

눈이 아닌 진정한 마음으로 보는 예술 작품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예술가의 작업에 대한 영감과 확신은 어디로부터 시작될까? 그리고 예술가의 생이 마감하고 난 뒤, 그들의 작품들은 시간과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보여 지며 어떻게 예술에 대한 증명을 하게 될까?

과거 작가들과 현재 작업하는 작가들은 과연 어떤 다른 시대적 관점과 작업의 방식들을 추구하고 있는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시대 속에서 끊임없이 증명해 내고 있는가? 기획자는 어떻게 이것들을 주관적 관점에서 읽어내고 엮어내고 있는가? 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강하, 조각 자화상. 이선 큐레이터 제공

위와 같이 생을 마감 한 예술가가 남긴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훼손되기도 하고 그 의미가 더해지기도 한다. 1970년대 후반 당시의 예술가 모습을 담은 조각 작품은 지금 우리의 눈에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예술가 원 작품은 세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았다. 그 흔적들은 마치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의 상처 같기도 하고 지울 수 없는 아픔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을 미술관에서 복원시키기 위해 고심했지만 그 원 작품의 의미와 메시지가 감소 될까봐 복원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면서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이 작품을 지금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광주는 분명 예향입니다. 우리 선인들이 이룩해 낸 훌륭한 유산이지요. 그러나 선인들의 주장만을 내세워 예향이라 자랑해선 안됩니다. 이 다음 세대에서도 예향이란 이름을 들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피와 땀을 흘려 가꿔야합니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예향 광주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 선인들의 업적을 훔친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20~30대에 있는 젊은 예술인들의 능력과 노력을 볼 때 과거보다 더욱 명성을 떨칠 광주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1988년, 이강하 '광주 일요 화가' 작가 인터뷰 발췌...

위재환 작 '몽상가들'. 이선 큐레이터 제공

위재환 작 '몽상가들'. 이선 큐레이터 제공

2019년 우리는 시간대별 미세먼지를 측정하여 살피는 요즘과 오염된 환경 속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의 조각 작품은 지금 자화상처럼 보여진다.

현재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각가 위재환 개인전 <몽상가들-눈먼자들의 도시> 작품 속 다양한 몽상가들의 모습은 현재 또는 미래의 우리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작가자신 보다는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탐구와 빠르게 변하고 있는 문명에 대한 흐름 속 낯선 여행을 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여행자로 표현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하고 후대에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작품들이다"라고 인터뷰 하였다. 그는 삶의 본질을 연구하고 아무 걱정 없는 행복한 공간을 찾기 위해 방독면과 커피 마대 질감의 옷을 우주복처럼 입은 몽상가를 탄생시킨 것이다.

과거 1970년대 이강하 작품과 2019년 위재환 작품은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상황에서 속 서로다른관점에서 바라본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삶과 이어지는 연대와 가치를 공통점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는 듯 하여 이 두 작품이 어쩐지 처연하게 닮아 보였다.

보이는 두 작품의 소재나 주제가 되는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시대적 메시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던져주고 있다. 예술가의 철학적 이야기들은 그들의 기술과 방식에 따라 구현되고 예술가의 삶이 마감 된 뒤에도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조각이든 회화이든 문학이든... 예술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으나 그 안에 담긴 예술적 철학과 메시지에 대한 시대적 공통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다. '예술의 존재와 의미'는 어쩌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햇볕처럼 우리 몸에 알게 모르게 퍼져 흡수 되는 고급 영양분인 비타민D를 제공해주고 있지 않을까.

# 에필로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는 현재 사회적 이슈나 주제를 찾아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 작품이 된 철학적 배경을 담론화 하고 작업과정 중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지역의 소중한 예술 및 문화 자원과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어떻게 함께 느껴볼 것인가를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을 가지려고 한다. 이러한 지점들은 지금 내가 지역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미술 안과 밖으로 가장 관심을 두고 있고,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나의 다이어리에 적어두며 느꼈던 #에피소드들을 소소하게 나눠 볼 예정이다.

 그 달의 칼럼 이슈들은 독자들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창구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이 있다면, 아래 기제 된 SNS 주소의 댓글 또는 #이선의큐레이터노트 #전남일보미술칼럼 #해시태그를 넣어 적어주시면, 정성껏 답변해 드릴 예정으로, 서로의 의견을 지면 또는 온라인상에서 나누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연장선상의 작업일 것 같다. 이러한 예술에 대한 시선이 지면을 통해 구독하는 독자들 일상 속으로까지 이어져 예술의 의미를 편하게 느낄 수 있고, 많은 예술가들의 삶과 작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로 동화되길 바란다.

▲ 저자 이 선(이강하미술관 학예연구사)

이선 큐레이터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이론학을 전공하여 '이강하 회화에 나타난 샤머니즘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광주시립미술관 코디네이터 및 시안갤러리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로 활동하였고, (재)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에서 근무했다. 전남일보의 2002~2004년 전기고되었던 '서양화가 이강하의 지중해 미술기행'을 엮어 2009년 출판하였다. 현재는 이강하미술관의 학예연구사로 재직 중으로 전시회 및 교육 행사들을 기획하며 다양한 세대와 함께하는 문화예술 활동에 관심을 두고 일하고 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